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푸른나무, 2004년 1월



  유시민이 스물여덟 살에 썼다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초판을 1988년 7월에 출간했다. 그리고 34년 뒤, 작년 10월에는 전면개정한 신간을 다시 펴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사랑받았음이 여실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박종철 씨 고문살해 사건에서 6월 항쟁에 이르는 격동기에 군사독재정권 타도 투쟁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찍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곰팡내 나는 반지하 자취방에 숨어 지내면서 썼다" 고. 그러니 당시 저자는 이 책에 싣게 될 내용과 어조를 이미 특정하고 있었으리라. 지금의 유시민도 그렇지만 스물여덟 열혈 청년은 근대에 일어난 혁명들, 부패와 모순의 사회를 향했던 민중의 저항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밤마다 앓으며 이 책을 써내려 갔을 것이다. 

 

  나로선 이미 알던 역사들은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치받혔다. 에밀졸라의 사인이 모호한 죽음이나 암살당한 말콤X의 죽음는 분노스러웠다. 어째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람을, 약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그토록 혐오하는지, 진짜 악한 사람을 향해야 할 증오를 선하고 용기있는 사람에게로 향하는지...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지 못한다. 온갖 술수로 권력과 부를 거머쥔 자에게 박수를 치며 손을 흔들고 표를 주려 한다. 민주주의란 인간을 창조해놓고 인간세계에는 관여하지 않아 악이 횡행하도록 방치하는 신과 같다. 민주주의보다 나은 체제가 지구상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물론 내 생에는 그 씨앗조차 꿈꿀 수조차 없겠지만...


  내가 가장 몰랐고 놀라웠던 부분은 모택동의 '대장정'이었다. 한때 유럽에서 모택동 바람이 불었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모택동이야말로 영웅으로 간주될,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출중한 인물이었다. 영웅은 자신의 전부를 바쳐서 세상을 바꾸려하고, 그 영웅이 만든 반석 위에서 뒤를 잇는 정치인들은 명예와 권력을 독점하려 세상을 더럽힌다. 고생만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탐욕만 채우는 사람이 있다. 더 말해 무엇하랴. 


  **오늘 냥이들이 마당 구석에 세워둔 스탠드 에어컨에 올라가 그 위에 앉아있었다. 직각의 가구면을 올라가는 발칙하고 버릇없는 놈들. 근데 너무 예쁘니 무슨 사고를 쳐도 귀여우니, 이사갈때 녀설들을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니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지, 안 당해봐도 앞날이 훤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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