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깊은 곳

하오징팡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하오징팡은 중국의 SF 소설가이다. 중국의 젊은 여작가! 여러 생각이 든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큰가. 그나라 대도시의 부자들은 얼마만한 부자들인가. 엄청난 인구를 지닌 도시에 교육열이 높은 시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들의 자식들이 오직 공부에 매진한다면 그 지식의 총량은 놀라울 것이다. 하니 중국이 비록 공산주의 나라라 해도 지식인들의 면모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다. 
  왕 웨이렌의 책을 읽었을 때도 정말 놀라웠다. 내가 그동안 읽은 어떤 단편보다 왕 웨이롄의 작품은 다채로우면서도 차원 높았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는 게 흥분되었었고 막힘없이 쓸 수 있었다.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도 첫 단편으로 들어있는<접는 도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그 상상력에 탄복했다. 서사를 따라가보면, 접을 수 있는 도시(베이징)는 몇십 년 간 체계적으로 지어졌고 시민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어느 면에 사는지가 정해진다. 신분에 따라 주거지가 배당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택해진다는 면에서 강제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주거지가 정해지고 나면 자유란 없다. 여기서의 자유란 행위와 이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일상이 완전히 통제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체계는 물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한다. 3면의 시민들은 일상의 시간이 다르다. 
  도시의 1면에 사는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매일을 살아간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녁에 부는 바람을 맞고 산책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잠들 시간에  도시는 접혀진다. 
  그러나 2면에 사는 사람들은 16시간만 깨어있을 수 있다. 나머지 시간은 커다란 캡슐에서 분사되는 수면가스를 마시고 누구나 똑같이 잠들어 있다. 그 시간에 캡슐에 있지 않다면 그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리고 3면의 시민들, 그들은 8시간만 깨어있을 수 있다. 그들은 주로 쓰레기를 분류하고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16시간을 자야한다. 도시 전체에서 볼 때 3면의 시민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일테면 그들은 일하는 시간 외에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일개미쯤 되는 사람들이다. 
  결국 '접는 도시'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파생시킨, 신분이 고착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 전체가 알레고리여서 주제가 선명하고, 그래서 2016년 휴고상을 받았을 것 같다. 
  이 <접는 도시> 뒤의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자세히 쓰고 싶을 만큼 좋지는 않았다. 단지 작가가 물리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나로선 상상할 수도, 디테일을 갖출 수도 없는 소재를 끌어오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에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을 뿐이다. 
  총 열 편의 단편 중에 여섯 개를 읽었는데 읽은 작품을 쓰지 않으려니 서운해서 제목이나마 언급하고 독후감을 마친다. 

접는 도시
현의 노래
화려한 한가운데
우주극장
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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