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이론이 있다
무언가를 해명하기 위해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체계를 이론이라 한다면
또다른 이론도 있다
다른 의견이나 이의
내게는 이론이 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나름의 논리가 정연하게
아니, 사실은 전혀 정연하지 못하게 정연하다
내게는 또 이론이 있다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이의를 제기하는 내 안의 이론
그것은 꽤 정연하고 명징하다
나는 이 두 가지 이론을 언제나 지니고 있다
정연한 듯 정연하지 못한 양의 이론과
그 이론에 맞서는 정연하고 냉정한 음의 이론
어느쪽의 이론도 마땅치 않다
그저 나는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그냥 느끼는 바를 살고 싶다
어떤 이론도 내편이 아니니까
이론이 아닌 실제를 살고 싶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넉넉히 맞이하고
비가 오면 그 비를 줄줄이 맞고
눈이 내리면 그 눈을 핥고 싶다
한데 역사가 말한다 이론을 망치지 말라고
이론이 말한다 하찮아 보일지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다른 이론이 속삭인다 역사는 살아있지 않다고
단지 존재하는 양식일 뿐이라고
살아있는 것은 너
네가 살아있는 것이라고
너는 역사를 짓부술 수 있다고
나는 언제나 이 두 이론에
머리를 끄덕이고 머리를 내젓기를 반복하다
그 중간쯤에서 그 둘의 비위를 맞추고 빠져나온다
아니 그 두 이론 속으로 숨는다
나는 기실 세상에 없다
세상만 세상에 있고 나는 여기 없다
문학이론은 문학을 도구 삼아 잘난척을 한다
복잡한 체계를 이루고 싶어 논리에 논리가 더해진다
문학을 위한 문학이론인가
이론을 위한 문학이론인가
나는 나의 두 가지 이론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