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페이퍼에 쓴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독후감은 나의 책읽기 과정을 묘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후다닥 읽고 책 한 권을 던져버리려는 무책임한, 낙서 수준의 페이퍼였다. 내게 독서라는 건 무보상의 순수한 일이고 즐겁기도 한 일이지만, 의미와 지략를 얻으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그 목적의식 때문에 간혹 업무량을 채우려는 회사원의 야근처럼 책을 향한 우격다짐일 때가 있다. 너 책아, 나는 너를 정복해야겠으니 어떤 식으로든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끝장을 보자, 이런 식의 우격다짐 말이다. 

 이런 태도는 시간 낭비이며 나의 지향점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차분히 읽고(원래는 정독이 내 스타일인데) 그 의미와 작가의 전략을 헤아리기도 전에 읽기를 마쳤다며 한 권의 책을 집어던져 해방감을 맛보려는 나의 얄팍함을 반성해야 한다. 

 해서 이 책 <콘트라베이스>의 리뷰를 제대로 쓴 네이버 블러그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온다. 책 내용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전반적인 우리 삶과 연결시킨 수작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은 말로 그 의미를 충실히 전한 것 같아 읽으면서 참, 성실하고 겸손한 리뷰이다 싶었다. 

 우연히 읽게 된 네이버 블로그의 '거문고자리의 베가'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의 리뷰 전문을 그대로 옮긴다. 나의 독후감도 그의 감상과 같기 때문에 그대로 옮기는 게 오히려 의의 있을 것이다. 복사, 붙여넣기가 아니라 읽으면서 그대로 타이핑해 옮겨 적는다. 

 





콘트라베이스 - 파트리크 쥐스킨트

거문고자리의 베가(2016. 7.21. 네이버 블러그에서)


오케스트라에 아니 클래식이라는 음악 장르에 취약한 나로선 잘 알지 못하지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는 대략 알고 있었다. 


사실 따분하고 별것 없어 보이는 이것을 가지고도 치밀한 탐구를 통해 작가는 그 위치의 삶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물론 책에서처럼 대부분의 콘트라베이스 주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가 말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위치와 - 팀파니 보다도 존재감이 덜 하다는- 자신이 다루는 악기의 특징, 다른 악기나 음악가와의 비교 등을 섞어 오케스트라의 한정된 공간을 보편적 삶의 무대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모노드라마로 혼자 열과 성의를 다해 말하는 어느 순간 작중 주인공은 나 자신이 되고, 또 지금 내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지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토로함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런 행동이 더욱 부질없음을 나를 대신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이입력이 높은 설득력 높은 자신의 주장을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열변을 토한다.

대부분의 일상은 사실 그렇다. 나도 콘트라베이스의 주인공과 같다. 수많은 대스타들을 질투하기도 하고 평가절하하기도 상대적인 내 위치를 애써 옹호하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작중 주인공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이지 자신의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열성적으로 설명하다가도 진저리내며 미워하고 보란듯이 내팽겨치기도 하는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여느때와 다를 게 없는 내 일상인 것만 같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동경하거나 사랑하거나 질투하는 대상들의 이름을 다 말해도 자신의 위치처럼 제 3열의 콘트라베이스의 주자인 이름조차 없다. 마치 연극에서 나무3의 역할이나 행인2의 역할인 듯 필요는 하되 전혀 눈에 보이지않아 이름조차 없는 존재 그 자체이지 않은가.


물론 바이올린도 연주자도 지휘자도 작곡도 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실력이 그렇게까지는 없었다고 고백하는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지금의 내모습과 닮아 격한 공감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나의 지금의 현실을 책에서 이름없는 콘트라베이스 주자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름 주제 파악을 못하던 내게 경종을 울린 순간이 되었다. 


다행히도 희망이 있다면 나도 주인공도 한가지 사실엔 똑같은 생각이란 점이다.


"누구나 각자 자기 나름대로 서 있어야 할 위치가 있고, 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왜 그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되었고, 그가 왜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 따위는 물어 볼 필요가 없는 겁니다." 


마지막 세라를 결국 외치진 못하겼겠지만 그가 떠나며 올려둔 음반의 경쾌한 멜로디처럼 그가 다시 본래의 콘트라베이스로 돌아가도 또 여전히 거기 남아도 그것으로 됐다라는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결국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겠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말이다. 


**거문고자리의 베가님은 제주에 사는 일러스트, 화가인 것 같다. 여러방면으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며 활동도 많은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에 가면 찾을 수 있다. 그림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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