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킹 딥러닝 - 알기 쉬운 비유와 기초 수학으로 시작하는
앤드루 트라스크 지음, 박상현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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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교육 파트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쉽게 말하기'라는 것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새삼 느낀다. 물론, 내 일은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보다는 '우리 교육 방식을 선택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끊임 없이 설득하는 일(마케팅)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의 학습 수준이 천차만별이다보니,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기는 내 일의 70%를 차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어려운 주제에 대해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쉽게 말하기'란 직장을 다닌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쉽지 않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문과생이라는 데에 있다. 나의 생업이 기술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직장을 다니기 전 학부 시절까지는 기술과 관련된 공부를 몰입하여 해본 적이 없기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어려운 학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라는 질문은 나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앤드루 트라스크의 <알기 쉬운 비유와 기초 수학으로 시작하는 그로킹 딥러닝>(한빛미디어)의 경우, 이러한 측면에서 나를 놀랍게 한 책 중 하나이다. 최근 딥러닝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딥러닝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 니즈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입문자들이 늘 하는 질문은 단 하나이다. "이 책으로 or 이 수업으로 '나 같은 수준의 입문자도' 공부할 수 있나요?" '나의 수준'이라는 건 언제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딱 잘라서 학습의 가능/불가능을 이야기 해주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딥러닝이라는 분야에 안전하게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장 기초부터 준비해주는 건 가능하다. 어떤 분야든 '시작점'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앤드루 트라스크의 <그로킹 딥러닝>은 딥러닝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사전 준비를 알아서 다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입문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딥러닝 교재이다. 


수학 지식이 없어도 문제 없이 보는 딥러닝 책

<그로킹 딥러닝>은 서문부터 목차, 각각의 chapter가 매우 친절하게 집필되어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누구나 이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딱 2가지를 염두에 둔 채,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간단한 계산을 넘어서는 수학 지식이 없어도 독자가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2. 내부 동작 과정을 알 수 없는 고수준 라이브러리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지식은 다양하지만, <그로킹 딥러닝>은 이 책을 펼쳐보는 모든 이들의 사전지식이 0에 가깝다고 가정한 뒤 내용을 시작한다. 딥러닝을 공부하려면 수학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구글에 '딥러닝 수학' '딥러닝을 위한 수학' 등을 검색하면 다양한 책과 강의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로킹 딥러닝>의 경우, 간단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만 있다면, 딥러닝에 문제 없이 입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 완독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딥러닝에 대한 기초 개념과 실습을 진행하는 파트들을 살펴봤을 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려운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림과 도식을 충분히 활용하는 친절한 교과서

또 하나의 특징은 그림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강의장에서 직접 교수님에게 판서를 통해 지도를 받거나, 영상과 같은 매체를 통해 시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책'에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수학이나 과학을 배척하는 사람은 아니지만(...^_^), 컴퓨터공학 쪽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늘 '기술 서적'에 대한 막연한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문학이나 인문학 책에 비해, 기술 서적은 왠지 그들만이 아는 언어로 이야기할 것 같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는 거리가 멀며, 대체로 글을 잘 못 쓰는(이것도 편견이다) 필자들이 딱딱하게 서술했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로킹 딥러닝>은 내가 누군가에게 딥러닝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개념부터 다루는 교양 강의를 듣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만큼, 상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집필되었다. 특히, 비유를 통해서 딥러닝의 개념들을 설명하는 파트가 자주 등장하는데 인상적이다. 딥러닝, 머신러닝, 비지도/지도학습과 같은 학문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 신경망, 경사하강법 등 딥러닝 기술을 단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들을 도식화된 이미지와 친절한 텍스트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아마 중/고급 수준의 공부를 이미 하고 있는 분들은 너무 쉽다고 느낄 것이다.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스스로 구축하는 법을 배움

