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후기가 유난히 좋은 작품이라서 선택한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내게 어떤 유다른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책이 아무리 좋다해도 그건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크다든지 어떤 유효한 정보를 준다든지 하는 점에 유익성이 있지 실제 직접적인 행동을 일으키기는 어렵지 않은가, 대부분. 하지만 이 책은 실제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짧은 글 하나를 쓸 수 있는 동기자체를 부여해준다. 말하자면, 나도 쓸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실려 있는 단편 대부분이 과거의 어떤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래 소설이란 과거의 어떤 일과 지금의 '나'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고, 결말엔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모습이고 그 사건 때문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라는 식의 좋든 나쁘든 교훈적인 면이 있다. 그 교훈이 반교육적일 수도 있고, 전혀 삶에 유용하지 않다 하더라도 일종의  반성적 성찰을 가져온다. 물론 이 책도 굳이 따지자면 그런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들은 굳이 꼭 그런 결말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하면 과거의 어떤 한 '기억'을 충실히 천천히 되새겨보며 그 때 그 일(사건)을 돌아보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것은 아쉽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 기억을 오롯이 떠올리고 확실치 않았던 부분을 다시금 되살려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수미상관성을 꼭 만들어 주지 않아도 된다. 


차례

구멍

코요태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외출

머킨

폭풍

피부

코네티컷


 단편소설집을 읽으면 두서너 개의 작품만 떠오르는 편인데, 이 소설집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내용이 기억난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구멍, 코요태,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등은 오래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오래전, 15년 전, 20년 전의 기억들을 천천히 서술하면서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그 때 잘 몰랐던 부분을 되짚으면서 하나의 주제를 하나의 작품으로 써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쓸 거리가 없는 사람들에겐 참 유익한, 방법을 가르치지 않지만 방법론적인 책이다.

 다음달쯤엔 앤드루 포터의 장편을 읽고 있을 것 같다. 

 이 작가 때문에 올해 목표가 벌써 와해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만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아주 유익한 이론서(?)이자 실용서(?)이다. 두 권의 글쓰기 책을 주문했다. 오늘 저녁에 도착할 것이다. 그걸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볼 무엇이 있으리라. 

 아 참, 이 책을 읽고 내 기억의 한 부분을 일주일만에 다 쓸 수 있었다. 물론 퇴고가 남았지만 앤두루 포터의 덕이다. 포터에게 감사를, 포터에게 별 네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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