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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줄래요? - 청각을 잃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차별의 소리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황승택 기자의 [다시 말해 줄래요?]를 읽었다. 부제는 “청각을 잃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차별의 소리들”이다. 제작년에 저자의 백혈병 투병기를 읽으며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급성중이염으로 청각장애를 앓게 되었다는 소식을 저자의 신간으로 접하니 몹시 안타깝고 염려가 되면서도 저자의 아픔의 시간으로 인해 이렇게 귀중한 글을 접하게 되었으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해야 할지…
어린이날을 맞아 오전 뉴스에 얼마전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져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전해주고 간 어린이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작년에도 비슷한 상태로 하늘나라에 가며 7명의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전해준 소식도 이어졌다. 보물같은 어린 자녀를 황망하게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겠지만, 떠나간 아들의 납골묘 앞에 생전에 좋아하던 간식을 놓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비의 모습을 보니 그저 건강히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아이의 심정을 누군가가 받아서 건강해진 몸으로 뛰는 심장 박동 그래프를 선물 받았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고 말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렇게 숭고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기적같은 일이고 그렇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전해주지 않을까 한다.
저자가 급성 중이염으로 청각을 잃게 된 상황은 목숨을 오가는 위중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저자처럼 의연하게 그리고 강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몇 년 전에 백혈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간신히 복직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라니, 저자가 순간적으로 수술을 받을 때마다 느꼈을 좌절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와 용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천상 기자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이 청각 장애를 앓게 되고 인공와우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전해주니 이렇게 리뷰에서나마 격렬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특히나 저자의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청각 장애인에 대한 시선의 변화와 사회적 문제 등을 제시한 내용들은 많은 생각과 후회와 부끄러움이 들게 해 주었다. 웹툰 작가가 대학 강의실에서 겪었던 경험담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있고 당당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전해준 교수님의 말이 구구절절 다 옳아서 세상 사람들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
“나라마다 나라 특유의 정신병이 있다고 하거든? 근데 내가 볼 때 우리나라 특유의 정신병은 ‘눈칫병’이야. 누가 혼자 밥을 먹거나, 옷을 특이하게 입으며 안 지나가고 꼭 다시 봐. 그렇게 쳐다보는 것이 다름을 인정 안 한다는 시선이야. 이번 학기에 여기 청각 장애인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의 장애를 그대로 인정해야 해. 안 들린다고 이거에 대해 자네들이 ‘어이구’ 이러면 곤란해. 누가 다리가 없다 이러면 신경 써서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하면 돼.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 더 그 장애인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야. 그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까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내가 정말로 이상한 존재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