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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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손 편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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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서평쓰기 프로그램을 듣고 공부하던 이들이, 지금은 자체적으로 모여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서로의 글을 가지고 함께 토론한다. 지난 서평단 모임 때,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원이 나눔 하려고 가져온 책 중에 츠바키 문구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책이냐고 물었더니 소소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은 나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단층집에 살고 있다. 주소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다. 가마쿠라라고 해도 산 쪽이어서 바다와는 꽤 떨어져 있다. 전에는 선대와 살았지만, 삼 년 전에 선대가 세상을 떠나고 지금은 오래된 일본 가옥에서 혼자 산다. 하지만 언제나 주위에 사람 기운이 느껴져서 그리 외롭진 않다.(009)로 시작된다.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메미야 하토코(일명포포)는 문구점을 하면서 대필이 주 업무인 할머니의 사랑 방법이 너무 엄하다보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선대라고 표현한다.

 

어릴 때에는 엄한 할머니의 뜻에 따라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대필 교육에 열심히 임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반항 한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해외에서 몇 년 간 떠돌기도 하다가, 선대가 돌아가신 후에야 가마쿠라로 돌아와 운명처럼 문구점을 다시 열고 대를 이어 대필까지 하게 된다.

 

선대도 의뢰가 들어오면 노인 클럽 게이트볼 우승자에게 주는 상장이나 일식집 메뉴판, 이웃집 아들이 취업 활동에 쓸 이력서 등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간단히 말해서 글씨 만물상 같은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마을 문구점에 지나지 않는다.(013)

 

선대(先代)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대필을 맡길까? 싶기도 한데 의외로 서중(暑中) 안부 엽서를 시작으로, 알음알음 대필 의뢰가 들어온다. 포포는 대충 대필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 내용은 물론이고 종이며 필기구·글씨체 등 모든 것을 클라이언트의 사연을 경청하고 거기에 맡게 최적의 선택을 해서 공을 들여 작업한다.

 

신세를 진 여러분께

가마쿠라의 신록이 한층 생기를 띠는 계절이 됐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쓰루오카하치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지 십오 년이 지났습니다.

생각해보니 눈 깜짝할 시간이었네요.

그날, 눈처럼 벚꽃이 날리는 가운데 여러분 앞에서 부부가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서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바다에 가거나 하이킹을 하며, 진부한 표현이지만 일상의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며 서로 이해와 애정을 쌓아왔습니다.

비록 자식은 얻지 못했습니다만, 대신 애견 한나를 자식처럼 사랑하며 지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한나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한 것이 저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군요.

각설하고, 이번에는 여러분께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7월 말을 기해, 저희는 부부 관계를 정리하고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둘이서 함께 지낼 방법이 없을지 서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때로는 친한 친구에게 중재를 부탁하기도 하며 행복한 결말을 얻도록 최선의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반려자와 다시 한 번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싶다는 아내의 뜻은 흔들림이 없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066)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려도, 때로는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대부분 서로 쉬쉬하면서, 아는 이들과 연락을 끊고 절망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정서가 많이 달라 결혼식 초대도 신중하게 가까운 이들에게만 한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소설이지만 자신들을 축복해 준 이들에게, 이혼 사실을 보고하고 서로의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때로는 거절 대필 같은 난처한 경우도 있지만, 떠난 이를 애도하는 조문 편지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조문 방식을 떠 올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엄하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애정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 사실이 하토코를 오랜 세월에 걸쳐 괴롭혀왔나 생각하면, 정말로 진심으로 한심해집니다. 언젠가 그 아이와 서로 이해할 날이 올까요?(217)

 

무엇보다도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르던 포포가, 어느 날 할머니가 다른 이에게 쓴 편지에서 온통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일본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참 소박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잔잔하게 시작해서. 진한 감동으로 끝맺음한다. 그렇다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예전에는 편지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굳이 손편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던 게 언제였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큰 애가 군대에 가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국군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쓸 때에는 군인들이 무척 어른으로 생각되었었는데, 막상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니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 같아서, 인터넷으로 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편지를 쓰곤 했었다.

 

거기에 한때는 메일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메일조차도 거의 SNS 등으로 주고받기 곤란한 파일 같은 게 있을 때나, 메일 외에는 상대방의 다른 정보를 알 수 없을 때에만 사용하고, 특별히 안부편지를 쓰지는 않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동네를 산책 하다가 우리 동네에 이런 것도 있었나? 하고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바삐 살다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놓치는 것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츠바키 문구점은 제목의 문구점 말고는 모두 실명이라고 하니, 소설을 읽으며 포포가 가는 데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당장 긴 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문구점에 가서 예쁜 엽서 몇 장 골라 평소에 고마웠던 이들에게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동네 문구점도 많이 사라져서 문구점 찾기도 쉽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얼마 만에 강산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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