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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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장편소설/ 델피노 (펴냄)








문학지로 등단하신 이후 어느새 소설 3권을 쓰시며 동일부 통일 창작동화 등 많은 상을 수상하신 작가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작가의 첫 작품부터 최근 신간까지 다 읽게 되었다. 작품이 조금씩 더 성숙을 더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꽃말이 언급되는 작가의 소설, 묘한 여운을 준다.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그 소개가 딱 들어맞는 분이다.







얼마 전 책을 통해 1900년대를 살다간 조선 최고의 가수 윤심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의 찬미의 너무나 사랑받았던 가수, 극작가 김우진과의 로맨스, 불과 29세 나이에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의 삶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소설에 윤심덕이 언급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주인공 화녕이 사랑하는 인물.... 신파극 가수의 꿈을 키우는 화녕, 아버지는 죽인 나라 일본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야 했던 조선의 소녀들, 식민지 조선에서도 노래는 계속되어야 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예술은 어떤 식으로 일본에 유린당했는지 소설을 통해 너무 잘 드러난다.







일제 강점기에 불린 전쟁 찬양의 노래, 아들을 군에 바친 노래, 천황을 찬양하는 노래들... 가사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다 ㅠㅠ 그 어떤 명분보다 귀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천황이 진리인지 모르겠으나, 식민지를 떠나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정서는 여전히 의문이자 반감이 생긴다.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일본의 어린이들, 그들이 자라난 일본은 어떤 나라가 될지, 모든 것에는 인과 응보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작품은 또한 소설적인 재미도 뛰어나다. 무려 30살 어린 아내, 남초시 댁 도련님 인서, 인예 아씨, 소위 재취 자리 부인의 삶을 살아간 서 씨 부인, 진주 헌병대장의 아들 현성, 유모인 채단, 헌병대 그 바로 등 흥미진진한 인물들의 삶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 아래에 얽히고 설키는데..... 앵초,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등 꽃말이 소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소설 #파친코 도 떠오르고, 동시대를 언급한 많은 소설이 떠올랐다. 역사 픽션을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역사와 개인 간의 삶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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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음, 곽범신 옮김 / 반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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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유키 (지음)/ 반니 (펴냄)




아득히 먼 우주를 떠올리면 그저 벅찬 마음이 든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우주는 어떤 느낌인가? 무한하고 아름다우면서 압도적으로 공포적인 존재이다. 저자는 도대체 그 광활한 우주를 어떻게 원룸에서 연구하는 걸까? 천문학자의 원룸이라니 독특하게 느껴진 책이다. 원룸이라는 공간의 차이일 뿐 그 어디든 물리력이 존재한다는 것. 원룸에 사는 우주공학자 이야기 속으로....



의외로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는 저자의 연구. 스케치북 크기의 컴퓨터 한 대를 켜놓으면 금세 하루가 간다는 저자. 사각사각 깎은 연필로 자신의 생각을 적다 보면 어느새 광활한 우주로 녹아드는 기분이라니!!! 정말로 과학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푹 빠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 몹시 이해되고 공감된다^^






저자의 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스물여섯 살의 아인슈타인을 만나게 된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위대한 업적에는 나이가 없다. 상대성 이론, 에너지 운동량 텐서, 계량, 리치텐서, 중력 방정식, 2차원의 곡면 등 다양한 용어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사는 4차원의 세계 자체에 희어짐이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은 수학과 떼 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공개수업에서 자주 언급했던 피보나치수열 부분이 흥미로웠다.








무려 800년 전이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세계!! 토끼의 숫자를 세어보다가 발견한 수열이 자연계 구조의 비밀을 서술하는 열쇠가 되었다. 피보나치수열에서 소용돌이 은하까지 이끌어낸 공통점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직접 찍은 해바라기 사진, 과학은 자연의 비밀을 밝혀내는 열쇠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보이저호, 산책, 고독 그리고 사랑.....

1977년에 쏘아 올린 보이저 1호와 2호에 대한 언급 뭔가 가슴이 찡하다. 이제 2025년이면 그들은 지구와 교신이 끊긴 채로 영원히 우주를 떠돌게 될 운명이다. 무시무시한 고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래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래오래 봐둔다는 문장도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저자는 쿨하게 썼다 ㅋ







우리는 모두 태양이라는 저자, 이글거리는 태양.

자신의 삶에는 그 누구보다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예전에 문과 VS 이과를 나눈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사뭇 웃프게 느껴진다. 문이과 대통합의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고, 글을 잘 읽고 잘 쓰는 사람이 수 과학에도 유능한 요즘이다^^


일본의 우주과학 기술은 우리보다 월등하다. 책을 통해 만나면서 느껴진다. 별보다는 달이 좋다. 달은 매일 그 모양이 바뀌긴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 밤을 지켜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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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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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 지음)/ 쌤앤파커스(펴냄)










화이트홀은 무엇인가? 아마도 블랙홀의 반대 의미, 모든 것을 내놓기만 하는 천체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아니라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평가받는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블랙홀의 수수께끼 동생 같다고 묘사되는 화이트홀.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화이트홀 연구에 매달리는 과학자들이 있다. 화이트홀을 설명하려면 먼저 블랙홀을 언급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최종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을 있게 한 기준이자 토대이자 중력에 대한 본질이기도 하다. 블랙홀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은유적이라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사물의 질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과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문장도.....






