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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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영 작가의 [시티 뷰]를 읽었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10여 년 전에 송도국제도시를 갔을 때만 해도 해가 지고 나면 넓은 도로에 차가 거의 없어서 도로주행 연습 하기에 딱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한산했다. 여기 저기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 중이었고 다리를 건넌 바로 근처에만 주거지가 형성된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차와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도 대단지의 주거지가 공사 중인 곳이 남아 있지만 몇 년 후에는 간척지로 만들어진 새로운 땅에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늘어서 이렇게 단 기간에 완전히 탈바꿈된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은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심각한 문제지만, 그 누구도 안정된 주거지를 약속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니 방법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안정되는 것을 거부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골이 아닌 수도권에서 자기집을 마련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고, 영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회를 포착해 엄청난 대출금을 감당해 가며 하우스 푸어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게 지혜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런 무모한 도전이 두려워 정도를 걸으려던 이들이 바보 취급되며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지만 불과 1-2년 사이에 집값은 폭등해서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내집 마련이라는 꿈은 너무나도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송도 신도시의 이야기는 그동안 겉으로만 봐왔던 휘황찬란한 외관과는 다르게 혹독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실상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송도 신도시에 편의점보다 많이 개업하고, 카페보다 많이 폐업한다는 필라테스 센터(14)"라는 표현은 다른 운동보다 비용이 이 더 많이 들어가는 운동 센터조차 너무 많아서 극심한 경쟁 상황에 이르렇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평생을 부유하게 살아온 수미가 남편 석진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허름한 횟집에서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와 투덜대는 대사는 그야말로 경제적 부로 계급을 나누려는 이들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호텔 숙박비랑 오마카세 가격 올렸으면 좋겠어. 거품 좀 빠지게.(220)"


보통은 가격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가격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소수의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들은 오히려 최고의 서비스를 자기들만 누리고 싶은 욕심에 일반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에 반해 석진은 덕적도의 칼국수집을 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한 평생 얻어 맞고 희생하며 살다 병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를 둔 시쳇말로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이다. 의사라는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석진은 이미 한 번 아주 짧게 결혼 생활을 했던 수미를 만나 혼인하게 된다. 수미의 집 안에서 의사라는 배경 말고는 딱히 별 볼일 없는 석진과의 혼인을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이미 이혼한 경력이 있다는 것 때문이라는 내용이 둘 사이의 대단한 로맨스가 아님에도 함께 사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수미와 석진의 결혼 생활은 어쩌면 너무나도 풍요롭고 완벽해서 서로의 내면을 보살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경제적 문제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이기에 그들 사이에는 보통 부부 싸움에 단골로 등장하는 돈문제는 서로를 미워하는 계기가 될 수 없었다. 수미는 석진에게 민낯을 보인적이 없었지만 피트니스 트레이너 주니와의 만남에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맨 얼굴을 보였으며, 석진 또한 면도칼을 반복적으로 삼키고 병원을 찾은 조선족이라 칭하는 중국 동포 유화에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이들 부부는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서로가 부정한 만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세상 쿨함의 정점에라도 이른 것처럼 현재의 부부 생활을 문제 없이 유지할 수 만 있다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는 호혜와 같은 아량인 것일까. 


언젠가 썩어 없어질 몸이라서 젊고 건강할 때 제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만연되어 가고 있다. 마치 돈만 있으면 언제든 부수고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마천루를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듯이 반복되는 바벨탑 쌓기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마천루의 한 귀퉁이라도 제것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최종목적이 되어버린 현대의 삶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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