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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신다은 기자의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읽었다. 부제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이다.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 놓고 한동안 망설였다. 다른 책을 주문할 때도 마치 매직아이처럼 눈에 띄게 다가와도 일단 유보하려고 했다. 미루고 미루다 마치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처럼 여겨져 책을 주문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책머리의 내용을 눈대중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도 의미심장했기에 차라리 그냥 몰랐으면 어땠을까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미약한 것은 책을 읽고 고요히 분노하고 슬퍼하며 연대의 마음을 가지는 것 뿐이었기에 용기를 내어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역시나 산재 사고의 첫 장면을 그리는 내용은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건 그냥 재난 영화나 소설을 위해서 작가가 상상으로 그려낸 얘기에 불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뉴스를 통해서 들어봤던 재해자 분의 이름이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처음의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던 사고에 등장하는 이름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주의깊게 읽지 않아서 그런것인가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 무렵 이유를 알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재해자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아니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산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뉴스보도를 통해서 짧은 단신으로 보도되었던 내용들을 무심코 지나쳤던 날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세상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오늘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편안한 서비스를 누렸다면 그건 나의 몸을 대신해 누군가가 열심히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대신하는 수많은 노동 덕분에 삶의 윤택함을 체험하게 된다. 책에도 언급된 사건인 제빵 관련 내용물을 섞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때 뉴스 보도를 보고 주위 사람들과 아니 빵을 만들다가 사람이 죽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라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 우리가 너무나도 손쉽게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러 별 생각없이 간식거리로 산 빵에 넣을 부속물을 새벽부터 만들다가 사람이 죽다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 나온 산재 사건들을 발생된 과정을 살펴보니 빵을 만드는 과정도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아니 노동자들이 하는 모든 작업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건설노동자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에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하도급이 만연된 하청 구조였다. 역시나 이번 책에 언급된 내용에서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원청의 하청을 받은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따라 이윤 추구를 최대 목표로 삼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안전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하청을 받은 작은 기업들은 행여나 밑보여 일감을 뺏기게 될까 두려워 위험요소가 발견되어도 원청에 개선을 요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엄청난 무게를 가진 물건들과 날카로운 속성을 지닌 도구들을 빈번하게 사용되는 노동 현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 상처받기 쉬운 몸을 그대로 노출한 채 일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을 견딘 이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편안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산재가 발생되고 나면 책임 회피를 위한 갖가지 비겁한 행동을 일삼는 사측의 방어를 보면 대체 이 나라의 정의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생계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사건의 진상 규명과 희생된 분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분투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용기와 희생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해자 분들의 가족들이 재판장에서 마지막으로 읍소한 내용을 읽으며 산재 사고가 발생된다는 것은 어느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많은 이들의 삶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결국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로 병들어 있는지 드러내는 표징임을 알게 되었다.
책의 표지를 덮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재해자 분들을 떠올려 보았다. 가족들에게 전해진 비보의 전화 한통이 가진 무게가 얼마나 클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하루를 어떻게 숨쉬고 살아가야 하는지의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상심의 늪에 빠진 분들의 비통에 찬 삶을 기억하며 기도드리게 된다. 부디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아픔의 상처가 1센티씩 만큼이라도 치유되기를, 어디선가 이렇게 기억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분명히 있음을 겸손되어 청해본다.
“다만 그 시도가 지나쳐 특정인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앞서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했던 실수를 언론도 똑같이 되풀이하게 된다. 즉 ‘사고가 어떻게 났느냐’보다 ‘누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재해를 이해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첫걸음은 어떤 위험이 왜 사고로 이어졌는가를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전관리자나 사업주 등의 특정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만 치중하면 더 중요한 과제가 뒤로 밀리게 된다.(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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