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 유튜버 하루데이가 기록한 낭만적인 도시 풍경
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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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작가의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부제는 "유튜버 하루데이가 기록한 낭만적인 도시 풍경"이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본다면 책에 나오는 장면들을 상상이 아닌 직관적으로 볼 수 있을테지만 휴대폰은 잠시 내려놓고 간간이 나오는 사진에 대리만족을 하며 뉴욕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읽어나갔다. 군 제대 후 미국에서 6개월 간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차버려서 그런건지 그 이후로는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겨도 도통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특히나 총기 사고가 빈번이 일어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더더욱 미국에 대한 흥미는 줄어들었다. 대체 저렇게 불안한 나라에서 어떻게 사는 것일까란 생각이 증폭 될 때마다 우리나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상도 비슷하다는 반응을 떠올리곤 한다.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한국이라고 하면 항상 따라 붙는 질문은 남이냐 북이냐이다. 농담섞인 질문일수도 있고,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질문 이면에는 대체 한국 사람들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사느냐라는 의구심이 담겨 있다. 하기야 잊을만 하면 미사일을 동해상에 쏘는 북한을 24시간 적대해두고 사는 것이 빈번한 총기 사고보다 더 위험하게 보일 수 도 있겠다만, 그래도 미국의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꽤나 많다. 


어쩌면 이런 나의 편견과 선입견에 불과한 생각들을 오랜만에 접어둘 수 있는 글을 읽게 되어서 반가웠다. 하루 저자의 뉴욕에 대한 글은 미국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에도 맨하튼의 거리를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작은 새싹을 틔우게 했으니 말이다. 사실 부르마불에서 가장 비싼 도시라인에 있는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은 대도시답게 사람도 엄청 많고 높은 빌딩이 즐비한 마천루가 상당하며 덕분에 이래저래 볼거리도 많을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하루 관광객이 로마 내의 주민들보다 더 많이 오는 곳에서 살아봤기에 그 대도시의 정신없음과 더러움에 상반된 활기와 열정을 잘 알고 있다. 로마에서 사람에 치이다가 한 적한 작은 소도시를 방문할 때면 '그래 이 한적함이야 말로 진짜 이탈리아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로마에 돌아와 하교길에 은은한 불빛에 반사된 그윽한 시간의 향기를 내뿜는 콜로세움을 지나치도라면 그 여운은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니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으려면 길가에 치이는 개똥과 홈리스들의 구걸과 지리내를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리라. 


뉴욕은 어쩌면 세계 경제의 심장부라고 할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모여들었다가 떠나는 곳이기에 저자의 글처럼 '어디 출신이냐'는 보편적 질문도 쉽게 던지지 못하는 세계화가 이루어진 도시가 아닐까 싶다. 요즘처럼 인종차별에 대한 각별한 시각이 두드러지는 세기를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피부 색깔이나 인종, 국가에 대한 무지몽매한 차별이 남아 있기에 해외에서 행여나 억울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센트럴파크의 공원이 주는 자연에 대한 공존과 여유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형성된 대형 공원이 많지 않아서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이 무척이나 부럽기만 하다. 제주도의 걷기 좋은 숲길에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것처럼 서울 한복판에 몇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된다면 지금의 삭막함은 조금이나마 상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와 개의 천국인 뉴욕에서는 자신이 키우지 않는 동물에 대한 배려심이 돋보이고 홈리스와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약물 복용에 대한 지나친 관용과 아플 때 상상을 초월하는 병원비에 대한 공포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와 같은 문화와 예술을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다는 것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소장한 위대한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게 된다면 하루 작가의 글을 떠올릴 것이고 가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유튜브를 통해 대리만족하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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