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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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유가영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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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생존학생

#유가영

#운디드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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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그날이후

 

 

한 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어요. 그 시절의 우리는 참사의 당사자였지만 어른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세상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세상은 시련을 겪은 누군가가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내야, 그제야 그 사람을 바라봐 준다고 생각했습니다.(005)

 

세월호 참사를 겪은 세대가 이만큼 자랐는데도 아직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이런 일들을 계속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걸 막기 위해 왜 남겨진 사람들만 몸부림쳐야 하는 걸까요.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 뜨고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009)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책을 좋아해 도서관 사서가 꿈이었던 소녀가, 고등학교 2학년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2014416일 그날.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과 함께 세월호에 탑승한 이들의 꿈이 바다 속에 묻혀버렸다.

 

이 책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의 저자인 가영 학생과 친구들은 416일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문득 식판이 기울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단지 배가 커브를 돌고 있어서 그런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배가 기울어 가고, 마침내 완전히 멈춘 것 같이 느껴져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 뒤 안내 방송은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러고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헬기를 타고 갈 사람은 나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가영은 망설이고 있다가 친한 친구의 권고로 헬기에 올라, 마침내 생존자가 되어 서거차도라는 작은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초의 시간이 무척 길고 더디게 갔습니다. 하지만 전원구조라는 뉴스 속보와 달리 한참을 기다려도 섬에 새로 도착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멀리 하늘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헬기는 오지 않았어요.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섬에 있는 아이들에게 번졌습니다.(033)

 

불안한 마음은 곧 현실이 되어,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75명 외에는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친구와 선생님들의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우리가 하나둘 장례식에 가는 게 알려지면 기자들이 몰릴 수 있고 그럼 유가족이 조용히 장례식을 치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상황은 이해하지만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은 가슴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043)

 

생존자인 저자는 세상과 단절되어 병원에 갇힌 채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과도 마지막 인사조차 나눌 수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두 달 열흘 만에 돌아간 학교는, 모든 게 달라져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날의 기억과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과 아쉬움은 불안과 공포가 되어 자해와 정신 질환으로 이어졌고, 주위의 시선과 인터넷 기사에 달린 악플들은 생존자들의 삶을 갉아 먹어갔다. 물론 모두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택시 기사의 작은 배려가 현재까지도 가슴에 남아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요즘도 때때로 찾아드는 악몽이 저를 그날의 바다로 데려갑니다. 해일이 밀려오는 꿈, 내게 닥칠 위기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꿈, 주위 사람이 나를 떠나가는 꿈. (145)

 

세월호에 관련된 책은 시중에 무수히 많이 나와 있다. 안산에 살고 있다고 모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떠도는 기사보다는 그들의 육성을 듣고 싶어 그동안 나름대로 책을 많이 찾아서 읽었다.

 

세월호 피해자 집중지역에 살면서 마을활동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보니, 유가족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고, 책에 나오는 쉼표라는 공간과도 작은 인연이 있어, 단원고등학교 근처인 그 곳에서 성인이 되어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생존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영학생의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고 운디드 힐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책을 받아보니 진솔하게 쓰여 있어서 받자마자 끝까지 읽고서야 덮을 수 있었다.낙인이 되어버린 세월호 생존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힘겹게 살면서, 어떻게든 날아올라 친구들 몫까지 살아내고 싶은 그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응원해 주고 싶다.

 

절대 겪지 말아야 할 일들을 겪고, 쉽지 않은 여정에서 자신의 길을 한걸음 또 한걸음 개척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이웃도 치유하는 삶의 길을 찾아, ‘운디드 힐러’(상처받은 치유자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함)가 되어 고백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이 짐작되어 절로 애틋함이 생긴다.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나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들도 아마 자신들이 그 피해자가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피해학생이 청년이 되어 9년 만에 기록한 일들을 접하며, 그동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일들이, 나와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지난 3월에 친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자다가 영영 못 일어나는 것은 정말 남의 일이고, 뉴스에나 나올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만큼 사고와 재난은 우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다 같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원고등학교에 4.16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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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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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미치코 가쿠타니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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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읽은 책을 소개한 지 꽤 여러 해가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글을 평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모두 다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심 끝에 태어난 작품들을 훼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작은 염려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혹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고 자신이 읽을 책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나는 비평가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하려 한다. 숨겨진 의미를 설명하거나 전체 문학 속에 위치 지으려 하지는 않으련다. 이 책들은 가능한 폭 넓은 독자들이 이 책들을 읽거나 다시 읽도록 권유하려 한다. 이 책들은 가능한 한 폭넓은 독자들이 읽을 만하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감동을 주거나 시의적절하거나 아름답게 쓰였기 때문이다.(22)

