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베케트 지음, 홍복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4월




 전에 이 책을 읽다 도중에 아무데나 놔두고 찾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책도 오래전에 버렸던지 없어서 새로 구입해 다시 읽었다. 그러나 독서 중에 그 언젠가 옛날에 그랬듯이 마구 책장을 넘기고 그냥 끝을 냈다. 어쨋든 그래서, 이제 더는 안 볼테니 끝을 봤다고 우길 수 있게 됐다. 

 작품 전체의 대사들이 사리에 전혀 맞지 않게 이어지는데 그게 페이소스를 자아내고 풍자를 야기한다. 상대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듣지 않는 게 첫번째 필수적인 요소다. 둘째는 자기 말을 그냥 내뱉는다. 거기에 인과관계나 고심의 흔적은 없다. 그러나 사실 그 모순투성이의 말 속에 당장의 시급하고 근원적인 이유는 담겨있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며 무의미한 짓을 되풀이한다. 기다림 속에서 무얼 준비한다든가 어떤 특별한 정보를 갖지 못한 채, 무한정 기다린다. 그래서 등장인물 대부분이 허황된 현실만을 보여준다. 허황되고 어리석은 끝나지 않을 기다림....

 포조와 럭키는 한 커플로써 거대한 상징과 요령부득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노예(럭키)를 부리는 포조가 간헐적으로 울면서 무언가를 찾고 끝엔 눈이 멀어버린 점은 아이러니의 최극한점이었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그 무엇은 무엇인가, 그 무엇은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까. 그 무엇은 도착해서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무엇은(고도) 과연 실체가 있는가. 완전히 그들이 상상해낸 허구의 환영에 불과한가. 소년은 정말 고도에게서 전갈을 받은 것인가. 그 소년 또한 그들이 상상해낸 환영인가. 우리는 구원없이 그저 아무 것도 모르고 기다릴 것도 없고 우왕좌왕하다가 사라질 존재인가. 럭키는 어째서 그렇게 포조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가. 포조는 럭키를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짐승조차 못한 존재로 왜 당연시하는가. 등등...... 

 나의 고도에게 편지 쓰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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