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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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작가의 [올리앤더]를 읽었다. 올리앤더를 검색해보니 우리말로 '협죽도'라는 이름의 관목 또는 교목이라고 나온다. 왜 제목을 올리앤더로 정했을까 생각해본다. 주인공들의 전쟁터와 같은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지속된 산불로 재가 날리고 심각한 가뭄으로 정원가꾸기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황폐해진 잔디밭에서 올곧이 꽃을 피우는 굳건함 때문일까? 아니면 해솔, 클로이, 엘리와는 상관없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된 엄마의 목표를 비유한 것일까? 호주라는 남반구의 계절이 정반대의 땅에서 가장 예민한 고등학교 시기를 보내는 세 소녀의 이야기는 타국의 한인 이민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 DNA에 새겨진 것일지도 모를 고학력에 대한 맹목적인 욕구는 어딜가서 사나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전세계에서 업무상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를 주언어로 사용하는 나라에 대한 동경은 대단하다. 유학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 영어권의 나라가 대부분이고 이민 또한 비슷하다. 특히나 자녀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이제는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저 먼 과거의 얘기가 되어버렸기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일타 강사가 있는 비싼 학원을 다녀야만 한다. 경제적 지원이 넉넉치 않다면 좋은 대학을 가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좋은 대학을 들어가지 못하면 직장을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사실 공부는 모두가 잘할 수 없고, 모두가 잘 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갖고 태어났기에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자기 자식만큼은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공부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소설에서 언급했듯이 학교 경비를 하던, 변호사를 하던, 다른 청소를 하던 비슷한 경제적 지위를 누리고 딱히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애써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부모는 거의 없겠지만, 어쩌면 자녀의 귀에 대고 '너 공부 안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는 말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은 해솔, 클로이, 엘리 이렇게 세 명의 고등학생 십대 소녀이다. 해솔은 한국에서 공부를 꽤나 잘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시드니로 유학을 가게 된다. 해솔은 클로이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동급생 클로이를 만나게 된다. 클로이는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어릴 때 부모와 함께 호주로 이민을 온 1.5세대이다. 클로이의 부모는 다른 집 청소일을 하며 클로이가 의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뒷받침해준다. 문제아 엘리는 부모님이 유학생 비자로 머물며 호주에서 태어났고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이렇게 호주에서 만난 세 명의 소녀는 어찌보면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호주에서 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각 루트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생, 이민 2세대, 1.5세대. 


해마다 뉴스에서 전세계적으로 발생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도 증가하고 묻지마 폭려과도 같은 사태들이 반복되지만 마땅한 대비책은 준비되지 못한 현실이다.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아마 반드시 겪게 되는 미묘하게 기분 나쁜 그들의 표정과 행동은 타국살이의 설움을 가중시키곤 한다. 그럼에도 한 번 자리잡게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각 나라별로 그룹을 만드는 것이나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유학생과 이민 세대로 또 다시 분화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숨겨지지 않는 차별과 배타적인 경계로부터 안위와 자유를 보장받기 싶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엄마들 또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소녀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해솔의 경우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 엄마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재혼을 선택하고 해솔을 저 멀리 타국으로 보낸 이기적인 엄마로 그려진다. 클로이의 엄마는 클로이를 의대에 보내는 것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경주마처럼 달린다. 클로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의대를 가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기에 자신이 정말로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지 아닌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왜 의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 클로이는 해솔의 등장으로 등수가 떨어지자 불안감을 느끼며 각성제를 복용하게 된다. 엘리의 엄마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주인집이 차고를 개조한 공간에 세들어 살며 엘리가 대학에 들어가 합법적인 비자를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엘리의 학비와 호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엘리를 아주 어릴 시절부터 혼자 둘 수 밖에 없었던 엘리의 부모는 엘리가 어떻게 망가져갔는지 알지 못한다. 극심한 외로움에 혼자인 엘리는 부유한 백인 아이들을 따르며 마약과 흡연과 음주를 일삼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학교에서 마약을 파는 셀러가 된다. 


이 세 소녀의 앞으로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질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그리고 타국에 와서 고생을 하며 자식의 성공만을 위해서 힘든 일을 가리지 않고 뒷바라지를 하며 자식에게 성공이라는 부담을 지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한 이러한 클리셰는 호주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조명되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마약도 쉽게 구입이 가능한 곳에서 극도로 고조된 긴장을 탈피하기 위한 일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해솔과 클로이처럼 누가 입에 넣어줘도 절대로 마약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할 것 같은 이들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한계에 이르렀을 때 결국은 스스로를 파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해솔과 클로이와 엘리는 저 먼 나라에 머무는 한정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종차별을 혐오하면서도 극심한 직업차별을 일삼는 우리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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