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증언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이 두 권의 책은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시녀이야기>는 1985년에, 그 후속작이랄 수 있는 <증언들>은 34년만인 2018년에 출간되었다. 작가는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 <그레이스>나< 눈먼 암살자> 등의 어마무시한 작품들을 빚어낸 소설가이시다. <증언들>을 출간한 2018년도에 애트우드는 79세였다.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시녀이야기>가 오브프레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길리어드에서의 시녀의 삶을 다루고 있다면 <증언들>은 '아주머니'인 리디아와 소녀인 그레이스와 니콜이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 연상된다. <1984년>이 전체주의 국가에서 공무를 집행하는 남자가 기록한 소설이라면 시녀이야기와 증언들은 지배체제의 핵심 세력인 '아주머니'리디아와 소녀들이 기록한 이야기다. 

  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길리어드는 신정국가이면서 전체주의 국가이다. 그 안에서 여성의 위치는 아주 낮고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국가를 위해, 국가의 핵심 세력인 일부 남자들에게 할당되는 존재가 여자들이다. 그들은 여자들의 역할을 극도로 선명하게 분리시켜 놓고 그 역할에 충실하도록 어려서부터 교육시킨다. 

  그래서 여자는 아내와 시녀, 하녀,진주소녀 등의 신분으로 묶어 조종하고 필요에 따라 희생을 강요한다. 상징적이면서 실제적인 장치는 시녀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하녀는 녹색의 옷을 입으며 아내는 파란 드레스를 입는다는 식의 룰이다. 이 강렬한 색상 때문에 <시녀들>을 읽으면서 저절로 이미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핸드메이즈 테일>로 드라마화되었을 것같기도 하다. <시녀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당장 이 시리즈를 찾아보고 싶었으나 넷플릭스에는 걸려있지 않았다. 웨이브에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찾아가서 몇 십회의 드라마를 보는 건 지나치게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러나 인간을 색깔이나 옷으로 규정할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체계는 무너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34년 만의 후속작인 <증언들>은 정말 길리어드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 단초가 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잊혀지지 않을 독서였다.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상상력과 지성과 패기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 <핸드메이즈 테일> 시리즈를 찾다가 비슷한 테마의 <그레이스>를 보게 되었다. <그레이스>도 애트우드 작가님의 또다른 작품인데, 하녀인 그레이스라는 여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근데 이게 또 너무나 흥미롭다. <그레이스>는 실제 캐나다에서 하녀였던 어린 소녀 그레이스가 주인 부부를 살해하고(물론 단독범행이 아니고 직접 살인한 남자와 공범이다) 구속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실화에서 출발한 이야기이다. 한데 실화라고 생각하니까 더 마음이 아팠다. 하녀인 어린 소녀의 하루하루의 삶이, 자신을 위해서는 단 몇 시간도 살 수 없고 오직 주인을 위해 허드렛일을 하는 작고 여린 소녀의 일상이 비전없이 평생 계속된다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또 그레이스를 탐하는, 하녀를 함부로 물건짝마냥 탐하다가 잔혹하게 내버리는 남자들의 행태가 구역질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의 심리묘사가 드라마 가운데에서도 돋보였다. 그레이스를 속으로만 사랑했던 상담의사와 나중에 만나게 된 남편조차도(작품에서, 실화 속의 그레이스는 결혼하지 못했을 것) 그녀의 불행을 자신의 쾌락을 위한 일종의 변태적인 상관물로 여긴 셈이니까. 으, 인간의(특히 남자)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는 부지불식간에 드러나고,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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