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를 읽었다. 부제는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이다.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이렇게 9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인이 중독된 주제들이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지금 시대의 가장 핫한 이슈들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이슈라는 것이 뉴스메인을 도배하는 그럴듯한 화제가 아니라 그냥 한 개인인 나에게 있어서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될 무엇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이 중에 어느 것에 중독되어 있나 따져보니 아예 한 번도 안해본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개인적인 감상을 표출하거나 격력한 공감을 표현하기 힘들었다. 요즘엔 “SNS를 하는 사람이 관종이 아니라, 안 하는 사람이 오히려 별종(202)” 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이렇게 많은 중독 주제 중에 내게 해당되는 내용이 없다는 게 어쩌면 나도 별종이거나 이미 상 꼰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중에서 하나라도 하지 않는다면 술이나 커피나 담배 중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사람이 귀엽거나 예쁘거나 잘생겼거나 말발이 좋거나 직업이 특이하다면 대단한 금욕주의자처럼 보인다. ‘아, 아깝다. 저 정도면 팔로워 5만 명에 좋아요 100개쯤은 금방 땡길 텐데.’(202-203)”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싸이월드 세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그때에 관종이 되고자 하는 열정을 다 써버린 것인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렇게 시시한 일상을 드러내는 것이 점점 싫어지는 것인지? 50대 중반 이후의 어머니들 사진첩에는 온통 꽃 사진만 잔뜩이라고 하던데, 사람보다 자연이 더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에 다가오는 깨달음인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대놓고 셀카 사진도 올리고 그랬는지. 지금보면 쥐구멍이 들어가고 싶어지는 사진과 감성 오지게 터지는 글들을 보면 한 때 나도 이런 젊음을 드러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더불어 피싱 같은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도 아직 2G폰을 쓰고 있던 터라 부모님이 스마트폰으로 변경한다는 얘기를 듣고 괜히 이상한 문자가 왔을 때 눌러서 사기 당하지 않게 그냥 구형 폰을 쓰는게 어떻겠냐고 퉁명스럽게 대꾸한 적이 있었다. 내딴에는 괜히 억울한 일을 당하실까 걱정되 한 말이었는데, 나의 대답이 얼마나 서운하셨는지 한동안 전화조차 하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의 행동과 말이 참으로 어리석고 이기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한 살이라도 더 젊으실 때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할 텐데, 어찌보면 노년의 삶에 대한 무미건조함이 내 생각의 일부이지 않았나 싶다. 나의 어리석었던 행동에 질타를 가하는 일들이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일어난다. 노약자석에 앉으신 어르신들이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뉴스 기사를 살펴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위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번 손에 쥐었다 하면 쉽사리 놓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샤워할 때에도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시청이 가능하도록 방수기능까지 강화되었으니, 이제 스마트폰을 떠나는 시간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인터넷 뱅킹은 PC로 하는 것이 더 수월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바일 버전의 보안을 강화해서 그런지 앱을 구동하면 몇 번 클릭으로 손쉽게 이체가 가능해졌다. 사실 가장 최신형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자주 사용하는 앱은 몇개 되지 않는다. 안읽씹의 내용에 나오는 것처럼 전국민이 사용하는 깨톡의 경우 앱 상당에 빨간 숫자가 써 있으면 뭔가 맘이 편치가 않다. 광고든 단톡방이든 어서 빨리 대화방을 열어서 그 숫자를 없애고만 싶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 숫자를 없애는 강박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앱에도 아직 읽지 않음을 표시하는 숫자가 표기되어 있으면 마치 남겨진 숙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앱에 떠 있는 숫자는 내게 딴짓하지 말고 어서 빨리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는 것만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생긴 이상한 증상이다. 


“임원이나 고용주에게 대체 불가 노동자란 결국 프리미엄이 붙은 부품일 것이기 때문이다. 부품으로서의 노동자는 마모(번아웃)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임원과 고용주를 능가하는 순간 임원과 고용주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인간이 비인간 존재를 볼 때, 그것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