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그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읽은 적이 여러번이다. 문학동네에서는 이 수상집을 아주 저렴하게 내놓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5,500원에 산 것 같다. 매년 이 책을 살 때마다 가격에 놀라며 고마웠는데, 올해는 여기도 시장의 영향울 벗어날 수 없었는지 6,930원(정가는 7,700원)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특별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특별보급가라고 책 뒷표지 아래에 그렇잖아도 씌어 있다).

  젊은 작가상하면 손보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3,4,5,6회를 연거푸 수상한 것도 그렇고 작품들의 면면도 매력적이고 문체 또한 특이했던 까닭이다. 손보미 작가의 '폭우'를 읽으며 창밖에 폭우가 내리는 이미지를 떠올렸던 오래전 일이 여전히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이제 그 손작가도 벌써 중견작가가 되었고(?) 올해의 대상작가는 이미상이다. 

 

   

   이미상-모래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웬지 이미상 작가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품마다에서 보여지는 순발력과 지적이면서도 용감무쌍한 정신이 느껴져서이다. 수상작 '모래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또한 좋았다. 

  도입부부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하고 희생적인 어떤 정신을 보여주는데, 소설에 대해 얘기하는 두 여자와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한 여자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들은 카페에서 주인공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인데 작가는 그들을 통해 흥미로운 장면을 묘사한다. 그 에피소드는 실제 생활에서 있을 법하지만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영원히 비닐봉지와 용기를 쓰지 않겠다는 여자는 모든 짐을 일일이 자신의 가슴에 쌓아 두 팔로 간신히 껴안고 카페를 나간다. 물건이 떨어지고 그걸 주워주는 사람이 있고, 아슬아슬하게 바라보는 눈길들이 있다. 그래도 여자는 스스로 자신이 정한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건 도입부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작은 모래고모로부터 시작된다. 고모는 쌀보리게임에서 보리도 되지 못하는 존재, 아무도 반기지 않는 딸로 태어났고 관심이나 위함을 받아본 적 없다. 그녀는 자신이 곧 모래같은 존재라고, 그래서 모래고모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래고모는 부모에게조차 하찮은 존재로 취급당하고 그래서인지 특별한 일도 없이 여기저기 일손이 필요할 때, 옮겨다니면서 지내고 있다. 그런 고모와 목경과 무경이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사냥꾼들이다) 밤이었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앉은 그녀들에게 남자들은 성적인 희롱을 하고 위협적인 언사를 함부로 내뱉는다. 모래고모는 두 조카아이 때문에 그 상황을 견뎌야하고 어린 소녀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닥불 너머로 눈과 추위까지 이들을 가로막고 있는데, 이때 어느순간 무경이 갑자기 사라진다. 밤새 일행이 무경을 찾아헤매다 새벽에야 무경이 발견되는데, 아직은 소녀인 무경은 홀로 숲이 끝나는 지점인 아파트 뒤편에서 발견된다. 

  무경이 말한다.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고모의 그 일을 내가 했어요."라고.

  나로서는 모르겠다. 무경은 무엇을 했다는 걸까. 추위와 어둠을 무릅쓰고 혼자 길을 찾아헤맸던 것일까. 빨간남방과 파란남방을 입었던 무뢰한을 떠나서 그들의 희롱과 위협이 별 거 아니라는 뜻을 전하려 했던 걸까. 그 캄캄한 밤에 잃어버린 총을 찾아 나섰던 것일까. 아무튼 세사람의 모험은 이렇게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피소드마다 흥미롭고 주제도 선명해서 좋았다. 아무래도 이미상작가의 시대가 곧 열릴 것 같다. 


  

    김멜라-제 꿈 꾸세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당한 나가 안내자인 챔바의 인도로 다른 세상을 향해 가는 이야기.

  죽음은 온전히 사라지는 무의 세계가 아니라 또다른 세계로의 입문이라는 설정이 마음 따듯해진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꿈으로 찾아가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하는 망자의 마음이 애닯으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왔다. 


   성혜령-버섯농장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어려운 주제를 완벽하게 형상화하지 않았나싶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선택하는 버섯농장 주인의 행태가 너무 괘씸했는데, 주인공이 죽은 남자의 머리통을 골프채로 치는 장면이 통쾌했다. 다시 읽어볼 만한 작품.


   이서수-젊은 근희의 행진


  장녀이자 "유교걸" 문희가 화자로 동생 근희에 대한 불만과 염려로 시작되던 이야기가 결론에서는 근희를 응원하는 이야기로 맺는다. 젊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이야기.

  "SNS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전시하거나 타인의 전시된 일상을 봄으로써 타인과 촘촘히 연결되는 것을 보편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누군가의 관심을 바란다는 것이 더이상 별난 욕망"(해설편에서)이 아니라 당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말엔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가 근희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설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선임-요카타


 눈물겨운 96세 할머니의 역사. 일제시대를 살아야했던 식민지의 소녀가 겪어야했던 비정상적인 삶의 행로, 또다시 한 여자가 겪어내는 6.25. 읽는 내내 마음 아팠다. 한데 작가는 이 작품이 초고와 매우 다르며 여러번의 수정으로 이런 글이 되었다고 한다.


  함윤이-자개장의 용도


  삼 대를 물려내려오는 자개장의 쓰임새. 절대 비밀인 자개장의 용도는 만만치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여자들이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며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이야기. 우리 인생의 행로가 이렇지 않을까.


  

   현호정-연필 샌드위치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사이의 차이. 누군가를 먹이고 그렇게 먹이기 위해서 열심히 먹어야하는 여자들의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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