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차례
쇼코의 미소
씬짜오, 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
해설 서영채(문학평론가)-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
작가의 말
쇼코의 미소
'일본 문화가 한국에 전격 개방되던 해'였다.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의 문화 교류'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의 일환으로 쇼코는 세 명의 여학생들과 한국의 소유가 다니는 고등학교로 견학을 온다. 일주일 간 소유네 집에 머무르게 된 쇼코. 쇼코는 소유와 어머니, 소유 할아버지와도 친밀한 사이가 된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할아버지는 쇼코로 인해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생기가 살아나고 엄마도 갑자기 상냥하고 잘 웃는 사람이 된다. 소유네는 아버지가 부재하고, 늘상 가라앉은 분위기였는데 쇼코로 인해 잠시 생동하는 집안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 소유와 할아버지는 쇼코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소유가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고, 그러나 쇼코는 그 작은 지방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병구완을 하게 되는데...
쇼코의 편지는 더이상 오지 않는다. 소유는 쇼코를 찾아간다. 하지만 파리하고 히스테리한 쇼코는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끔찍한 저주의 욕을 한다. 소유 앞에서. 소유는 다시는 쇼코를 보지 않겠다고...
몇 년이 흐른 후, 소유는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쇼코와 함께 견학을 왔던 친구를 만나게 된다. 쇼코의 진실은 우울증과 자살...
또 몇 년 후,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된 쇼코가 소유를 찾아온다. 쇼코의 할아버지도 소유의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이제는 어른이 된, 자신들이 원했던 삶을 이루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이 된 두 친구가 서로를 바라본다,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이.
삶은 그런 가운데 무언가를 선사한다. 파도가 한때 넘쳐 숨쉴 수가 없었던, 내가 우월한 것 같아 묘한 자부심을 느꼈던, 그 모두가 난해하고 복잡한 삶의 이면을 몰랐던 시절의 일. 지치고 다치고 그러면서 꿈을 잃어버렸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고 진짜 친구가 되어 헤어진다. 출국하는 쇼코를 배웅하는 소유에게 쇼코는 출국장을 나가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첫 페이지 읽으면서 알았다. 몇 년 전에 읽었다는 걸....
중간에 좀 울었다. 인생이란 게 원하는 대로, 노력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다. 꿈은 무지개처럼 찬란하다가 서서히 흐려지고 사라진다. 더구나 원치 않아도 꼭 같이 살아내야 할 사람이 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너무 많다.
대부분 그랬지만 이 페이퍼는 낙서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
씬짜오, 씬짜오
단편소설의 명작으로 불리울만한 작품. 이 작품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너무 눈물이 많은 걸까.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또 울고 말았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서서히 서서히 물가로 인도하는 걸까. 눈물가로.
한지와 영주
사람의 가장 약한 부위를 자꾸 두드린다. 흔든다. 약하게 세심하게 순하지만 끈기있게.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먼 곳에서 온 노래
사랑했던 선배(언니)의 죽음 후에 그녀가 묵었던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내가 애도하는 내용.
선배 미진의 열정적이면서도 외곬의 성격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 성격이 좋거나 무디거나 융통성이 지나치게 좋아서는 안된다. 고집, 열정, 냉소, 슬픔, 정의로움, 심부에 숨겨진 사랑과 따스함. 외로움 등을 갖추어야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
미카엘라
세월호 사건을 가져왔지만 그 유족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 엄마가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친구의 손녀가 세월호 희생자이다. 아무리 먼 관계라해도 슬픔은 모두의 것이라는, 인간이면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걸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비밀
손녀에게 편지를 쓰는 할머니. 중국 어떤 시골 구석에 박힌 학교의 교사가 된 손녀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손녀가 잘 되기만을, 손녀가 얼마나 자신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가를, 울지 않고 이 편지를 어찌 읽을 수 있으랴.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이렇게 눈물을 짜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 쇼코의 미소부터 눈물겨웠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다음 계속 그렇게 눈물겨웠다. 그래서 언제까지 나를 울릴래,하면서 끝까지 읽었다. 이 작가의 감정을 노크하는 방식은 정말 무섭도록 섬세하고 한편 흔하디흔한 고전적 방식을 사용한다. 아침이 되었다. 밖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