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물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이 작품집은 현재의 한국 단편소설에서 볼 때 논외에서 다루어야  할 만큼 이질적이다. 이 작품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환상적이고 모호한세계는 그로테스크하고 꿈속 같다. 그리고 무얼까, 죽음과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 끝없는 걸음. 그리고 죽음 앞에 있는 자가 삶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  분명한 것은 모든 서사가 이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결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이며, 그렇다고 해서 죽음 너머의 세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꿈속을 헤매는 것 같기도 하고, 샤머니즘적인 세계에서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어떤 일에 연루된 것 같기도 하다.

  하니 정확한 언명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적 서사를 가늠할 수 없다. 이게 뭐지? 싶었다. 

  '뱀과 물'이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던 건 굉장히 난해하게 썼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아, 하고 작가의 의도와 플롯이 이해되었다는 점이었다. 한 소녀가 자라서 선생이 되었고 그 선생은 늙어서 죽었다. 그리고 지금  그 죽은 사람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고 있다. 어린 소녀였던 시절의 운동장, 중년이었던 시절의 교무실, 그리고 지금 사자인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세상을 다 산 뒤에, 아니 죽지 않은 지금도, 우리는 자신이 어릴 적 무엇 때문에 슬펐던 것을, 울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어떤 삶의 변곡점에서 아프고 절망했던 순간을 어제일처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시간은 과거와 현재라는 분명한 구분을 하지 않게 되고 동시에 미래도 언젠가는 구분되어지지 않을 것이다. 통째로 시간을 한 번에 본다면 소녀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결국 하나일 테니까. 

  시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한 발 뒤로 위로 물러나 다층적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상상이라는 것의 드넓은 울타리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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