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이 작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트와 커뮤니티들이 얼마나 치졸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자신들과 다른 정체성을 지닌 타자들을 파괴하고 간접살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대개의 사람들이 여실히 알고 있는 문제지만 그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의 끝에 다다르면 그곳은 단순히 조악하고 어떤 지평을 넘어선 곳이 아니라 공포스러울 만큼 소름끼치는 현장에 이른다. 정치와 언론과 경제가 긴밀한 네트웍을 형성하고 있는 크레믈린, 상층부의 비밀스런 곳이다. 물론 모든 댓글이 그 아래에 있다는 건 아니다. 아주 극소수의 댓글부대들이(자의일 수도, 조직화된 어용집단일 수도 있는) 그 상층부, 크레믈린 성의 지시에 의해 행해질 수 있고 또 행해지고 있다는 것.
기자 출신의 작가라서 그런 세계를 그리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 테지만 일견 용기가 필요했을 것도 같다. 하나 작가에게는 아주 쉬운 길이 있다. 자신이 그린 세계를 허구라고 말하면 되니까. 그리고 이 글 자체는 실제 허구이다. 하지만 읽는 이들은 알고 있다. 어디선가 분명히 있을 법하고, 조금은 다른 형태이지만 그런 무리들이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이젠(아니 오래전부터) 그 네트웍에 또 하나의 계를 추가할 수 있겠다. 사법계. 돈과 권력으로 이루어진 동맹체... 어린 백성들은 낄 수 없는, 거짓과 조작과 음모로 자신들이 원하고 지배하는 세상을 이룩하고 있을지도. 또 그들은 자신들의 네트웍을 단단히 지키기 위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쾌락을 공유한다. 얼마나 기막힌 사악한 그물망인지...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읽고 싶지만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이 책은 에세이다. 특별한 내용은 별로 없다. 작가가 자신의 아내 HJ와 신혼여행을 보라카이로 다녀온 후 그 일정을 복기해 일기처럼 쓴 글이다. 그런데 차례는 거창한 제목들을 붙였다. 매일의 일정에서 특별히 생각난 사유를 장마다 붙인 것인데 본문에 비해 거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매 장이 자신들이 들른 곳, 먹은 음식, 사소한 일상을 그대로 복기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기체적인 문장들이 장강명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여정일 뿐인데 그걸 하나하나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도... 의외로 우리는 단순한 실제의 이야기에서 쾌감을 얻기도 한다. 허구로 가득한 글들과 지성과 논리로 빽빽한 글들에서 휴가를 얻은 것 같은 쾌감.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행복한 독자는 작가의 아내일 것이다. 장강명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상상 이상으로 따듯하고 유한 성격같아 보여서 이런 남자랑 결혼해 사는 건 참 괜찮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돈을 주고 책을 산, 무언가를 얻으려한 내게 이 에세이는 그리 탁월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한가. 장강명은 자신의 신혼여행 전부를 기록했으니 그와 그의 아니에게는 두고두고 남을 명작이 될 것이고, 나는 젊은 부부의 신혼여행을 통해 결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 그 정도면 읽은 보람은(작가에게는 쓴 보람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젠 장강명에게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