화이트 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블랙홀을 보기 전에도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 덕분이다. 과학이라는 퍼즐은 전체가 맞아 보여도 간혹 일부 조각 때문에 어긋나기도 한다.


화이트홀: 블랙홀이 긴 긴 수명이 끝난 후, 블랙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진짜 어려움을 배우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는 이 책! 시공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면서 최대한 쉽게 접해볼 수 있었던 장점.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과학 상식이 필요했던 점 없지 않다 ^^








우리가 블랙홀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면 멀리서 지켜보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를 볼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의 지평선 너머에 있습니다 p35







흔히 과학은 이성의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직관력, 감각, 논리력, 상상력까지 필요하다. 이 책은 이런 단어들을 피부에 바로 와닿게 해주는 책이다. 한 편의 우주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은 책이다. 과학을 사랑하는 과학에 관심 많으신 독자뿐 아니라 과학에 입문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화이트홀, #카를로로벨리,

#우주과학, #이론물리학,

#쌤앤파커스, #세계적인물리학자,

#천체물리학,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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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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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휴머니즘이라는 기적.......





매튜 퀵 장편소설/ 창비(펴냄)






기적이 존재할까? 바꿔 물으면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같을지도 모른다. 오직 휴머니즘뿐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ㅠㅠ ( 이것은 서평용 문장이다. 사실 나는 신을 믿는다. 믿어왔고 앞으로도 아마 계속 믿을 것이다....)

죽을 만큼 아프고 나면 세상은 전과 달리 보인다. 나는 그렇다...





총기 난사 사건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우리나라, 오히려 남의 이야기 같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제목 자체가 은유적이라서 이미 그 큰 의미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비극이다.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로 살해당한 피해자와 그걸 지켜본 생존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에게도 이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삶은 비극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하나 더!!!!!! 가장 중요한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을 녹여낸 점 감동이다. 가해자의 가족에 대해.... 참으로 조심스러운 언급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 가족은 가해자와 동급이다. 가해자 = 가해자의 가족= 죽일 놈 .........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살인자가 있어요" p 299

읽는 순간 쿵!!!!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 문장이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상처와 악마가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모든 치유자는 처음에 상처받은 사람이었다고요. 그들의 목표는 그 고통을 감당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러다 보면 고통이 스스로 치유된다고 했죠.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드세요 p252



서간문 형식의 소설...

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늘 손 편지를 써왔다. 최근에는 주로 학생들이나 학부형들께 쓴 것 같다. 답장에 오지 않는 편지를 반복해서 쓰는 행위가 얼마나 아픈 일인지 써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러나 쓰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는 일도 있다. 편지라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고통,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칼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 같았다.




영웅과 악마!!!

이분법적인 세상에 신물이 난다. 심한 장염을 앓고 나서인지 여전히 이분법적인 세상에 구토가 올라온다.




덧. 이번 학기 연수내내 강사님은 카를 융을 언급하셨다. 관심도 없던 융이 좋아지는 경험

강사님이 추천해 주신 융의 책들을 읽는 중인데 이 소설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운 마음!!!

이 뜨겁던 여름도 그리울 날이 있을까...... 몸과 마음으로 앓았던 여름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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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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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록우드 소설/ RHK (펴냄)










아무도 할 수 없는 이야기 그러나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들은 때로 존재할 수 없는 곳에 존재하지 않는가'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이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되었지만, 나의 느낌은 '아... 시인이 쓴 소설이라 이렇게 리듬감이 문장 곳곳에 녹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커 상 문학상의 후보에 거론되며 2022년 딜런 토머스 상 수상작의 작가 퍼트리샤 록우드. 문학평론가 신형철 님의 작품 해설이 무척 인상적인 소설이다. 해설마저도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소설과 넌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라인 천국 시대, 소셜 미디어 대세 시대, 모두가 익명성에 기대어 실존에는 전혀 무관심한 이 시대를 관통해 보여주는 느낌이다.......라고 나의 느낌을 써본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는 이 소설을 다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줄거리를 요약하고 등장인물을 분석하는 등 기존에 내가 읽고 쓴 소설의 리뷰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해 봤다. 어떤 관점에서는 이 작가의 단 한 챕터만 놓고도 완전한 한 편의 리뷰를 쓸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작품 전체를 요약하고 내용을 분석한다 해도 몇 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ㅎㅎㅎ 아마 읽어보신 리뷰어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이렇게 독특한 섬뜩함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 출간됨과 동시에 기존 소설들의 문법은 구닥다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쓴다면 너무 오만하게 들릴까....... 두려울 정도다 ㅠㅠ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는 소설의 첫 문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소셜미디어 속 세상은 눈이 내리는 열대라니 만물의 눈보라 속 첫 번째 눈송이가 내 혀 밑에도 떨어져 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새로운 계급의식, 남자들의 탐욕적인 시선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무수한 흉터들, 포털이라는 식민주의 아래에서 소셜미디어가 주는 온갖 기만의 행위들을 통해서 어떤 이들은 악질적인 대체품이 되어간다... 이미 이 세계가 충분히 다크한데 이보다 더 다크한 하드 웹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는 독자다...









나는 오늘 포털에 무엇을 썼던가...

어떤 사진을 올렸던가?

지난 몇 년간 책스타그램을 하면서 내가 남긴 기록들은 무엇인가? 최근에 몸이 너무 아파서 다 지우고 정리하려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내겐 정말 의미가 남다른 책이다....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말한다. 단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의 서재에 책들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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