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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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귀 옮김/ 시공사(펴냄)










부제에 '비관과 기쁨을 오가는 삶을 이야기하다'라고 쓰였다. 이 문장만큼 이 시집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전원생활, 아름다운 추억이 펼쳐질 것 같은 이 빛나는 시들을 9.11 테러 이후 썼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굳건한 상징이 무너지고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인은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가게 된다. 평온을 가장한 위선과 전쟁의 참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저 빛나는 고층 아파트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위로 치솟을 때 나 역시 비슷한 감상에 빠져있었다. 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오후, 뭔가 쿵! 하는 소리에 놀라 창을 돌아보니 유리에 부딪혀 새 한 마리가 추락하는 0. 000 몇 초였다. ( 이것은 며칠 전 나의 경험담이다. ) 나는 차마 이전에 한 마리 아름다운 새였던 사체를 수습하지 못했다. 쳐다볼 수도 없었다. 너무 아파서... 미국에서만 연 9억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친다고 한다. 그러나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고 사람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웬 동물이냐고!!!! 말한다. 나의 안락함과 평화로운 오후.. 창에 부딪쳐 추락하는 한 마리 새는 너무나 이질적인 상황이다. 그 새는 나의 아름다운 오후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가?!! 하나의 삶이 이어질 때 수단으로써 죽어가는 존재들....







밤 산책이라는 시에서 이제 늙은 여자는 자유로웠다. 밤길을 혼자 걸어도 남자들이 찝쩍 하지 않을 만큼 늙어버린 여자.

시인 자신을 말하는 걸까? 어떤 몸이 사라지만 그 몸이 말하려 했던 이야기도 사라진다는 문장이 내내 눈길을 끈다. 어떤 사라진 몸이라?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옛날이야기만 남고 이제 할머니는 없다. 그분이 말하여 더 이야기는 길을 잃고, 나는 내 방식대로 할머니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어떤 몸을 보면 어떤 역사가 보인다.

그 몸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면

그 몸이 말하려 했던 이야기는 길을 잃는다 p55



시인의 시선도 그러했다. 일몰에서 시인은 타버린 낙엽들의 죽음을 말했다. 하지만 시인의 시선은 다소 냉정하다. 그 죽음은 실제이며 이젠 해가 져도 된다고 묘사한다. 한 장소에 오래 있으면 천국도 지겨울 것이라고, 이제 천국으로 가셨으니 시인은 그곳에서 지겨워할까? 재밌다고 할까? 눈이 내리고 침묵이 필요한 시간 지구는 잠들려고 한다는 시인, 시에서 살아있는 것을 죽어있다고 말하고 반대로 죽은 것을 살았다고 말하는 아이러니가!! 때로 어린아이 같은 유치함과 어른의 성숙함이 동시에 보였다.






루이즈 글린 시인님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이 분이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실지 생각도 못 했다. 그리 많은 연세가 아니었기에 더욱!! 이제는 고인이 되신 시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써본다.






시집의 전권이 다 번역된 나라는 시인의 모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다. 시집을 읽을 때, 나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썼을까? 혹은 시를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써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감상 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히,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의 시를 새로 쓰기 해본다는 것은 돌 맞을 일일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시란 주관적인 심상이므로 자신이 살아온 방식으로 시르 해석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가치롭다는 생각이다^^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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