 

비평분야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 비평가이자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집이 내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로서는 서평가의 독서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서평가의 독서법001~099까지 총 99파트이긴 하나, 작가별로 혹은 주제별로 함께 묶어서 여러 권이 한 파트에 함께 소개되어 있기도 해, 책 권수로는 훨씬 더 방대한 양이 폭 넓게 소개되어 있다. 짧고 간략하게 핵심을 관통하는데, 비평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사랑한 책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게 할 수 있으며 이상적이거나 반이상적인 미래로 데려갈 수도 있다. 지구상의 먼 곳,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먼 다른 행성과 우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만날 일이 없을 남자와 여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대한 인물들이 이룬 발견을 조명하며, 이전 세대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천문학, 물리학, 식물학, 화학을 가르쳐주고, 우주 비행의 역학과 기후변화를 설명해주며, 우리 것과 다른 신념, 사상, 문학을 소개해줄 수 있다. 또 오즈, 중간계, 나니아, 원더랜드 같은 허구의 세계, 그리고 맥스가 괴물들의 왕이 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다.(17)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데 익숙한 외동아이였던 미치코 가쿠타니는 어렸을 때 책은 자신의 도피이자 안식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에게도 책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 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삶이 너무 버거워 살고 싶지 않을 때나,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처참함 속에서 견디기 힘들 때에도, 책을 읽으며 아픔을 달래고 위로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유일한 안식처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책은 역사를 보는 아주 놀라운 창을 열어줄 수 있다. 오랜 지식과 새로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통행증을 제공해줄 수 있다. 전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7천 권의 장서를 모았는데 자신의 군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은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적이 없었다. 어떤 문제를 예전에 어떻게 다뤘는지 몰라 갈팡질팡한 적이 없었다. 책이 모든 답을 주진 않지만 종종 우리 앞에 놓인 어두운 길을 밝혀준다.”(23)


책이 모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의 말처럼 책이 모든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책을 많이 읽다보면, 난관에 부딪혔을 때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마지막 주를 보내며 말한 대로, 책은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는 능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24)

 

요즘 같이 어지러운 때에는 더더욱 책이 필요하다. 언론조차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은, 때로 우리들의 시야를 흐리게도 한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현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접해서 판단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미치코 가쿠타니의 책 소개는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에서 시작된다.

 

아디치에는 사회와 감정의 세부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열 추적 장치와도 같은 눈을 갖고 있다. 이런 재능으로 이페멜루의 경험을 놀랍도록 적절성 있게 전한다.(27)

 

저자가 소개한 아메리카나의 주인공 이페멜루의 생활과 철학을 따라가다 보면, 굳이 읽으라고 권하지 않아도, 더 세밀하게 알고 싶은 궁금증이 저절로 생겨 첫 권부터 읽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된다.

 

수상 경력이 있는 시인이자 전직 예일대 교수이면서 맬런 재단의 이사장인 앨릭젠더가 남편을 잃고 15년 동안 겪은 날것의 사랑과 상실과 슬픔을 전하는 회고록 세상의 빛, 유명한 소설가인 아버지 밑에서 소설가가 되길 열망하며 쓴,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를 가슴 뭉클하게 그린 마틴 에이미스의 회고록 경험, 그리고 미국 중서부 지역에 있는 허구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형식인 성장소설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초기에 나타나는 한 가지 경고 신호는 국가의 망명권 철폐이다. 망명자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노력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품고 있다고 아렌트는 썼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한 번 무너지고 나면 모든 시민들로부터 법적 지위를 박탈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47)

 

