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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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소설인 [기사단장 죽이기]에 관련된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하루키가 어떻게 소설을 써 나가는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얼마전 읽었던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내용과는 상반되는 소설쓰기이다. 정유정 작가는 철저한 플롯 준비를 강조한 반면, 하루키는 그러한 플롯없이 마치 뭐가 있을지 짐작조차 되는 않는 창고에서 무언가를 꺼내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많은 조건들은 이미 플롯을 준비한 정유정 작가의 성실함과 같았다. 이렇게 세계적 명성이 있는 작가도 출판전까지 10고를 거친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설이 가진 힘은 이런 인고의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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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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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0 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비행 승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주인공 유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유나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정근은 유나의 일기와도 같은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유나의 삶을 뒤쫓아간다. 북한의 5호담당제처럼 승무원들끼리도 엑스맨이 있어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부조리, 군대의 공관병 문제가 불거졌던 것처럼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와 엮어진 유나의 인생, 그리고 아버지 정근은 방산비리에 얽혀 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 마치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는 이미 지나가버린 오래전의 일들이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유나가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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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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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간호대 강의를 나간지 5년째, 수없이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던 아이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언제간 그 아이들이 간호사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들어준다. 21년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저자조차도 스스로 병원을 그만두게 만드는 이익만을 도모하는 작태는 언제쯤 사라질까? 무려 35%의 간호사가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는 통계는 단순히 간호사만의 상황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울좋은 껍데기에만 집착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이렇게 타인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촌각에서도 ‘보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 덕분에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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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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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다중 인격 장애’라고 불렀던 장애가 이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부른다는 첫 페이지의 설명에서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짐착케 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적인 행위의 주인공들은 마치 정신적인 장애를 격는 것처럼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악행을 저지른다. 그것이 더군다나 실제의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는, 그리고 성스러움, 고귀함, 숭고한 헌신의 삶의 껍데기만을 뒤집어 쓴채 주위에 있는 이들까지 한꺼번에 오욕의 늪으로 빠지게 만든 원흉이었음에 슬픔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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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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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주에 용룡 자입네다. 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 제목부터 특이한 이 소설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동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이야기이다. 다섯살 어린 남편을 만나 독립운동을 한다고 서간도에서 고생을 하다 결국 남편을 죽음을 맞이하고, 무능력하고 체면치례만 하려는 아버지로 인해 부유한 늙은이의 재취로 팔아넘기려 하기에 평양으로 도망친다. 이후 고무 공장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다 노동운동을 시작한다. 이런 분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이 소설을 통해 마치 일제치하의 북한땅에 머무는 기분이 들었다. 듣기 힘든 북한 사투리가 귓가에 맴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가정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소설이 나온 것처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못하는 악습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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