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사상에서 펴낸 올해의 문제소설은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럴 때 나는 정말 350명의 교수들이 문제소설을 뽑아보냈는지 조금 의심스럽다. 그러나 내 의심이 어쨌든 작품을 읽다보니 문제소설이 될 만큼 좋은 소설들이 있었다.
특히 첫 작품 김숨의 <철의 사랑>과 김지연의 <굴 드라이브>, 서장원의 <망원>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읽은지 한 달이 거의 넘은 것 같다). 뇌리에 남는다는 말은 실제로는 뇌리보다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에 기억나는 것으로써 뇌와 심장 어디가 더 중요하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지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그래도 또 머리를 써서 생각해보면 흔히 가슴이 아프다, 가슴에 박혔다,라고 하지만 그 감동의 흔적이 남은 곳은 머리속일테니 뇌가 감동했고 뇌가 기억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철의 사랑>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하도급에 하도급을 딴 아주 영세한 사업자 밑에서 일하는 하루살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장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현대조선 잔혹사>라는 책을 참조했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 눈앞에 현장이 보일 정도로 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듯 몇 번 참고도서를 읽었을 것이다. 그 노력만으로도 귀한 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굴 드라이브>는 무진기행을 역으로 비틀면서 여성의 귀향기행과 도시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무진기행의 남성 중심적인 사고와 가치에 대해 비판하는 것으로도 읽혔는데 무진기행을 무진장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주 뛰어난 안티 무진기행으로 읽혔고(그러나 사실은 뒤에 따라붙은 해설 때문에 알게 되었다. 소설에도 해설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다.) 김지연 작가의 패기와 아이디어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망원>은 서장원 작가의 글이었는데 차분하게 인물의 정서를 만들어내고 따라가는 것이 웬만한 여자작가보다 더 치밀하고 은근하면서 세심해서 마음 깊이 남겨진 작품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 누군가를 의지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서로를 지켜주는 것, 자신을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부탁하는 강아지를 데려오면서 겪는 아픔과 상실, 그러나 다른 대상에게 또 가닿게 되는 희망, 그런 세세한 마음들이 망원이라는 제목과 잘 맞아떨어졌다.
맨 뒤의 두 작품, <남쪽에서>와 <유진>은 읽지 못했다. 나중에 시간되면 읽기로 하고 지겨운 숙제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