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문학동네 시인선 86
김상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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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와서 자기 생각을 찾고, 자기를 찾고, 결국 타인마저 고양시키는 그들은 하나같이 슬픔의 왕들이에요. 되게 망쳐버린 부분이 있고 꼭 되찾고 싶은 생활이 있습니다.

너무 슬플 땐 무서운 게 없더라네요 아무래도 내겐 공포를 지나칠 수 있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내가 무언가를 말해도 되는 걸까, 나의 멀쩡한 집과 가족을 어떻게 설명할까

의사가 미소 짓습니다 괜찮으니 이제는 제 이야기를 해보라네요 그냥 슬픔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중인데,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얼마든지 기뻐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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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6
김상혁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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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사는 재미를 일깨워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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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셰프의 프렌치 주방 셰프처럼 요리하기 2
김민규 지음 / BR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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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리뷰는 블루리본서베이 서평단 이벤트 모집에 지원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


Image© 블루리본서베이_블로그

김민규 셰프의 <프렌치 주방> 리뷰


요리를 잘 하는 편은 못 되지만,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터라

평소에도 요리 방송이나 요리책을 즐겨 보는 편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참 음식이나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타인이 먹는 것을 방송으로 보기도 하고, 
쉽게 해먹는 혼밥 요리 프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요새는 미니멀라이프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소하고 건강하게 먹는 밥상에 대한 프로그램도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 삶에서 먹는 것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매일 문학이나 인문사회 서적들 위주로 서평단을 신청해오다가, 
처음으로 요리책을 리뷰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책은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초보요리사가 가정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담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표지부터 오타가 났다...ㅠㅠ

Cuisine française à la maison 이 맞는 표현...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는지...)


목차는

Amuse(아뮈즈), Potage(수프), Entrée(전채)



Poisson(생선), Viande(고기), Garniture(가니시), Brunch(브런치) 로 이어지고,


책의 뒤편에는 Appendix(부록)과 셰프의 팁이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각종 소스와 기본적인 요리 과정 등을 
간편하게 정리해놓은 장이다.


목차를 지나면, '이 책을 보는 법'이 따로 설명되어 있는데

책의 구성 방법과 참고할 내용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각장의 레시피마다 표시되어 있는 마크가 의미하는 바를 알려주거나, 
몇 인분을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등을 미리 공지해주는 것이다.



책은 꽤나 두꺼운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편적인 프랑스 요리의 전반 과정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식전에 입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Amuse(아뮈즈)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초보요리사도 손쉽게 따라하는' 책이라는 표현은 좀 부적절한 것 같았다.

책에 따르면 조리시간이나 과정이 간소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에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 많았고(다들 어디서 구하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초보요리사'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지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엄마께서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책을 함께 펼쳐 보았는데

이 재료는 뭐지? 하는 게 꽤나 많았다.

대형마트에 가면 구할 수는 있겠지만,

간소하고 간편하지만 건강하게 먹자는 요즘의 트렌드에 적합한 책 같지는 않다.

그냥 프랑스 요리에 정말 관심이 많고, 
많이 시도해보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또는,

여기 나오는 독특한 재료들 대부분을 평소에도 구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잘 맞겠다.



물론 따라해 볼만한 요리도 있는 편이다.

Potage(수프) 코너나, Poisson(생선) 코너, 그리고 Brunch(브런치) 코너에서는

몇 가지 재료를 더 구비해서 시도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 몇몇 있었다.


그리고 책이 전반적으로 프랑스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편인데,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은 끄덕끄덕하겠지만(프랑스어 공부에 좋다ㅋㅋㅋ)

생소한 사람들은 좀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있다.

프랑스 요리책이더라도, 

꼭 프랑스어를 그대로 가져다 써야할 필요 없이

충분히 우리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고 본다.

더불어,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 않을까?

어떤 재료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거나,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의 친절한 설명이 첨가되었다면

더없이 좋았을 것 같다.


