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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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작가의 [고독사 워크숍]을 읽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36번째 작품이다. 제목부터 현대 사회의 씁쓸함을 적확하게 표현한 문구가 들어가서 어떤 사회 풍자의 사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마치 정말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한 아주 비밀스러운 워크숍이 열리는 것처럼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은 전혀 상관없는 관계인 듯 하면서도 우연을 가장한 연결점이 드문드문 엿보인 옴니버스식 소설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의 전개를 따르지 않고 워크숍에 참가한 주인공들의 사연이 전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워크숍이 이어지기에 때로는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앞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도 지금 워크숍의 주인공의 사연에 집중하는 방식을 따랐다. 그리고 매 순간 고독사의 워크숍의 숨겨진 포스트잇을 찾아 초대에 응답하는 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추천사를 쓴 정이현 작가는 고독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도 소멸의 순간을 나눌 수는 없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고 개별적으로 죽는다. 임종을 홀로 맞을 때와 타인에 둘러싸여 맞을 때의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여 설명할 수 있는 ‘산 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않는다. 아직 살아 있는 자는 이렇게 결심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고독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고독의 코어를 단련’할 필요가 있다고.(383-384)”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죽기 직전까지는 죽을 것 같이 고독하고 외로울 수 있으나 죽는 순간이 고독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말해줄 수 없다. 그럼에도 마치 죽음의 종류가 있기나 한 것처럼 현대 사회는 ‘고독사’라는 말을 만들었다. 출퇴근을 위해 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온갖 생각에 머리 속이 몹시 번잡스러워진다. 특히 쓸데없이 내뱉은 말이 떠오르거나 허무하게 보내버린 시간들의 아쉬움에 머리를 콕콕 쥐어박고 싶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렇게 홀로 고독하게 보내는 시간이 무한정 길어진다면 나는 언제까지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란 생각의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차가 밀려서 수없이 브레이크를 밟으며 도로 위의 그 수많은 차를 운전하는 이들과 함께 있음에도 마치 ‘신 앞에 선 단독자’처럼 그렇게 쓸쓸하다. 워크숍의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분명 어떻게든 살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어른이 되면서 중요한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것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였다. 평정심에서 나오는 상냥한 태도, 사려 깊은 경멸과 친절로 가장한 경계심.(133)”


“돌이켜 보면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값싸게 취급된 어떤 죽음에 대해서 슬픔이 제거된 자리에 악취 나는 쓰레기 같은 생각들을 채움으로써 그 죽음이 야기할 수 있는 작은 슬픔조차 느끼기를 거부했던 것 같았다. 스스로를 혐오의 상태에 가두고 고립시키는 행위가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리란 어리석은 기만. 그렇게 전이된 슬픔은 이전에도 있었고 이번이 마지막도 아닐 터였다.(210)”


“선배도 참 지겨웠겠구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다움을 잃어 가는 하루하루가, 저마다 피해자의 얼굴로 가해자의 얼굴을 감춘 채 무리의 습성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못됨을 처먹어 가는 일상이. 무엇보다도 타인의 불행 앞에서 다행을 챙기는 다행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과 자꾸 마주해야 하는 공포가.(246)”


“할머니, 나 계속 이렇게 형편없이 살아도 될까?

할머니는 말했다. 

당연하지. 세상이 왜 이렇게 형편없는 줄 알아? 형편없는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너도 형편없이 살아. 그러다가 가끔 근사한 일 한 번씩만 하면 돼. 계속 형편없는 일만 하면 자신에게도 형편없이 굴게 되니까. 근사한 일 한 번에 형편없는 일 아홉 개, 그 정도면 충분해. 살아 있는 거 자체가 죽여주게 근사한 거니까. 근사한 일은 그걸로 충분히 했으니까 나머지는 형편없는 일로 수두룩 빽빽하게 채워도 괜찮다고.(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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