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평점 :
KBS 대하사극 원작소설 『고려 거란 전쟁 고려의 영웅들』 상권
길승수(지음)/ 들녘(펴냄)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조선의 역사에 비해 너무나 축소되고 심지어 왜곡된 고려의 역사! 태조 왕건, 서희, 강감찬의 귀주대첩, 무신 정변, 몽골 침입, 원 간섭기, 최영 장군 등 고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조선 왕들과 왕비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반면, 고려의 왕들은 그 이름조차 낯설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라는 편견과 일본 유학파 출신 사학자들의 왜곡된 프레임으로 바라본 역사
지나치게 우리 역사를 확대해석해서도 안되겠지만,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소설은 고려 VS 거란의 전쟁 중 2차 전쟁인 양규 장군의 활약이 빛나는 흥화진 전투를 다루는 유일한 소설이다. 또한 작가의 전작인 《고려 거란 전기: 겨울에 내리는 비 1, 2권》를 대폭 개정한 책이다.
상하권 합해서 900페이지 분량의 대하소설은 최근 KBS 대하 사극으로 영상화되었다. 최수종 배우님 주연의 32부작, 공영 방송 KBS 방송 50주년 기념작이며 제작비 무려 270억 규모에 ICT 기술을 접목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몇 차례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았는데 마치, 잘 만들어진 최신 OTT 드라마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잠시 고려사를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고려를 둘러싼 적들 위로는 여진, 거란과 대립하는 송나라 등 국제정세가 고려에 불리하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이는 역사소설. 작가의 흥화진 배경 묘사에 놀라웠다. 인근의 강과 하천, 산을 묘사한 부분이 마치 그림 그리듯 펼쳐졌다. 대화를 통한 거란의 핵심 인물들 소배압, 야율율서(요 성종), 요나라 대신 한덕양 등의 성격 묘사도 흥미진진했다. 다소 기분파? 인 성종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아부하는 간신들의 아첨은 어느 시대에서나 보는 모습. 특히 우리의 장군들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지만 적이 장수인 소배압의 입장에서 그 심리를 어쩜 이리 그려냈을까 놀랍다. 최사위와 이섬의 농담, 무장 안소광 외에 리뷰에 다 쓰기도 힘들 만큼 많은 인물들의 묘사는 탁월하다. 마치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듯한???? 게다가 작전회의 내용이나 군대가 포진한 배치도, 각종 방어선이나 전차진 배열, 전술 그리고 당시 관직의 명칭과 역할 등은 철저한 고증과 검증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포가 나오기 이전이라 전쟁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특히 산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는 딱히 해법이 없었다.
어떤 전투이든 지금까지 쌓아놓은 경험상 해법은 다 있다 싶었는데, 유일하게 정확한 해법이 없는 것이 산성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P60
전장은 이성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었다. 마음속에 감정들이 극단으로 요동치는 곳이다. 용기라는 미덕도 사실은 감정의 극단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P159
모계사회인 거란,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난 성종은 이제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여야 했다. 그래서인지 친히,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로 침입한다. 실제 역사에서 양규 장군의 어린 시절이나 그의 출생 배경, 과거의 지명이 주체적으로 오늘날 어디인지, 흥화진 전투 당시 이동경로의 구체적인 설명이 기록으로 많이 남아있지 않은 점 몹시 안타깝다. 강감찬 장군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너무 오래전이라 남아잇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후 조선에 의해 고려의 역사가 축소되면서 사라진 것인지, 현재 북한과 중국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그런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 강감찬 장군만 기억하는 우리에게 양규 장군과 함께 김숙흥이라는 인물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는 점 눈부시다. 또한 소설에서 무녀인 신녀가 제사를 지내고 동명왕의 령을 몸에 모시는 장면 사람들이 동명왕을 추앙하는 점도 인상 깊다. 당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고려는 고구려의 후예임이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 임무는 첫 임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단순히 성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밖의 북적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우리의 땅에서 몰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P292
특히, 양규 장군의 곽주 탈환작전은 역사적 승리이며 또한 이 드라마의 백미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고려와 거란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소설은 그 시대에 활약한 장군과 초야의 병사들, 무명의 인물들에게 맞춰져있다는 점. 고려사, 요사, 송사를 두루 공부한 저자, 조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한 고려의 역사를 전면으로 세우는 과감하고 위대한 소설이다.
1권은 강민첨 장군이 서경에서의 승리 장면으로 끝난다. 강민첨 장군을 치하하는 공덕비는 조선 정조 시대에서야 세워졌다고 한다. 예산에 장군의 묘가 있다고 한다. 조만간 답사를 가 볼 생각이다.
역사는 가장 강력한 스토리의 원천이다!!!! 아! 위대한 고려여!!!!!!!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