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오철 사진작가의 [신의 영혼 오로라]를 읽었다. 부제는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이다. 책의 표지부터 이목을 확 끌어당기는 오로라의 사진은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오로라'라니~~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오로라를 봤다거나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었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보편적이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에, 유명한 관광지나 휴양지를 선택하게 된다. 반면에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10시간 이상의 비행을 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드니 선뜻 오로라 만을 위한 여행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넘어갈수록 다양한 오로라의 사진을 보면서 또한 극대기가 다가온다는 설명을 읽으며 오로라 여행에 대한 꿈이 서서히 커져감을 느낀다. 


4계절이 뚜렷하고(이제는 봄과 가을이 너무 짧아지기는 했지만), 낮과 밤의 길이도 적당한 우리나라는 사람이 살기에 꽤 좋은 기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살 때는 몰랐지만 타국에서 머물다보면 면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점 중의 하나이다. 유럽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겨울에 여행을 가게 되면 하루 걸러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음습한 기운과 더불어 오후 5시도 안되서 밤처럼 어두워지는 일정에 당혹스러움과 불안감이 엄습해오곤 한다. 서유럽에서 위도가 높은 아일랜드과 영국의 경우 펍 문화가 발달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겨울철에 밤이 너무 길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놀이문화로 우울함을 달랬다고 하니,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을 보내지만 일조량이 좋은 곳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살기에는 척박할 것이라 여기는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우리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 백야와 극야 현상이 반복되고, 그곳에서 힘겹게 자연을 극복하고 사는 이들에게 신이 고생이 많다며 이걸 보고 위안을 삼으라는 듯 '오로라'라는 천체쇼를 보여준다. 지금이야 수많은 여행객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그곳을 방문하고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오로라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교통수단과 통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오로지 그곳에 사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는 1장에서 '오로라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오로라에 대한 과학적 정의와 설명을 간략하게 전해준다. 아주 오래전에 과학잡지에서 보았던 지구의 내부 구조와 같은 사진들을 곁들여 오로라가 극지방 주위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준다. 간혹 뉴스를 통해서 태양의 흑점이 폭발 빈도가 높아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통신장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흑점이 많아지며 태양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지구에 전달될 때에 대기와 만나며 오로라의 극대기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흑점의 폭발로 일상의 불편함이 가중될지도 모르지만 오로라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10년 전에 출간된 책이 개정되어 새롭게 나오게 된 이유가 바로 극대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오로라를 더 많은 이들이 보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음은 오로라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오로라의 극대기가 2024-2025년이라고 하니 다음 여행지는 캐나다의 엘로나이프로 삼고 일상이 노곤해질 때마다 엘로나이프 오로라 여행지 사이트를 통해 오로라 여행을 꿈꾸는 것이 새로운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1장에서 오로라에 대한 개괄적 지식을 알게 되었다면, 2장에서는 오로라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갑자기 여행책자로 변신을 한 듯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지역과 여행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올컬러로 된 책자이기에 지루하지 않게 오로라의 수많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어서 어서 빨리 오로라 여행을 계획하라는 유혹의 손짓이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겨울에 며칠 정도 영하 20도의 추위가 맹위를 떨칠때가 있기는 하지만, 오로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소개된 캐나다의 엘로나이프는 겨울에 영하 20도에서 40도까지 육박한다고 하니 그 추위는 얼마나 대단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오랜시간 밖에서 머물러야 할텐데 그 추위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되지만, 저자의 자세한 소개를 보니 여행지에서 제공되는 방한복과 인디언 전통 가옥인 티피에서 몸을 녹이며 오로라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오로라 빌리지 외에도 엘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문제는 어떤 코스를 선택하느냐게 아니라 내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 오로라가 펼쳐지느냐이다. 




책에서 소개한 일반적인 일정은 6일 정도로 3일이나 4일밤을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대기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 기간에 오로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무척 속상할 것만 같다. 그리고 저자가 너무 큰 감동에 저절로 눈물이 나오게 된다면 오로라 폭풍은 어쩌면 신의 선택을 받아 선물을 받기에 마땅한 이들에게만 펼쳐지는 황홀한 광경이 아닐까 싶어 부러운 마음만 커져간다. 책에서 언급된 '오로라 헌터'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니, 마지막 날에 기적적으로 오로라 폭풍을 본 이들이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은 마치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선물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 중에 나온 어느 출연자는 오로라 폭풍을 보고 너무 감격한 나머지 "오로라 폭풍을 보고 나니 한국에 돌아가서는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대체 오로라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일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오로라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고백을 전한다. 직장생활 중 오로라를 보러 간 여행에서 큰 감동을 받고 사표를 과감히 던지고 전업 사진작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것 또한 오로라를 통해서라고 말한다. 아마도 주변에서는 두 팔 들고 만류했을 그 용기 있는 선택으로 인해 저자가 찍은 오로라의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그곳을 방문하지 못할 많은 이들에게 대체재가 되어주니 이 또한 기적이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신의영혼오로라 #권오철 #씨네21북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