저자는 20세기 나치 독일과 스탈린 체제의 소련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상기 시킬뿐더러 미래에 전체주의 정치를 부채질할 수도 있을 역학 관계에 대해 오싹한 경고를 해 주므로, 인류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두 정권이 20세기에 권력을 잡았다. 고 쓴,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제시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이렇게 100년 전에 발간된 책에서부터 우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아마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이라면 거의 알만한 책들에서부터, 제목은 알아도 직접 접하지는 못한 책들, 그리고 전혀 생소한 것까지 다양하다. 그러니 고전에서부터 날마다 무수히 출판되고 있는 21세기의 수많은 책들 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혼란스러운 이들에서부터, 제대로 된 서평을 써 보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서평가의 독서법의 역자는, 실제 번역하면서 저자가 소개한 시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저자가 강력히 추천한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부터 반드시 읽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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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엘리자베스 슈뢰더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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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 / 엘리자베스 슈뢰더

(경계존중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 성교육 부모 가이드)

 



#너의몸은너의것이야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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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단기간 기간제 근로자로 살고 있어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가 3월부터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출근이 예정 되어 있어 기쁜 마음과 두려운 마음(도서관 근무 경력이 없음)으로 당분간 새로운 생활의 적응을 위해 서평단 활동을 쉬기로 마음먹고 있을 때, 또다시 나를 유혹한 책이다. 만지면 분홍빛이 당장 손에 묻어날 것만 같은, 예쁜 표지의 200쪽도 채 안 되는 작은 책이 그렇게 내게로 왔다.

 

일단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면, 앞표지가 색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것 같은데 앙증맞고 너무 예뻤다. 뒤표지로 넘기니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는 아이, 다른 사람도 동등하게 존중하는 아이, 성에 관한 편견 없는 당당한 아이, 분별력 있는 올곧은 아이로 키우고자 한다면이라고 적혀 있다.

 

책장을 펼치니 들어가며에서,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라고 해요. 로 첫 문장이 시작되며, ‘경계동의는 아이와 이야기 나누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임을 우선 일깨워 준다.

 

경계: “경계란 일종의 내 영역을 만드는 울타리. 네가 혼자 있고 싶어서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면, 그게 바로 경계를 만든 거야. 누군가 경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일단 문을 두드려야 해. 그러면 너는 들어와도 돼라든가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대답할 권리가 있어.

경계란 누군가 너를 만져도 된다거나,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누군가 널 안아주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지. 그러면 좋다거나 싫다고 말해도 돼. 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고 말해도 되고, 안는 것뿐만 아니라 뽀뽀나 만지는 것도 마찬가지야. 어제 누군가에게 안아도 된다고 허락했다고 오늘도 허락해야 하는 건 아니야. 매순간 결정은 네가 하는 거란다.(12~13)

 

동의: “동의란 뭔가를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거야. 네가 친구에게 안아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친구가 난 안기 싫어라고 했다면,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으니까 안으면 안 된다는 뜻이야. 네가 닫은 방문을 누군가 와서 두드린다면, 그 사람은 네가 들어와도 돼라고 말할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려야 해. 네가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네 방에 들어올 수 있는 동의나 허락을 받지 못한 거야.(13)

 

존중: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따르는 거야. 누군가 난 안기 싫어라고 말하면 그 말대로 하는 거지. 누군가 네 말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라는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 거야. 그럼 기분이 나쁘겠지.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이 널 존중하길 바란다면 너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단다. 누군가 너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설사 그 사람이 어른이라고 해도 곧바로 내게 와서 알려 주렴.”(13)

 

이렇게 가이드 라인에서는 경계·동의·존중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설명 가능하게 실어 놓았고,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개념인 경계를 굳이 가르쳐야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경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것들도 미리 알려준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과 반드시 신뢰가 형성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음경·음부·유방·엉덩이 등, 성기의 명칭을 다른 신체부위 명칭(코나 입처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제대로 사용해야한다고 하며, 아이들과 늘 대화 창구를 열어 놓기를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어주고 부모가 일관성을 유지해야한다고 당부하며 가이드 활용법도 마련해 두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1: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몸을 탐구해요.

2: 내 몸은 나의 것!

3: 성폭력에 대하여; ‘좋은접촉과 나쁜접촉?

4: 몸에도 경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5: 내 몸 안에는 나만의 경보 시스템이 있어요.

6: 존중과 동의를 가르쳐요.

7: “싫어요.”라고 말하는 연습

8: 동감은 존중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9: 아이가 설정한 경계선을 존중하세요.

10: 아이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11: ‘믿을 수 있는 어른네트워크를 만드세요.

12: 아이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합니다.

