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M 위픽
김유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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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작가의 [스페이스 M]을 읽었다.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 작품이다. 표지에는 “열심히 벌어 멀쩡한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하고 싶은”이라고 쓰여 있어, 거주 불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주인공인 가사도우미 연순은 걸그룹 출신의 배우 신지유의 집에서 일한다. 우연한 계기로 신지유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인물로 대중들에게 호감을 주었고,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연순이 치우고 정리하여 신지유의 집을 광채나는 깔끔한 집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연순은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코웃음이 나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그저 열심히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 및 신지유의 에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만 한다. 하지만 연순에게도 고충이 있었으니, 신지유와 동거하다시피하는 곱상한 얼굴의 백수 남친이 집안을 난장판으로 어질러 놓거나 청소하고 정리해 할 일이 두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소설의 말미에 드러나지만 신지유가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곱상한 얼굴을 갖고 있지만 게으르고 무능력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순에게는 남편을 암으로 떠난보낸 후 청소일과 식당일 등으로 악착같이 키워낸 딸 하나가 있다. 하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성실히 공부해서 간호대를 졸업했지만, 딸의 꿈은 가방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하나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가죽시장의 공방에서 가방디자인을 배우며, 신지유의 흉을 보는 엄마에게 신지유처럼 살고 싶다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연순이 딸이 한 달 째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 하는 동안에 불쑥 신지유처럼 예쁘게 낳아주지도 못하고, 넉넉한 형편에 하고 싶은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지 못한 것에 몹시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신지유가 한량같은 놈팽이를 내치고 방이 3개인 한강변이 보이는 좋은 아파트로 이사한 후에는 한 평생 이렇게 마음에 드는 집 하나 같지 못하고 2시간 가까이 출퇴근 시간이 걸리는 자신의 삶이 처량하게만 느껴진다. 신지유가 일정으로 집을 비운 날이면 어두워진 강변을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연순에게는 하나의 사치처럼 느껴지는 일상이 이어진다. 


하지만 딸 하나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되는 마음에 찾아간 자취방 앞에서 하나를 찾는 경찰을 만나게 되고, 엄마 연순은 딸이 가짜 명품 가방을 만드는 공방에서 일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듣게 된다.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혹시나 어디서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닐까 걱정만 커져가는 차에 연순은 신지유의 새로운 남친인 이선호의 방을 정리하다가 하나의 이력서를 발견하게 된다. 연순은 공유 공간 스타트업을 하는 이선호가 대체 자신의 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추궁하다, 이선호가 만든 놀라운 공간을 방문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재의 가능성이 담긴 이야기이지만, 연순이 미니어처 랜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펼쳐지게 된다. 연순은 홍채 인식과 지문 인식까지 거쳐 강남 한폭판에 있는 비밀스러운 건물에 들어간 후 안내 직원의 인도로 캡슐 안에 들어가 이상한 약을 먹고 10분의 1로 몸이 작아진다. 몸이 작아진 연순은 작아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오피스텔과도 같은 주거지에 들어갈 수 있게 되고, 그곳은 연순을 비롯한 많은 도시인들이 꿈꾸던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깨끗한 거리를 산책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같은 곳이었다. 연순은 그곳에서 연락이 닿지 않던 딸 하나를 만나게 되고, 하나는 우연한 계기로 그곳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며 미니어처 랜드의 30평 가량의 집에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하나는 그곳에서 공방이 묻을 닫기 전에 가져온 좋은 가죽 재료로 자신만의 가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에, 연순은 하나의 꿈을 이제라도 뒷받침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곳에 함께 머물며 신지유의 가사도우미를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을 먹고 본래의 몸으로 돌아왔다가 다시금 작아지는 과정이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인지 걱정되기 시작하고, 더군다나 비밀유지가 필수적인 이러한 특수한 공간에 들어온 입주과정이 너무나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사실 또한 의심스러워진다. 신지유의 거짓된 에코프로젝트의 일환인 한정판 에코백이 당근 마트에서 10만원이 넘게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연순은 딸에게 그 에코백을 팔아 용돈이라도 쓰라고 건네고, 하나는 에코백을 조금더 비싸게 팔기 위해 미니어처로 만든 명품백을 함께 팔려고 올렸다가 하나가 만든 미니어처 명품백이 주목을 받게 된다. 어떤 사람이 그 미니어처 명품가방을 키우는 강아지가 매도록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었고, 하나에게 또 다른 가방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하나는 미니어처 랜드의 삶을 마감하고 현실로 돌아가려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이 그곳에 입주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다 이선호 대표를 의심하게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현실적인 주거 문제로 시작된 연순과 딸 하나의 이야기에 순식간에 몰입되었다가, 미니어처 랜드가 나오는 장면부터는 진짜 이런 곳이 생긴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지속되었다. 비싼 소고기를 한근만 사도 몸이 작아지면 한 가족이 며칠 동안 먹을 수도 있고,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를 조금만 소비해도 되기에 엄청 효율적일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라는 소설에서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6분의 1크기로 작아지는 것이었고, 아주 오래전에는 현재 인간 보다 6배가 큰 인류가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빙하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가정을 토대로 현재의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6배 작은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에마슈라는 소형인간을 만들어낸다. 이후에는 에마슈를 동일한 인간 존재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사건들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선호 대표가 만들어낸 서울 시내 가장 번화한 곳에 있는 공유 스페이스는 원래의 면적으로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살 수 있겠지만, 10분의 1로 축소된 사람들은 거의 모든 제반비용 역시 10분의 1 수준으로 감당하기만 하면 되기에 그동안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곳에서 편안히 출퇴근을 하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다. 저자가 소설 속에서 만들어낸 미니어처 랜드인 스페이스 M이라는 특별한 공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계의 단면이 아닐까 싶어 현실로 돌아온 연순과 하나의 마음처럼 허름한 연립주택과 자취방이 더욱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많이 참고했어요. 이곳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거든요. 코딱지만 한 방에서 겨우 웅크리고 자다가 깨서 출근하는 삶이 아니라 거실과 방, 화장실이 분리돼 있고 집 앞에 산책로와 조깅 코스도 마련돼 있는 그런 주거 환경이요. 그러게 꼭 대단한 부자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길 바랐고요. 어떠세요?(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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