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동 사람들 - 공단 마을 이야기 보리 만화밥 12
이종철 지음 / 보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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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작가의 [제철동 사람들]을 읽었다. 부제는 ‘공단 마을 이야기’이다. 3년 전 코로나가 시작되기 얼마 전에 [까대기]를 읽고 흡족한 마음에 저자 신간 알림을 해 놓았는데, 이번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내용으로 포항제철 인근의 마을에서 30년간 식당을 해온 부모님과 동네 친구들, 학교 친구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 고백이 담겨 있다. 바로 전에 [쇳밥일지]를 읽어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쇳가루 날리는 공장 지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눈앞에 그려지는 착각마저 든다. 만화속에 그려진 제철동의 모습은 작업복을 입고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마저 깔끔하고 상쾌해 보인다. 마치 가을 하늘의 모습으로 둔갑한 채 30도가 넘는 한 여름의 바깥 풍경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바라보면 상쾌해보이는 것처럼, 노동자들의 옷에 알알이 박힌 철가루와 먼지와 냄새는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어릴적 살았던 동네는 제철동 같은 거대한 공단이 있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수출입 부두항이 가까워서 그런지 어머어마하게 큰 대형 트레일러들이 쉴세없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그 거대한 창고에 들러 물건을 싣거나 내리곤 했을 것이다. 워낙에 큰 화물들을 싣고 다니는 차들이 쉴세없이 지나다니다보니 먼지가 항상 가득했고 대형 트럭에서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어릴 때는 그렇게 큰 차들도 무섭지 않았는지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겁도 없이 뛰어다니곤 했다. 지금 우연히 그 곳을 지나치게 되면, 운전하기가 겁날 정도로 여전히 대형 트럭들이 많이 어서 빨리 그 구간을 지나가려고 한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참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학교를 다녔다. 그때는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대형 트레일러들이 다니는 길을 한참이나 걸어내려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다 그랬으니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아찔한 기분도 든다. 


제철동 사람들의 주인공 강이의 유년 시절을 재미있게 읽다보니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기도 했겠지만, 어떻게 함께 지낸 사람들의 사연들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어릴때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험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적이 없기에 딱히 드라마틱한 일도 없어서 나중에 무용담처럼 해줄 얘기도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진 적이 있다. 당연히 배부른 투정이요, 철없는 소리겠지만 유년시절 고난의 시기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성장기는 많은 부분에서 감동적이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은 아마도 그 힘든 시기를 통해서 형성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히 고생을 한 적도 없고 엄청난 실패의 늪에 빠져본 적도 극도의 사춘기를 보내며 못된 짓만 골라삼던 적도 없이 무던하고 범생처럼 지내왔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을 그리워 하는 이들의 마음이 잘 헤아려지지 않는다. 그때가 뭐가 재미있다고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란 생각이 든다. 학교 폭력을 당한 적도 그렇다고 친구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도 뭔가 항상 외로웠던 것 같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저자의 그림을 보고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가란 생각을 해 본다. 후회되는 일도 아쉬운 일도 많겠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살다보면 또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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