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이 작고 얇은 만큼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 위의 경계·동의·존중의 예시처럼 아주 구체적이다. 그러면서도 각 장 끝에는 핵심을 요약해 놓아서 지금 당장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Q. 제 아이들은 남의 몸을 건드리기 전에는 먼저 물어봐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중 네 살짜리 아이가 최근에 제 파트너한테 성기를 만져도 되냐고 물어서 그 사람이 안 돼라고 대답했거든요. 그랬더니 아이가 당황해하며 먼저 물어 봤잖아요. 근데 왜 안 돼요?”라고 되묻더군요.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네 살이라, 정말 좋은 시절이네요! 아이들은 참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은 존재죠. 하지만 네 살밖에 안 됐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안 돼요. 오히려 어린아이니까 단순하고 딱 부러지게 대답해줘야 합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것과 무섭게 말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명심하세요!)이런 경우 적당한 대답은 다음과 같겠죠. “먼저 물어본 건 잘한 일이야. 하지만 먼저 물어봤어도 상대에게는 좋다거나 싫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어. 게다가 다른 사람의 성기는 물어 보는 걸 떠나서 건드리면 안 되는 부위란다. 다른 사람도 네 성기를 건드리면 안 되고.” 이렇게 말해 준다면 신체 경계의 중요한 부분을 짚어줄 수 있겠죠.(169)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12장이 끝난 후에는, 저자가 30년 간 전 세계 부모를 대상으로 하면서 받은 질문 중에서 선별해 자주 듣는 질문과 답변을 실어 놓았으며, 맨 끝에는 참고할 국내·국외 도서까지 알뜰히 추천해 놓았다.

 

자칫 이 책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를 어린자녀를 둔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달리해보면, 우리 모두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이미 어느 정도 키운 이들은 너무 잘 알고 있겠지만, 자녀를 키우면서 가족들과 특히 부모님 세대와 자녀교육으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험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특별히 성교육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성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색하지 못하고 넘어간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각 나라 문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족·우리 남편·우리아들 등, 늘 우리를 지칭하는 한국문화에서는 가족들과의 끈끈함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모두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내 아이를 비롯한 우리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의 주권자로 곧게 서는 것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존중할 때, 아이는 비로소 자기 자신의 성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 이 책너의 몸은 너의 것이야의 저자 슈뢰더 박사의 경계존중 성교육은 현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성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 세계 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배움의 연속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터득해야 할 기본적인 윤리관을, 나와 내 가족 이웃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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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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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손 편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동)

 



#츠바키문구점

#오가와이토

#장편소설

#일본소설

#예담

#손편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서평쓰기 프로그램을 듣고 공부하던 이들이, 지금은 자체적으로 모여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서로의 글을 가지고 함께 토론한다. 지난 서평단 모임 때,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원이 나눔 하려고 가져온 책 중에 츠바키 문구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책이냐고 물었더니 소소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은 나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단층집에 살고 있다. 주소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다. 가마쿠라라고 해도 산 쪽이어서 바다와는 꽤 떨어져 있다. 전에는 선대와 살았지만, 삼 년 전에 선대가 세상을 떠나고 지금은 오래된 일본 가옥에서 혼자 산다. 하지만 언제나 주위에 사람 기운이 느껴져서 그리 외롭진 않다.(009)로 시작된다.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메미야 하토코(일명포포)는 문구점을 하면서 대필이 주 업무인 할머니의 사랑 방법이 너무 엄하다보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선대라고 표현한다.

 

어릴 때에는 엄한 할머니의 뜻에 따라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대필 교육에 열심히 임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반항 한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해외에서 몇 년 간 떠돌기도 하다가, 선대가 돌아가신 후에야 가마쿠라로 돌아와 운명처럼 문구점을 다시 열고 대를 이어 대필까지 하게 된다.

 

선대도 의뢰가 들어오면 노인 클럽 게이트볼 우승자에게 주는 상장이나 일식집 메뉴판, 이웃집 아들이 취업 활동에 쓸 이력서 등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간단히 말해서 글씨 만물상 같은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마을 문구점에 지나지 않는다.(013)

 

선대(先代)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대필을 맡길까? 싶기도 한데 의외로 서중(暑中) 안부 엽서를 시작으로, 알음알음 대필 의뢰가 들어온다. 포포는 대충 대필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 내용은 물론이고 종이며 필기구·글씨체 등 모든 것을 클라이언트의 사연을 경청하고 거기에 맡게 최적의 선택을 해서 공을 들여 작업한다.

