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 힘들 땐 참치 마요 - 행복은 원 플러스 원 띵 시리즈 16
봉달호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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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 작가의 [삼각김밥: 힘들 땐 참치 마요]를 읽었다. 부제는 ‘행복은 원 플러스 원’이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16번째 책이다. 편의점 점주 10년차이자 작가로서 누구보다도 삼각김밥에 대한 내용을 잘 전달해주고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오마주삼아 삼각김밥을 의인화시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삼각김밥에 대한 책을 읽으며 언제 내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샀었나 떠올려보니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았다. 편의점 자체도 잘 가지 않지만 내가 직접 삼각김밥을 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고보니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바쁘지 않아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또 한 가지 삼각김밥을 먹은지 오래된 이유는 간식으로는 주로 빵을 사먹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간단하게 먹어야 할 때 주로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먹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부터는 삼각김밥을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자주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주인공이 맥주 캔을 들이키며 신세한탄을 한다던지,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던지, 또는 원수 같은 사람을 만나서 육탄전이 멀어지기도 한다던지 아무튼 편의점은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의 단골 장소이다. 특히나 자리세가 포함된 그럴듯한 호프집이 부담된다면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간단한 마른 안주에 만원에 4캔 짜리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경제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편의점이 24시간을 영업하니 시간에 대한 구애도 받지 않는다. 여기에 허기를 채울만한 음식들이 꽤나 구성지게 진열되어 있으니 한 번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거리들이 인스턴트라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는데, 저자의 삼각김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고나니 삼각김밥이 꽤나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참치마요 하나에 컵라면 하나 땡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쓱 지나간다.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에서 공부꽤나 한다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의대나 법대를 진학한다. 워낙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졸업을 하고 그에 걸맞는 국가 자격을 얻고 나면 그야말로 철밥통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특히나 의사가 되면 웬만한 직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소득자가 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고소득을 올리는 의사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공부를 잘했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병원이나 학교에 소속된 의사들은 항상 점심시간에 회의를 한다. 서로 진료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오전이나 오후에 다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회의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 회의를 했다고 하니, 그게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맛을 느낄수나 있었을까.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물을 마시는 것도 눈치가 보여 회의 이전에 먹거나 이후에 먹을 수 밖에 없다. 의사들 중에 병원밥이 지겨워서 그런지 상당수가 병원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그럴때 아마도 삼각김밥은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삼각김밥으로서 인간 세상을 감상하고 나름대로 내린 소박한 결론은 ‘사람 살아가는 풍경은 어디든 비슷하다’는 것. 대기업 사장님, 법복 입은 판사님, 샐러리맨 용준 씨, 재수생 희선 씨, 여섯 살 희준이… 직업과 처지는 달라도 누구나 ‘밥심’으로 산다. 120g짜리, 210g짜리, 혹은 320g 고봉밥을 먹더라도 어쨌든 다 ‘밥’의 힘으로 사는 것이지 황금이나 이슬을 먹고 살지는 않는다. 부자라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다를 게 있겠나. 사람은 법 앞에선 평등하지 않을지 몰라도 밥 앞에선 누구나 평등해진다. 나는 그렇게 밥의 평등에 기여하는 작은 삼각형이다.(170)”


“편의점 점주에게 삼각김밥이란 꾸밈없이 그런 존재다. 애증의 대상이다. 나를 먹여 살려주고 있으니 고맙고 기쁘기도 하지만 딱 일터에서만 상대하고 싶은 존재인, 마음속 경계선이 분명한 대상이다. 날카로운 당신은 이 책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착잡함과 애증의 감정을 진즉 눈치챘을 것이다. ‘파는 자’와 ‘사는 자’의 입장은 다르다. ‘만드는 자’와 ‘소비하는 자’의 감정과 계산은 다르다. ‘가끔 한 번’인 자와 ‘그것이 매일’인 자의 권태로움은 다르다. ‘즐기고 나서 버리는’ 자와 ‘치우고 정리하는’ 자의 고단함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그러한 상대성 가운데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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