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아침드라마 - 우리는 마치 예방주사를 맞듯 매일 아침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튼 시리즈 47
남선우 지음 / 위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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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님의 [아무튼, 아침드라마]를 읽었다. 부제는 "우리는 마치 예방주사를 맞듯 매일 아침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이다. 아무튼 시리즈 47번째 책이다. 아침드라마를 즐겨본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쥬스아저씨의 표지를 보고 단숨에 빵 터져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드라마의 대표적인 막장 장면 쥬스아저씨의 콸콸콸과 김치싸대기는 그야말로 저자가 말했듯이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되는 소재로 사용되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표지의 쥬스아저씨 콸콸콸 장면의 사진을 그대로 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림이었다. 쥬스가 흘러내리는 장면을 너무나도 생동감이 있게 표현하여 쥬스아저씨가 느꼈을 황망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자의 가족들이 아침드라마를 즐겨본다는 내용은 범상치 않으면서도 가족들끼리 함께 공유하며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은 참 좋고 부러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드라마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아침에 눈을 뜨기 위한 적절한 기상 미션으로 시작하여 동생과 엄마와의 끊임없는 소재거리를 양산하기에 어쩌면 나중에는 그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본방 사수의 임무를 다해야 하지는 않았을까 란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저자는 아침드라마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아침드라마와 같은 주5일 방송되는 드라마는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보다 인기가 별로 없다. 특히나 요즘같이 공중파 방송국의 드라마들이 참패의 수모를 겪는 때에는 아침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워낙에 방송채널이 많아지고 재방송을 하는 채널도 많다보니 리모콘을 이러저리 돌리다보면 보고싶었던 프로그램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더군다나 아침드라마 같은 경우 대부분의 스토리가 우연에 우연이 연속되고 출생의 비밀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어떻게 혈연과 가족관계가 얽힐 수 있을까를 경우의 수를 고민하여 만들어낸 것처럼 혀를 끌끌 차면서도 궁금해서 보게 되는 형식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예로 든 아침드라마들의 짤막한 스토리 소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한쪽에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출연진의 극중 인물 이름이 나온 소개창을 띄어놓고 읽었다. 이름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헷갈리고 극중 사건의 전개가 급박하기에 배우들의 얼굴을 보며 연상작용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니 아침드라마의 주요 사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해 흥미로웠다. 사실 아침드라마라 해도 주요 배역들을 맡은 배우들은 우리가 대부분 잘 아는 스타들이고 몇개월 동안이나 지속되는 드라마 촬영 여건은 아마도 꽤나 타이트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렇기에 막장이라는 이름으로 아침드라마를 폄하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쥬스아저씨와 김치싸대기와 같은 장면 때문인지 연예부 기사에서 그리 좋지 않게 평가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욕하면서 본다고 대부분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는 아침드라마의 특징처럼 배우들의 열연이나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간접적인 위로와 악이 응징되는 장면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왔던 것은 아닐까? 특히나 저자가 쥬스아저씨의 콸콸콸과 김치싸대기를 날릴 수 밖에 없는 황당함과 분노를 야기시킨 이유를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그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막장이란 말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해 왔는데, 저자가 인용한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통감하게 된다. 


"그곳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도 아니고 불륜이 있는 곳도 아닙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며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요, '진지한' 삶의 터전입니다. '막장'이란 단어의 '막'은 '마지막', 즉 '맏의 막'이란 뜻으로 '맏'은 '맏이'처럼 '첫째, 최고'를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막장'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막장'은 그렇습니다. 희망을 의미하며 최고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든 국회이든 간에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그 말을 사용하지 마시를 바랍니다. 말 한마디, 용어 하나라도 남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한석탄공사 조관일 사장(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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