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황선우.김하나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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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김하나 작가의 [퀸즈랜드 자매로드]를 읽었다. 부제는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이다. 전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함께 써서 그런지 이번 여행기는 이어지는 후속편을 읽는 기분이었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변해가는 한 가운데에 어쩌면 도발적이고 그렇게 자유롭게 선택하여 살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을텐데도 여자 둘의 삶은 남자 둘의 삶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남자들의 의리라고 말하는 허세보다 여자들의 연대가 더욱 더 강력한 생존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 둘이 동남아의 휴양지에 가서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남자 둘이 가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어쨌든 이번 책은 여행기 이니까 그것도 호주라는 우리와 시차가 거의 없음에도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미지의 땅이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직도 잘 보존된 곳이기에 누구나 한 번 쯤은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호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 다녀온 사람도 많고, 살다온 사람도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몇 번은 다녀온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호주의 지명들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지도 상에 어디 있냐고 하면 미국의 여러 도시들처럼 서쪽인지 동쪽인지 모르겠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큰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들은 왠지 나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하다. 광활한 대지를 갖고 있어 지금처럼 스마트 크루즈가 장착된 차라면 100킬로 이상 눌러 놓고 딴짓을 해도 될 정도로 가도가도 끝이 안 보이는 도로가 있다던데, 그런 길을 그다지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행여나 가다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가 멈추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보다 미쿡 또는 호주 경찰들이 쏼라쏼라 질문하며 우물쭈물하는 나의 팔을 뒤로 꺾어 바닥에 눕히고 수갑을 채우면 어쩌하는 무서움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책의 구성도 이야기의 시작과 마침에 여러 사진들을 화보집처럼 나열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챕터마다 황, 김 이렇게 번갈아가며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을 읽게 되면 저자들이 본 풍경과 동물들이 연상되고 챕터가 끝날무렵 마치 답안지처럼 마무리하는 사진들을 보며 나의 상상과 견주게 되어 흥미로웠다. 팬더를 좋아해서 그런지,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유일하게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코알라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로마의 학교 식당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코알라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마치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있는 것처럼 묘하게 편안함이 느껴져 한참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곤 했다. 역시나 김하나 작가도 코알라를 어찌나 귀엽게 표현하는지 아마도 실제로 본다면 한동안 그 귀여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호주의 퀸즈랜드 지역은 소개하는 여행기를 잃다보니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 팬데믹 시기가 아닌, 과거 또는 미래의 어느 때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저자들도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19년에 다녀온 것이라고 하니, 한동안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현상들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몇십, 몇백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마스크도 쓰지 않고 먹고 마시며 재채기를 하고 지내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마스크를 벗고 지내다보면 언제 또 그랬냐는듯이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기도 하고. 퀸즈랜드 여행기는 호주에 대한 동경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 뿐만 아니라 언제든 그렇게 원하면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시기에 대한 애틋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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