-
-
각성
김요한 지음 / RISE(떠오름) / 2025년 7월
평점 :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각성/김요한
(아무도 살아주지 않는 삶에 대하여)

책 《각성》을 처음 받고는 주황빛 감성이 너무 예쁘고, 책 크기가 보통의 크지 않은 다이어리 정도 되어서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책표지를 넘기자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약력이 너무 단순했다. ‘떠오름 출판사 대표’라는 소개 글 밑에, 2024년 눈 오는 어느 날 밤 누군가의 집 불 켜진 창을 바라보는 듯한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달랑 하나…….
저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러다가 본문을 읽을수록, 저자의 약력과 시선이 겹쳤다. 그랬다. 책 《각성》은 저자의 약력처럼 군더더기가 하나 없이 아주 깔끔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습득한 듯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는데 정제된 글들이 심오하게 다가왔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아예 없었다.
물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라서, 같은 책을 읽고도 누구는 감동을 받고 또 다른 누구는 별로라고 느끼기도 한다. 내게 이 책 《각성》은 깔끔하고 진지해,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글들로 다가왔다.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었는데, 대부분 내 경험치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다만 나는 속으로 했던 생각들을, 저자는 냉정하게 글로 모두 풀어 놓았다는 것이 달랐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나서 바로 다시 한번 읽으려고 하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책은 읽고 또 읽는 것도 좋겠지만, 하루 한두 절씩만 읽거나, 모두 100절이니까 100일 동안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적당한 크기니까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틈날 때 잠깐씩 꺼내 읽거나 잠들기 전에 한 절씩 읽으면서 가슴에 새기며 각성해 나가면 된다. 이 책은 삶에 위로보다는 버티어 나갈 힘을 주는 그런 책이다.
저자는 아무리 애써도 어긋나는 관계는 진동이 맞지 않으니 그냥 떠나라고 한다. 관계는 파장이므로, 맞지 않으면 흔들리고 깨지므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의 연결은 고장 난 주파수처럼 내면을 갉아먹는다고 한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스스로를 배신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얼굴들을 수없이 봤다. 억지로 맞추다 망가진 사람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갇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채 사라진 표정들. (9절_계산) 그래서 계산된 정직함이나 기준 없는 친절 대신, 설명 필요 없는 명료함과 말보다 행동 그리고 감정보다는 원칙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희망보다는 차라리 냉정한 현실의 한 줄이 낫다고 단언한다.
생존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티는 일이다. 숨을 고르고 생각을 멈추고, 오늘 하루만 살아낸다. 내일은 내일의 몫이다. 오늘, 단 하루만, 끝까지 살아낸다. (12절_단면) 인생은 한 장면으로 결정되지 않으므로, 비틀거리고 주저앉더라도 오늘 하루를 끝까지 살아내라고 다독인다. 그러면서 삶의 균형은 넘어지지 않는 데 있지 않고, 넘어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어떤 주장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 나를 잃는다. 사람들은 확신을 사랑하지만, 나는 오히려 의심 속에 머문다.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결론 내리지 않을 자유. 정답 없는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 (17절_의심) 서두르지 않고, 쉽게 믿지 않고, 오래 의심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멀리 간다는 걸 그는 이미 알아 버렸다.
세상은 자꾸만 위로 올라가라 한다. 높은 자리에 앉으라고, 더 많이 가지라고, 남들보다 앞서라고, 그런데 높이 올라갈수록 알게 된다. 진짜 중요한 건, 거기에 없다는 걸. (21절_고도) 자꾸만 위로만 올라가기보다는 오히려 덜 완벽하고, 덜 고결해도 괜찮다며, 욕망하고 흔들리면서 때로 실수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진짜 인간이라고 못 박는다. 그러면서 경고한다. 멈춘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 살아 있다면 움직이라고…….
이렇게 이 책 《각성》은 한 절 한 절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옥같은 글로 이루어졌다. 100절 중에 소홀히 해도 될 곳이 전혀 없다. 모두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할 것들을, 저자만의 방식으로 깔끔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냉정하게 정리했다.
말의 관계는 지나가고, 다짐은 흐려지고, 감정은 식는다. 결국, 남는 건 그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 하나의 기준이다. 그건 타인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당신이 찾아야 한다. 세상의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삶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끝에는 단순한 한 줄이 남는다. (시작_100절)
마지막 절인 100절 ‘시작’은 단 한 줄의 기준을 가지고,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각성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이 책이 주는 지침대로 우리는 우리만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뜻일까……?. 어쨌든 ‘시작’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믿으며, 나만의 기준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사람은 우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관계엔 파동이 있다.진동수가 다르면 아무리 애써도 끝까지 어긋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