Appendix(부록) 부분은 그래도 실용적인 면이 돋보였는데,

육수와 소스 만드는 법, 그리고 프렌치 주방 용어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중에서 육수와 소스를 만드는 레시피는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프랑스 요리에서 쓰이는 것들 위주이긴 하지만,

평소에 다른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

부록 마지막 부분인 '프렌치 주방 용어'는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시간 날 때 읽어보면 좋겠다.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해놓은 장이다.



미식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는 요리의 과정이 매우 세분화 되어 있다.

천천히 음미하고 즐기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음식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 프랑스인들만큼, 
프랑스 요리도 조금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섬세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는 하는 것도 어렵고,
알고 먹는 것도 어렵다고 느낀다.

김민규 셰프의 <프렌치 주방>은 프랑스 요리 기본서로서
프랑스 요리에 대해 평소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선뜻 다가설 수 없었던 이들에게
좋은 토대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라기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 요리의 과정을 간소화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용어나 자주 쓰이는 재료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책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요리를 위한 재료나 기구들을 어느 정도 가정에 구비하고 있거나,

프랑스 요리를 비롯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혹은 정말 프랑스 요리를 배워보고자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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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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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 <책이 입은 옷> 리뷰


Imageⓒ aladin_책이 입은 옷



다독가는 아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책을 고를 때와 지금의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음을 가끔씩 느끼곤 한다. 예전에는 학급마다 마련되어 있는 작은 책장 안에 담겨 있는 몇 권의 책 중에서 골라 읽거나, 친구가 좋다며 빌려준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내 방안에 있던 책장은 물론 내가 읽었거나 읽을 예정인 책들로 빼곡하게 채워졌지만,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도 있었지만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밟는 아이들이라면 늘상 읽어야 할 것으로 강요되는 책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비교적 한정적이었지만, 나는 부족함을 모르고 천천히 그것들을 꼭꼭 씹어 삼켜 소화시켜왔다. 그런데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나니, 누구도 내게 책을 읽으라 하는 이는 없었고, 권장도서 목록이 적혀 있는 종이 쪼가리도 어디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수많은 책들, 어쩌면 평생 가도 내가 얼굴도 한 번 못 비춰주고 지나치게 될 책들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서점은 여전히 내게 행복을 전해주는 공간이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로 범벅되어 혼란스럽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날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색색깔로 나를 유혹하는 책의 표지들이었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책의 표지에서도 트렌드를 느낄 수가 있는데, 요즘들어 특히 드는 생각은, 세상에는 아름다운 책들이 너무나 많이, 손쉽게 제작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내용을 접하기도 전에 책의 정체성을 내멋대로 판단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책 표지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그 자체로 무언가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들. 문제는 책 표지와 알맹이인 책 내용과의 괴리감이 심각할 때이다. 표지에 이끌려 구입하기를 결정했던 책들이 알고 보니 아름다운 표지에 비해 책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책 제목 및 표지가 나타내는 바와 내용 간의 괴리감이 심각하다든가, 하는 문제들이다. 책을 아름답게 해주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보완해주는 표지라는 것이 정작 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북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발전할 만큼 출판시장에서 표지의 위상은 두터워졌음에도, 정작 나와 같은 많은 독자들은 책 표지에 속아서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다." (Imageⓒ la_lectrice)




표지로부터 소외된 어느 작가의 날선 외침

그리고 이렇게 '속은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독자만이 아니었나 보다. 소설가 줌파 라히리는 본인이 쓴 책이 45개국어로 번역/출간된 명성 있는 작가이다. 그럼에도 늘 자신이 쓴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늘 소외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이 45개의 각기 다른 표지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놀라운 일이지만, 동시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책들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나날의 연속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본인이 그 책의 주인이지만, 독자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책의 알맹이가 아닌 그 책이 입고 있는 옷이라는 사실은 늘 줌파 라히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작가의 본업이 글쓰기가 아닌, 그 글쓰기의 결과물이 마지막으로 입게 되는 옷 '표지'에 대해 작가는 말하기 시작했다. 줌파 라히리의 책 <책이 입은 옷>이다.


