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잘 보지도 않는 편인데 얼마전 알라딘 서재에서 장강명에 대한 애증을 말한 서재지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정도의 작가란 말인가, 나는 모르는 작가도 너무 많고 본 것도 너무 없구나, 또 한숨을 쉬었더랬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보니 한참도 더 전에 누군가도 장강명을 엄청 띄우는  언사를 한 적이 있었다(오늘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문자를 하다 보니 그가 바로 예선 언니). 그래서 읽기 위해 일단 산 책이 '한국이 싫어서'이다. 


  장강명은 일단 글이 쉽고 정확하다. 불필요한 단어나 구절을 찾아보기 힘들고 내용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 책에 한해서일지 모르지만 굉장히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을 잘 다룬다. 물론 작품 뒤 참조한 책들과 두 사람의 직접적인 체험 당사자의 이야기를 채취했으니 가능했던 결과일 것이다. 

  주인공 계나의 르포 비슷한, 인간극장 비슷한 스토리는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그녀는 한국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만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이라는 땅에서 자신이 제대로 자신을 펼쳐낼 자신이 없어서이다. 자신은 일류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금수저도 아니고 김태희같은 얼굴을 지니지도 못했으니 나중에 폐품을 주우러 다닐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비하한다. 하긴 우리 대부분이 젊든 늙었든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그러고 보면 계나는 아주 진취적이고 용기있는 사람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래도 이 한국 땅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떠난 호주는 어떤가. 그 호주도 만만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계나는 호주에서 회계사가 되고 그곳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다. 경찰에도 붙들려가 보았고 믿었던 사람 때문에 패가망신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한국의 연인, 지명을 떠나야했다. 

  이쯤 되고 보니, 계나가 호주에서 한, 그 많은 시련과 혹독함을 이겨낸 노력이 한국에서 그렇게 했더라면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쎔쎔이라는 계산을 계나는 하지 않는다. 

  171쪽 문단은 의미심장하다. 비록 호주인들이, 백인들이 동양인을 차별하고 그 사회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도 잠깐 넘어갈 뻔했다.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그런데 계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이 한국 땅을 떠나지 않는 건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나서 자라고 말이 통하고 내 모국어로 생각할 수 있고... 등등.

  한참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써낸 책인데 그 현상은 잘 설명하고 있지만 어딘가 아쉬운 데도 있었다(진짜 본질은 현상에서 모두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척 현실적인 상황을 그대로 다루었지만 이상하게 내겐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국뽕스타일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불만스럽다는 것도 아니다. 

  쨌든 내 의식은 불투명하지만, 은연 중에, 이 소설이 현실 너머의 인간의 심연에는(물론 계나의 심연은 이해되었다) 다다르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 너무 건너뛰어서 하는 의식이라 누구에게 세세히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마음이 그냥, 직관으로 든다.

 해도 명징하고 날렵한 문장을 대하기 위해 '그믐'을 사려한다. 두 번째에는 또다른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만나리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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