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목록 

대상 

손보미 불장난


우수작

강화길 복도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서이제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염승숙 믿음의 도약

이장욱 잠수종과 독

최은미 고별


  두 번째 스터디를 하기로 하고 우선 이 작품집을 택했다. 어쨌든 최고의 작품들에 주어지는 전통있는 상이니까 가장 무난하리라 여겨져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상 문학상이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외의 문학상들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작품들도 있거니와 어떤 상도 수상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개의 독자 특유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가장 좋은 작품은 여기저기에서 외따로 빛을 발하기도 하고 일부는 그 빛들 뒤에 숨어있기도 하니까. 

  이번에 대상을 거머쥔 손보미의 불장난도 읽기에 따라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작품 같기도 하고 주제가 분산되어 모자이크식 배열로 통일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나 손보미는 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가다. 처음 소설을 배우던 시기에 '폭우'나 '임시교사'등은 정말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조금은 이국적인(이질적인) 번역투의 문장도 하나도 흠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중견작가에 다가선 느낌마저 든다.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러왔다.

  또 이번 수상작가들 중 이장욱만 빼면 모두 여성작가라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이런 현상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진행중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문학보다 경제활동이 우선이어서 그럴테고, 또 자본이 순수문학보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그쪽으로 일찌감치 목표를 정한 남자들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양한 매체가 많아서 이제 문학판이 굉장히 좁아졌고, 이런 형국에 여성들 일부의 문학에의 심도는 오히려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별볼일 없는 서설은 그만 두고 얼른 독후 소감이나 써야겠다. 


  불장난 (손보미)

  한 소녀의 성장기쯤으로 읽힌다. 어린 소녀는 불장난으로 자신의 부조리한 상황에 반항하면서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주제도 거론될 수 있는데, 친엄마와 새엄마의 확연히 대비되는 의식이 그것이다. 일종의 여성의 자기 길찾기라고 해야 할까. 소녀의 친엄마는 가정보다 자신의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겨 딸을 남편에게 남겨두고 이혼한다. 소녀에게는 새엄마가 생긴다. 새엄마가 된 그녀는 소녀의 선생이었고 소녀의 아빠와의 불륜을 통해 가정을 택한다. 그리고 그 시절 견디기 어려운 부조리한 삶을 불장난으로 달랬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한다. 어쩌면 엄마처럼, 또는 운명처럼. 

  중편에 가까운 이야기에 두세 가지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엮어져서 한편으로는 풍요롭고 한편으로는 조금 산만하기도 하지만 잘못 묶여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 한 시절에도 우리는 여러가지를 배우고 이면의 놀라운 다른 사건을 나중에 알기도 하니까.


  복도(강화길)

  젊은 부부가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겪는 아이러니와 절망.

  임대아파트 100동은 단지 내에 있는 게 아니라 한길 쪽으로 따로 지어져 있다. 그래서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가려면 아파트 정문을 들어가야한다. 일반 아파트 사람들이 혹시나 외부인들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나, 의심을 하기도 하고, 배달을 시키면 기사들이 주소지를 찾지 못해 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럼 부부는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내비 맵에서도 그들이 사는 100동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배달기사들에게는 설명하면 통하게 되니까. 또, 곧 지도에도 건물이 제대로 나오겠지, 낙관한다. 

  1년이 지나도 그들의 임대아파트는 지도에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들은 배달을 시키지 않게 된다. 그들은 서로 저녁을 미루면서 점점 부부간의 대화가 줄어든다. 그리고 여자는 한 어린 여자아이를 자꾸 쳐다본다. 베란다 밖에서 무언가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여자는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분리수거장 커다란 통으로 들어간다....

  상징성이 뛰어난 작품이었고 어떤 긴장감이 내내 흡인력있게 진행됐지만 마지막 결론이 황당하게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서이제)

  랩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독자라면 더 반가웠을 작품이다.

  이 작가는 정말 대단한 입심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나 서사보다는 의식의 흐름 기법에다 대한민국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소개하는 의미, 소설이 다른 장르와의 교집합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

 '0%를 위하여'에서 보았던 작가의 놀라운 기획력과 문장과 문체들... 여기서도.


  믿음의 도약(염승숙)

  읽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중간쯤에 그만두었는데 나중에 혹 마음이 동하면 읽어볼까 싶지만,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올지. 유다른 작품을 내가 놓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썩 좋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잠수종과 독(이장욱)

  어디에선가, 이 복잡한 도시의 어느 모퉁이에서인가, 서로 모르는 원수끼리 서로 모르는 채 스쳐가고 서로 한 공간에서 우연히 쳐다보다 제 갈길을 간 적이 없었을까, 누구라도.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 중증인 자신의 환자가 누워있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연인을 죽게 한 사람이다. 직접 살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 때문에 내 연인은 사고를 일으켰고 죽었다. 의사인 나는 그를 살려야 할까, 죽여야 할까.

  나는 잠수종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까마득히 검푸른 물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심해에 다다르면서 나는 점점 풀어지고 흩어진다. 나는 결코 물 위로 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한데 내 손 안의 주사기에는 약물이 들어있고, 약이란 너무 적으면 효능이 없고 너무 많으면 독이 된다.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를 보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고별(최은미)

  최은미 발견, 어떻게 이렇게 재기발랄할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소설가!!

  시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천태만상, 결혼 전 다녔던 회사의 사람들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 시니컬함과 따듯함이 직조된 에피소드들. 남편을 계속 이름으로 부르는 게 백미~ 그런데 결말이 너무 갑작스럽다. 그 사람들과의 관계와 지금의 자신, 그리고 남편, 그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일들이 시어머니와의 고별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너무 빨리 원고를 쓰느라 그 부분을 채우지 못했던 것일까. 그 점이 안타깝다. 

  그래도 내게 최은미라는 작가는 그녀의 소설집을 사야될 만큼 중요한 일면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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