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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3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종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이반 투르게네프 『사냥꾼의 수기』
문학동네(펴냄)
내게 러시아란 죽기 전에 꼭 가서 몇 달 살아보고 싶은 나라. 내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나라,
톨스토이 그리고 안톤 체호프, 푸시킨, 이반 투르게네프...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들.
문학사의 대가를 불리는 이런 위대한 작가들이 한 분도 아니고 둘, 셋, 넷....... 이렇게 많이 배출한 나라에서 왜 전쟁인지? 도대체 푸틴을 도스토옙스키를 얼마나 읽었을까? 이들 대가들의 소설을 진심으로 읽었다면 저 길고 긴 전쟁이 있을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떤 더러운 이해관계가 얽혀있길래 저 미친 전쟁을 계속하는가! 2022년 2월 잠깐 관심을 쏟더니 이젠 먼 남의 나라 일이 되어버린 전쟁!!!
러시아 문학을 사랑한다. 도스토옙스키를 너무 사랑하다 보면 다른 작가의 문장에서도 도스토옙스키적인 광기를 찾게 된다. 마음이 헛헛할 때도 세상이 온통 나를 뒤흔들어놓을 때도 찾게 되는 것은 오로지 《지하로부터의 수기》 《백치》 《악령》 읽다 보면 또 이 미친 짝사랑을 이만 끝내야겠다 싶어서 이번엔 이반 투르게네프를 펼쳤다.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읽으며 이 분은 '농노'라는 사회 밑바닥 계층을 다루는 위대한 작가. 그들의 삶에 가까이 들여다보고 소설이 될만한 것을 듣고 포착하고 쓰고 다 좋은데, 소설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어쩌면 귀족인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의 농노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짧은 단편 모음을 통해 독자들은 1800년대 중반의 러시아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농노들이 주로 먹은 파이, 간식거리, 여가생활, 연애, 가정생활, 의복, 18~19세기 가 호조사( 남성 인구로만 했음,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러시아 vs 튀르키예의 전쟁 험담까지..... 심지어 귀족들이 피했던 천한 이름도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식으로 개똥이, 막딸이 등의 이름인 아쿨리나, 트리폰 같은 이름을 귀족들은 천하게 여겼다.
너무나 상세한 러시아의 모습, 귀족들의 삶이 아닌 농노들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무척 서정적인 배경 묘사가 많았다. 그러나 배경과 농노들의 현실은 너무 달라 보인다. 소설에서 투르게네프의 철학,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해석이 엿보인다.
662페이지 총 25편의 단편, 각 단편의 길이는 무척 짧아서 처음부터 읽지 않고 생각나는 만큼 펼쳐 읽기 좋다. 농노해방령이 발표되기 직전의 모습인데 당대 농노들은 배고픔 대신 농노의 삶을 주로 택했다. 주인에 대한 복종 정신은 눈물겨울 정도다.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 계급 문화는 신분제가 없어진 조선의 모습과 유사하다. 농노들의 삶은 무척 비극인데 해학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에 눈물 찔끔!
덧. 그리고 투르게네프식 사랑, 그것은 30~40대 귀족 남자의 판타지가 투영된
톨스토이식의 사랑은 곧 결혼, 혹은 가정을 이루는 이런 현실적 사랑도 아니고
도스토옙스키처럼 콩깍지 씌우고 불꽃 팍팍 튀는 미친 사랑도 아닌
중년 남성의 미지근한 사랑, 내 스타일 아니다...
하~ 지친 영혼은 이번엔 마의 산 재독 갈 예정!! 토마스 만 선생님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