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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박예진 엮음 편역/ 리텍콘텐츠(펴냄)
책에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1898년, 1922년 각각 사진이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깨알같이 쓴 글들....
고등학교 입학식 날, 강당에 울려 퍼지던 시 낭송 고2 아나운서 언니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 낭송된 것은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한 시 《목마와 숙녀》였다. 내게 버지니아 울프는 고등학교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였다. 방송부 언니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반해서 시작된 고교 생활인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지만 중학교와 사뭇 다른 나였다. 기록의 중요성!! 그 시절 쓴 일기장을 아직 갖고 있다. 깨알 같은 손글씨, 지금은 손글씨가 엉망인데 그때는 어쩜 그리 반듯반듯 예쁘게도 썼는지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글자들.....
그렇게 추억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자니만의 방》 》올랜도》 《댈러웨이 부인》은 내게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소설이 내게 그리 쉽게 다가올 리 없었다. 나의 사유는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무엇에 닿아있었던 걸까....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이 함께 수록되어서 더 좋았다.
버지니아 울프를 페미니즘의 선두주자, 그 중심적인 작가라고 생각하는 데 페미니즘을 떠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 근거를 조리 있게 차근차근 써나가는 방식이 사뭇 놀랍다. 오히려 첨단과학의 시대 오늘날 작가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었다. 감동까지 주면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서는 교육과 지성이 필수적인 도구라는 버지니아 울프!!
문학과 예술의 변화, 남성 중심사상의 변화, 전쟁과 파시즘, 직업과 정치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버지니아 울프가 평생 주장하고 싸웠던 논제들이다.
여성으로 나는 나라를 원하지 않습니다. 여성으로서 내 나라는 전 세계입니다
아! 정말 최고의 문장이다. 당대 작가가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뛰어넘어 이런 문장을 쓸 수, 아니 생각해낼 수 있다는 자체가 기적 아닌가? 버지니아 울프의 마지막 순간, 삶의 끈을 놓아버린 자살만 이슈화하여 그를 무기력하고 예민하며, 불안정하다고 매도하는 시각들... 이 책을 읽어보면 그의 사유가 얼마나 일관되고 강건하며 통찰력 있고 지성인이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출간된 《플러시》의 문장들도 반가웠다. 아직 이 책은 읽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터.
그리고 《등대로》, 《파도》 《세월》 등 버지니아 울프 작품에서 강하게 각인된 문장들, 인문학적 해설과 함께 읽으니 이전에 작품을 읽고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그 의문들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이제 이 책을 덮으면 《등대로》를 꺼내 다시 읽어야겠다.....
책 마지막 장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가 프린팅되어 있다. 누군가의 자필 유서를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이런 대작가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너무 아프다...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