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안지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2월




목차

 

진창

구세프

검은수사

로실드의 바이올린

상자 속의 사나이

산딸기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다섯 달 내내 거리를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다가 드디어 오늘, 구걸하러 거리로 나설 결심을 하신 것이다...." 곧, 쓰러져서 병원에 가게 되면 '기아'라는 병명을 의사가 쓸 거라고 어린 화자(9살)가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야하는데 그것 또한 만만치 않다.

 마침 건너편에 '주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 곳에서 굴을 판단다. 먹어보지도 못한 굴인데 어린 주인공은 자기도 모르게 외친다. "굴 주세요!" 그러자 실크해트를 쓴 신사 두 사람이 꼬마를 데리고 굴집으로 데려간다. 꼬마는 아무 것도 모르고 "딱딱한 것을 씹기 시작한다. 와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창

"은밀하고 저속한 남성들의 욕망과 그 욕망을 마음껏 요리하는 마녀 같은 팜므파탈 수산나 모에세예브나, 그리고 얄팍한 윤리 의식과 저급한 욕망 사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눈짓을 나누고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남성들의 마초적 연대까지"( 237쪽)


구세프

배 안에서 죽어 바다에 던져지는 인간들을 그렸다. 불쾌한 자각을 일으킨다. 하찮은 수많은 인간들을 표방하는 배 안에서의 죽음, 심연으로 던져져 물고기들의 밥이 되는 인간은 그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지구에서 한 마리의 짐승에 불과하다. 

독설을 내뱉고 비뚤어진 심성의 파벨 이바니치가 죽고 경박하고 가련하지만 한편으로는 폭력적인 구세프 역시 죽어 바다에 떨어진다. 


검은 수사

멜리호보 시절 체호프의 전기적 사실들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꿈 속에서 '검은 수사'를 봤다고 .

"망상증에 관한 흥미로운 의학적 기록인 동시에, '열정'과 '꿈'을 가진 인간들의 예민한 삶이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방식에 대한 예리한 고찰을 담고 있어, 넓게 보자면 '예술가"에 관한 작품 중 하나로 읽힐 수도 있"다.(240쪽)


로실드의 바이올린

평생 제대로 사랑하지도 잘해주지도 않았던 아내의 죽음 앞에서 깨닫게 된 인생의 어리석음에 대한 깊은 회한, 자신이 가장 증오하고 경멸했던 유대인 로실드를 위로하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그가 죽은 후 로실드에게 전해진다. 로실드는 이후로 자신의 심금을 감동으로 울렸던, 야코프가 연주했던 그 연주를 계속한다. 


상자 속의 사나이

엄숙함과 도덕윤리에 매몰되어 정신병적인 폐쇄성을 지닌 남자의 말로.


산딸기

전원을 꿈꾸던 남자가 자신의 꿈인 이상에 근접했을 때, 그것을 지키고 그 안에서의 삶이 완전한 행복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루지 않고 퇴보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에 관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순수하면서도 슬픈 사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평범하고 경박하게 시작했던 사랑이 진실한 사랑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두 남녀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과 유부녀, 그들의 사랑은 이제 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머리를 감싸쥐며 그가 물었다."


아무래도 옛날 단편들을 나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작품 전체는 내게 고전을 보여주면서 현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가장 탁월한, 세상과 사람에 대한 폭넓은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 세밀하고 장황한 디테일보다 체호프의 이 정도의 상징성과 디테일이 더 좋다. 단 5분도 지루하지 않은 독서였다. 별을 준다면 열 개를 주고 싶다. 다섯 개가 한계라면...." 예브게니 오네긴"과 더불어 술술 읽힌 책이었다. 러시아문학의 힘이 깊고 그 울림이 정말 큰 것 같다. 체호프가 단편소설의 가장 업적이 큰 선조적 작가라는 걸 인정하겠다. 

로실드의 바이올린이 너무 좋았다. 또 읽을 날이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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