 

신세를 진 여러분께

가마쿠라의 신록이 한층 생기를 띠는 계절이 됐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쓰루오카하치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지 십오 년이 지났습니다.

생각해보니 눈 깜짝할 시간이었네요.

그날, 눈처럼 벚꽃이 날리는 가운데 여러분 앞에서 부부가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서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바다에 가거나 하이킹을 하며, 진부한 표현이지만 일상의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그런 날들을 보내며 서로 이해와 애정을 쌓아왔습니다.

비록 자식은 얻지 못했습니다만, 대신 애견 한나를 자식처럼 사랑하며 지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한나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한 것이 저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군요.

각설하고, 이번에는 여러분께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7월 말을 기해, 저희는 부부 관계를 정리하고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둘이서 함께 지낼 방법이 없을지 서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때로는 친한 친구에게 중재를 부탁하기도 하며 행복한 결말을 얻도록 최선의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반려자와 다시 한 번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싶다는 아내의 뜻은 흔들림이 없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066)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려도, 때로는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할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대부분 서로 쉬쉬하면서, 아는 이들과 연락을 끊고 절망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정서가 많이 달라 결혼식 초대도 신중하게 가까운 이들에게만 한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소설이지만 자신들을 축복해 준 이들에게, 이혼 사실을 보고하고 서로의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때로는 거절 대필 같은 난처한 경우도 있지만, 떠난 이를 애도하는 조문 편지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조문 방식을 떠 올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엄하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애정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 사실이 하토코를 오랜 세월에 걸쳐 괴롭혀왔나 생각하면, 정말로 진심으로 한심해집니다. 언젠가 그 아이와 서로 이해할 날이 올까요?(217)

 

무엇보다도 할머니를 선대라고 부르던 포포가, 어느 날 할머니가 다른 이에게 쓴 편지에서 온통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일본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참 소박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잔잔하게 시작해서. 진한 감동으로 끝맺음한다. 그렇다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예전에는 편지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굳이 손편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던 게 언제였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큰 애가 군대에 가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국군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쓸 때에는 군인들이 무척 어른으로 생각되었었는데, 막상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니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 같아서, 인터넷으로 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편지를 쓰곤 했었다.

 

거기에 한때는 메일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도 있었으나, 지금은 메일조차도 거의 SNS 등으로 주고받기 곤란한 파일 같은 게 있을 때나, 메일 외에는 상대방의 다른 정보를 알 수 없을 때에만 사용하고, 특별히 안부편지를 쓰지는 않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동네를 산책 하다가 우리 동네에 이런 것도 있었나? 하고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바삐 살다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놓치는 것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츠바키 문구점은 제목의 문구점 말고는 모두 실명이라고 하니, 소설을 읽으며 포포가 가는 데로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따라가 보는 재미도 있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당장 긴 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문구점에 가서 예쁜 엽서 몇 장 골라 평소에 고마웠던 이들에게 몇 자 적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동네 문구점도 많이 사라져서 문구점 찾기도 쉽지 않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얼마 만에 강산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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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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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가우르 고팔 다스

(종교와 종파를 뛰어 넘어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전)


 

남들은 지름길로 잘도 가는데, 유난히 내 앞에는 높은 계단이 그것도 가파르게 뻗쳐 있어 매번 내 사기를 꺾었다. 목표를 정하고 한 계단 한 계단 힘겹게 올라보면, 이미 너무 늦어버려 목표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절망하고 또 절망하면서 또 다른 계단을 찾아 올라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새 백발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아이들 일까지 너무 풀리지 않아, 엄마 마음에 또다시 길을 잃었다. 그런데 나만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책도 잠시 길을 잃었나보다.

