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앵무새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줄리언 반스는 처음 읽는 작가이다. 물론 처음이라서 그의 작품이 낯설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초면인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게 그의 <플로베르의 앵무새>이다. 이 작품은 소설 텍스트로써 너무나 모던한, 포스트모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한 권의 책은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이 독립적인 장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서로 긴밀하지 않고 아주 느슨하게 간신히 연결되어 있으며, 정통소설과 달리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파격적이고 흥미롭다. 문체 또한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하면서 유머와 조소를 담고 있어 나름 어떤 쾌감을 독자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또 작가의 엄청난 학식과 지식, 그리고 플로베르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시각을 끝까지 견지하려는 태도에 독자는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1장 플로베르의 앵무새

영국의 퇴역 의사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는 아내가 사망하고 나서 플로베르와 관련된 유적 또는 유물을 찾아 프랑스 루앙을 방문한다. 그 곳에서 그는 플로베르가 <순박한 마음>를 쓸 때 책상 위에 두고 형상화한 박제된 앵무새를 박물관과 시립병원에서 안내받는다.

 

2장 연보

보통의 연보가 아니라 색다른 연보가 등장한다. 일테면 질병, 사랑, 심리 등을 연보로 기록한다.

 

3장 발견한 사람이 임자다.

플로베르와 줄리엣 허버트라는 영국인 가정교사와의 편지를 발견했다는 사람과 만났으나 다 태워버렸다는, 웃지도 울 수도 없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

 

4장 플로베르의 동물 열전

곰, 낙타, 기타 등등의 동물들이 플로베르를 닮았거나 작품 속 누군가와 연관이 있거나....

 

5장 닮았잖아!

서로 닮은 플로베르와 그의 작품 속 상황들과 현재에도 미치는 이상하고 신기한 아이러니들.

 

6장 에마 보바리의 눈

 에마 보바리의 눈에 대한 플로베르의 묘사에 대해 저차원적인 공격을 하는 비평가에 대해 일일이 반증하는 브레이스웨이트. 예술의 은유와 문학적 비유를 모르는 비평가는 저급한 사람쯤으로 인식되어도 괜찮을 성 싶다.

 

7장 영국 해협을 건너며

플로베르에 대한 여러 기억과 회상. 그러나 그 회상, 그 기억들은 얼마나 정확할까. 플로베르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등. 많은 단편적인 사실과 추측, 화자의 여러 생각이 서술된다.

 

8장 철도와 플로베르

플로베르는 진보를 믿지 않았고 철도를 반기지 않았다.

 

9장 플로베르 외전

플로베르가 쓰지 못한 그 밖의 작품들. 작가로서 상상하고 집필을 꿈꿨으나 실현되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10장 기소

대작가를 오해하고 음해하는 가설들에 대한 화자의 논박

 

11장 루이즈 콜레의  이야기

플로베르의 연인이었던 콜레가 플로베르에게 하는 말들. 생전의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를 표현했던 말들은 진실이었나? 그 대상이었던 루이즈의 입장에서 플로베르에게 했을 법한 사연의 말

 

12장 브레이스웨이트의 통념 사전

A부터 Z까지 대작가와 관계된 사람들과 장소 등에 대한 설명

 

13장 순수한 이야기

화자 브레이스웨이트의 가정사. 아내 엘렌은 에마 보바리처럼 외도를 했다. 그러나 화자는 그녀를 사랑했고 추궁하지 않았다. 앨렌은 자살을 택했고, 남편인 화자는 그녀의 호흡보조 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우리는 행복했다. 이제 나는 그녀가 그립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우리는 불행했다. 이제 나는 그녀가 그립다"(255쪽)

 

14장 시험지

정말 내겐 너무나 재미있고 파격적이었으며 작가의 재기에 기가 막혔다. 플로베르에 관한 문제를 주관식 서술문제로 낸다. 그 지문이 계속 펼쳐진다. 독자들이여 문제를 풀어보시라. 오! 놀라운 상상력과 발상의 괴물스러움이여!

 

15장 그리고 앵무새.......

그리고 2년이 흘렀지만 어느 앵무새가 진짜 플로베르의 앵무새였는지 알 수 없다. 다시 찾은 루앙. 플로베르 동인협회의 최고령 회원은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 보라고 한다.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보니 박제된 앵무새 세 마리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창고에 남아있다. 이들 중의 하나가 그 문제의 플로베르의 앵무새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진실은 모호하다. 우리는 아무 것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무슨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앵무새 한 마리도 완벽한 그 때 그 앵무새를 가릴 수 없는데, 더 복잡한 다른 진실들은 무엇이었을지 가려내고 드러낼 수 있을까. 왜 아내는 바람을 피웠고 자살을 했을까. 플로베르는 정말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는 무얼 얼마나 알고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 진실은 희뿌연 먼지 속에 떠다니다 흔적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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