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드뎌,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다. 

  정말 오래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갈망하던 책을 드디어 행위로써 실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상,중,하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이' 선생님과 나', 중이 '부모님과 나', 하가 '선생님과 유서'로 이루어져 있다. 장의 제목이 단순하듯 내용도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정적이다. 주요 주인공인 나의 성격도 그런데다 선생님의 성격 또한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울 정도에다 또다른 중요 인물인 k의 성격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사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선생님이 내게 유서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극진한 존경을 받던 선생님은 자신의 친구였던 k라는 친구의 죽음(자살)에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비겁하고 교활한 행동으로 인해 친구인 k가 죽었다는 자책과 죄의식에 시달리며 살아온 것이다.

  어째서 그토록 욕심 없고 건조할만큼 단정하게 살던 선생님이 스스로의 모멸과 자책에 시달렸던 것일까. 인간은 아주 폭넓게 다르지만 다른 면으로는 굉장히 비슷하게 살고 비슷한 감정에 시달린다. 질투와 미움, 열등감과 소유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선생님도 k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 때문에 괴롭다가 자신을 망치고 말 행위를 한 것이다. 

  선생님은 끝내 자신이 가야할 길을 떠나는데, 그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일본인 독자라면 절대 이런 마음을 갖진 않을 텐데, 한국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황이 죽는 날 노기라는 군인이 죽고 그리고 며칠 뒤에 선생님이 죽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천황에 대한 숭배와 감성은 우리의 예측을 넘어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마음>이 왜 스테디셀러이고 읽어야할 책인지는 알 만하다. 일단 내면 묘사가 뛰어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처럼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심리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파헤치는 문장들이 내내 계속된다. 그런 특징이 정적인데도 지루하지 않게 읽게 되는 묘미를 갖고 있다. 이 <마음>은, 소설이란 역시 인간심리를 파헤치고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독자를 거느리게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언제나 배우지만 참 어려운 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일일이 기록하고 파헤치고 따라가며 그대로 그려낸다는 것은... 소설가란 커다란 행위보다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좀스런 사람이어야 한다. 가장 작고 좀스럽고 하찮은 것을 이해하고 묘사하는 작가가 위대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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