 

도서 발송이 누락되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은 어쩌면 내게로 와 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귀한 책이 되었다. 다행히 뒤늦게 연락이 되어 조금 늦게 받아볼 수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만나지 못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서 아찔하다. 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왜 제목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 책일까? 하고 무척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정말 아무도 빌려 주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나는 푸네(인도 중서부 뭄바이에서 기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소도시)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역설적이게도 뭄바이 시내의 고층 빌딩들 한복판에 위치한 아쉬람(수행 공동체)에 머문다. 그 단순한 장소에서 나는 스물다섯 해 동안 수도승으로 살아왔다. 그곳에서 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혜를 공부해 왔을 뿐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술을 세상과 나누는 법을 배웠다.(11)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멘토이자 라이프코치이며 수도승인 저자 가우르 고팔 다스는 처음부터 수도승은 아니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휴렛팩커드에 취직한 성공한 공학도였다. 그는 젊은 시절 이미 성취의 꿀을 충분히 맛보았고,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힘과 자신감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인기와 찬사를 받아 자부심도 충만했다. 그런 그가 수도승이 되어, 행복이 세상을 치유할 것이라고 믿고 행복의 점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를 돌며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깨우는 수도승으로 나섰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외면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부유한 친구 해리로부터 푸짐한 식사 대접을 받는다. 그 후 친구의 차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며, 길이 막혀 밀리는 차 안에서 해리의 행복하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삶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약속시간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묻고 답하는 문답식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흥미롭고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행복의 비밀에서 여든이 넘어 보살펴 줄 가족이 없어 끝끝내 요양원으로 가야하는 한 부인이, 자신이 거처할 방을 보기도 전에 맘에 든다고 이야기 한다. 너무 어이없어 이유를 물었을 때, 그 부인이 이렇게 답한다. 행복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에요. 나는 이미 내 방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고,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내 남은 생을 사랑하기로 결정했어요. (28)

 

저자는 삶에서의 문제는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만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분노나 미움 역시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만, 평화나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감사는 우리 자신의 선택이라고 한다.

 

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아요.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는 그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달려 있어요. 나의 행복이 달려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나는 내 삶의 모든 상황과 모든 순간에서 행복을 선택합니다. 만약 내 행복이 다른 사람, 사물 또는 상황에 의존해 있다면, 그 대상이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할 것이기 때문이에요.”(37)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의 행복을 남편이나 아이 등 가족들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거기에 대해 저자는 행복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며,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 여성의 말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자신의 행복에 대한 결정권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물건에게 결코 양도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러면서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자신을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고, 벗어날 수 없을 때는 그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배워서,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나 상황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는 CAR(change·accept·rise)을 제안한다. 거기에 스승의 말을 빌려, 부정적인 것이 우리 마음을 집어 삼켜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상실하게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다고, 너무 가난하고 너무 가난해서, 그들이 가진 것은 오직 돈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이다. 나는 그 삶이 가난에 찌든 삶이라고 여긴다. 당신이 가진 것이 돈 뿐이라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삶에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이 있고, 삶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232)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더 바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열심히 일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과 직간접으로 관련 없는 삶의 부분들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짜 가난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가진 것에 감사할 때 더 많은 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기도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당신이 틀렸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정직하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현명하다. 그리고 당신이 옳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것은 당신이 옳은 것보다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자기 돌봄의 미학이다.(171~172)

 

 

쉽진 않겠지만 상대방이 밉더라도 먼저 챙겨 주고 이해하려 할 때, 관계가 회복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먼지를 발견할 것이 아니라, 금가루를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때로는 옳은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주변의 세상에 의해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읽어가듯 자연스럽게 읽다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불행을 안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가슴이 먹먹해지고 정신이 퍼뜩 난다. 혹시 지금 자신의 행복을 엉뚱한 곳에 의존하고 불행하다며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멀리 인도에서 날아온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마음을 다독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해리가 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행복을 느끼게 되리라 생각된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결정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마음이 절로 생겼다.

 

1. 행복 열쇠를 잃어버리지 말 것

2. 인간은 아름답게 불완전한 존재

3. 마음의 일시정지 버튼 누르기

4. 반응하는 삶에서 깨어 있는 삶으로

5.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연습

6. 자기 돌봄의 미학

7. 사랑하는 일을 하면 일할 필요가 없다.

8. 확장해 가는 존재의 아름다움

9. 완벽한 것보다 더 좋은 것

10.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이유

 

첫 번째 바퀴-감사하는 마음에서

두 번째 바퀴-관계 맺기

세 번째 바퀴-자신의 선물을 발견하기

네 번째 바퀴-기쁨의 순간을 선물하기

 

연필의 첫 번째 교훈-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네 안에 있다.

연필의 두 번째 교훈- 네 안에 있는 것이 드러날 때 진정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연필의 세 번째 교훈-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아무도빌려주지않는인생책

#가우르고팔다스

#자기계발서

#인생책

#마음챙김

#인생강의

#수오서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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