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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평점 :
신도윤 장편소설/ 오팬하우스(펴냄)
흡인력으로 말하자면 최고인 소설이다. 장르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책 초반부터 잘 읽히는 소설은 처음이다. 잘 읽힌다의 의미는 뭘까? 가독성이 좋다의 의미는? 아무리 재밌는 얘기라고 문장이 형편없으면 잘 읽힐 수가 없다. 지금 리뷰를 쓰면서 다시 봐도 작가의 문장은 꽤 안정적이다. 가끔 잘나가?는 장르소설을 읽다가, 비문이나 삐걱거리는 문장을 만나곤 한다. 심지어 그런 책이 장르문학 신인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의아스러운 적이 있었다. 추리물, 범죄물, 스릴러에서 문학성을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인가. 그렇지 않다. 독자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 역량에는 훌륭한 작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기기괴괴한 이야기 공모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소설의 주인공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부모님을 잃었다. 나는 불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나는 왜 씨랜드 사건이 떠올랐을까? 얼마 전에 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다시 회자되었다. 식물원 카페 주차장이 되어버린 참사 현장에서 일곱 살 어린 딸, 아들을 잃은 부모는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적으로 겹쳐져 있다. 화재사고, 살아남은 아이, 시골마을의 비밀, 사이비 종교, 교주를 통해 신을 영접한 사람 등등 흥미로운 소재 가득한 소설이다.
알면서 쉬쉬하는 시골 마을의 이상한 인심, 오컬트 영화가 떠오르는 소설, 결말까지 한 번에 읽게 된다.
피가 뚝뚝 흐르는 이상한 비닐봉지를 들고 예배를 드리러 가는 마을 사람들, 학교 선생까지 다 이 종교의 신도들이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육체도 마음도 모두 신에게 바쳐진 사람들, 작은 신념조차도 무너진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한편 마음 아팠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바깥세상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그런 존재들.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지옥이 있다더니 그곳이 여기인가 싶다.
그러나 반대되는 감정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현우의 사연을 통해 본 종교의 민낯,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서 믿게 되는!!
어쩔 수 없다는 말에서 체념이나 절망 같은 감정을 느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종교에 발목이 붙잡혀있다. 신은 사람을 포함한 세상 만물을 위해 존재하는데, 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니 내겐 역설이다.
소설은 우리 사회를 비춘다.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순간에도 어떤 종교의 리더는 끝까지 예배를 강행했다. 사회가 힘들수록 종교는 우리 삶 깊숙이 파고 들어온다. 나에게도 종교가 있지만 믿는 자 천국, 불신자 지옥이라는 문장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첨단 과학의 시대 더 깊은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어떻게 진심을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는 소설 텍스트를 넘어 사회 현상이다. 사회 이슈를 다루는 소설, 내가 좋아하는 오컬트 가미된 한국형 호러 소설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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