딥러닝 프레임워크, 특히 이쪽 파트에서는 다들 배운다는 '파이토치'와 '텐서플로'를 다룬 교재나 강의는 요즘 정말 많은 것 같다. 딥러닝에서 프레임워크는 코드의 복잡성을 비교적 완화하고, 신경망 학습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개발자들이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를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딥러닝 프레임워크도 딥러닝 관련 엔지니어나 연구자에게는 꼭 공부해야 할 필수 요소이다. 독특한 것은, 이 책은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법을 다루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부하느냐, 미니 버전의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직접 구축하는 걸 배운다. 이걸 하는 이유는, 파이토치나 텐서플로를 다루는 법을 학습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프레임워크 내부의 아키텍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동작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딥러닝 활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도의 길을 걷기 위해 미리 매를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ㅋㅋㅋㅋ 물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는 거겠지만



챕터가 총 16개이고, 마지막 챕터는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라고 해서, 이 모든 과정을 공부한 학습자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 필자가 상세하게 안내하는 내용이 있다. 이걸 보면서 정말 선생님(필자)이 친절하고 지식 공유에 힘 쓰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단계 : 파이토치를 배우세요' 부터 '4단계 : 블로그를 개설해서 딥러닝을 가르치세요' 등 다양한 공부법 추천이 등장한다. '8단계 :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세요'는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이 책이 학습자의 커리어까지 제시해보려(?) 한다는 걸 알게 하는 내용이다. 




외서임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유연하고 책의 전반적인 구성이 친절하다는 점에서 딥러닝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나도 천천히 완독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필자가 적어놓은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까지 가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기는 하나, 딥러닝 분야에 관심이 많고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해보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할 생각이다. 아, 물론 파이썬 정도는 쪼금 다뤄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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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쓰면
눈앞에서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한참을 서 있다 사라지는 그를 보며
그리다 만 얼굴이 더 많은 표정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그는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독한 폭설이었다고
털썩 바닥에 쓰러져 온기를 청하다가도
다시 진흙투성이로 돌아와
유리창을 부수며 소리친다

"왜 당신은 행복한 생각을 할 줄 모릅니까!"

절벽이라는 말 속엔 얼마나 많은 손톱자국이 있는지
물에 잠긴 계단은 얼마나 더 어두워져야 하는 건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가시권 밖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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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구기고 마음을 자를 수 있다면 어디에 보관하는게 좋을까 너는 투명하게 웃는다 미소가 옅어진다 속력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와 내가 같은 마음에 가담했다는 것이 무섭다

지난 꿈에서 너는 익사하고 있었다 너는 영혼이 무겁다고 했다 고요한 연못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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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부서지는 것들을 바라본다
포말과 어두운 하늘, 쏟아져 내리다가
백사장에 닿아서야 갈라지는 빗방울

너에게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름 모를 정서가 가슴 한편에서 밝아지는 게 느껴질 때면 어느새 밤이야 파문이 커지면 커질수록 악기를 쥐고 음악을 만드는 밤이 있지 창문은 하루 종일 물결치는 장면을 상영 중이야 해변의 성당은 허물어지고 신도들은 날마다 죄를 짓고 있지 두 손을 모으려고, 신을 찾아 더듬거리려고, 맞아 부풀어 오르는 밤이야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해도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 너는 이런 날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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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책상이 있고 책상에 누가 누운 흔적이 있고 수백 개의 창이 있고 거기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는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조용히 움직이는 초침이있고 망상과 전망을 혼동하는 시인이 있고 점차로 찾아드는 들숨과 날숨이 있는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낮과 무관한 밤이 있고 눈뜨지 않는 육체에 갇힌 영혼이 있고 창밖으로 무수하게 펼쳐진 마지막 잎새가 있는 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자주 아픈 사람은 병원에 자주 가고 계속 아픈 사람은 병원에 계속 있고 아프지 않으면 오지도 못하는이곳은 네가 아닌 병원

아무런 비밀도 없는데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세계다

영화를 보는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이 죽는다 원래 죽기로 되어 있던 사람들이 죽는다 영화 밖에서도 사람은 죽지만 거기에는 자막이 없다

이 시에는 다른 어떤 시들처럼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이 아프거나 슬프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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