"내 책 표지를 그려줄 그래픽 디자이너와 얘기해본 적이 없다. 그를 모르며 만나본 적도 없다. 

우편으로 혹은 지금처럼 이메일로 완성된 결과물을 받아 본다. 

난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거부할 수 있으며 조금 수정할 수도 있을 터이다. 

표지 디자이너가 뭔가를 디자인하기 전에 책 전체를 다 읽었을지 아니면 단 한 챕터, 단 몇 줄만이라도 읽었을지 궁금하다. 

그가 내 책을 마음에 들어했을지도 알고 싶다. 

모든 게 불분명하다."


- p. 38.


작가가 '표지'에 대해 이토록 관심 갖는 데에는 본인의 책이라서 때문도 있겠지만, 줌파 라히리가 지니고 있는 출신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줌파 라히리는 영국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곧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했다. 영어를 쓰고 미국의 생활에 적응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아주지 않고 그저 인도 출신의 이민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사람들에 의해 심적 고통을 겪는다. 이는 책 <책이 입은 옷>의 첫 부분인, '교복의 매력'에서도 나온다. 미국엄마들이 가는 옷가게가 아닌 데에서 늘 '이상한' 옷을 사다가 주던 엄마, 그리고 이로 인해 늘 튀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작가는 사촌들이 교복을 입는다는 사실을 부러워 하며 미국에서의 자신의 옷차림이 "아주 먼 곳에서 왔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한다. "옷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난 그 옷이 몹시 버거웠다."


"성인이 된 지금 나는 마음대로 옷을 입는다. 

하지만 과거의 그 불안, 옷을 잘못 입어 뭐라 핀잔을 듣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그림자로 남아 있다.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적당한 옷을 골라 입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간혹 시달릴 때면 

차라리 교복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 p. 19.


<책이 입은 옷> 목차 (Imageⓒ la_lectrice)



'벌거벗은 책'을 기대하는 건 이제 무리일지도

즉 작가의 이 같은 성장배경은, 작가 본인이 성장하는 동안 이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들고 만다. 나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이 아닌, 옷이나 겉모습과 같은 피상적인 것들을 보며 자신을 판단하는 타인들의 시선에 질려버린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작가가 책의 표지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결 된다. 작가인 내가 써내려간 책의 본질을 온전히 드러내주지 못하는 표지들의 연속, 그리고 어린 시절 작가가 도서관에서 보았던 표지 없는 '벌거벗은 책'들에 대한 기억, 결국 표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생각을 이어나가는지를 <책이 입은 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표지와 그렇지 않은 표지, 때로는 책의 내용을 보기 보다는 작가 본인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전혀 상관 없는 이미지를 구현해놓은 책의 표지들을 놓고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표지와 책 내용의 관계에 대해 천천히 풀어나간다. 어쩌면 줌파 라히리가 원하는 것처럼, 온전히 '벌거벗은 책' 즉, 책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책을 펼쳐보는 수밖에 없는 책들을 이 시대에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줌파 라히리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책의 본질은 내용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상업적인 이익을 올리기 위해 아름답게 치장해놓은 책 표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순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책이 완성되어 서점의 가판대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책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버렸던 작가 자신의 경험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들의 마음 한 켠을 따끔하게 만든다.


"텍스트 언어가 하나의 장벽일 수 있듯 표지도 장벽을 만들 수 있다.

이 얘기를 쓰고 있는 동안 나는 네덜란드의 한 서점에 있었다. 

변에 있는 책이라곤 모두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는 네덜란드어 책들이었다.

표지를 넘겨 첫 페이지를 읽어봐도 뜻을 알 수 없었다. 

난 책을 보고 그 시각적인 효과만 흡수했다. 책은 그냥 물건일 뿐이었다. 

서점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박물관인 것 같았다."


- p. 68.



그런데, 줌파 라히리는 이 책의 표지는 마음에 들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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