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요리 전문가부터 미식가까지 맛을 아는 사람들을 설레게 할 이야기
장준우 지음 / 북앤미디어디엔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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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 작가의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를 읽었다. 부제는 "요리 전문가부터 미식가까지 맛을 아는 사람들을 설레게 할 이야기"이다.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이미 여러차례 먹어본 후에도 고기의 다양한 부위나 생선의 여러 회의 이름에 거의 무지했다. 고기를 굽는 좋은 식당에 가면 의례 이건 이런 부위라고 아는 척하는 사람이 꼭 있고, 갓 잡아올린 신선한 생선을 바로 회로 준비한 식당에 가면 예쁘게 데코레이션 된 모양만 보고도 광어, 우럭, 돔 등을 바로 구별해내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이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최 그런걸 어떻게 기억해내는지 신기하기만 했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주에 대해 이슬파와 처음파로 나눠지는 것은 단순히 상표에 대한 기호일 뿐 맛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했다. 술을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가 그 말에 동조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 맥주를 맛 만으로 구별해보자고 제안했다. 소주가 양대산맥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라거 맥주에도 하이트와 카스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던 당시에 미국 라거 맥주 밀러까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았다. 흑맥주나 에일 맥주처럼 확연히 맛과 색깔이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동일한 맥주잔에 부은 3가지 상표의 맥주는 모두 똑같아 보였다. 다년간의 음주로 자신만만했던 그는 제안자가 술 잔을 돌리는 사이 눈을 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드디어 맛을 보고 이름을 외쳤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테스트를 자신했던 이는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해보자고 고집을 피웠고, 제안자는 거보라고 소주도 마찬가지로 이슬이든 처음이든 맛은 다 똑같은 거라며 아무거나 마셔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음식에도 관심이 없던 내가 술 맛을 구별할리 만무했지만, 그날의 테스트는 꽤나 오랫동안 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다. 고기나 회의 대한 잡다한 지식이 없어도, 눈으로 한 번 보고 구별하지 못해도 누군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권리가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먹을 음식을 준비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음식을 남기면 죽고 난 후에 지옥에 가서 코로 먹어야 한다는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터부 같이 말이 전해져왔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배를 곯느냐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무상급식을 하는 곳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한 하루의 제대로 된 한 끼를 위해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줄을 선 허름한 복장이 이들을 지켜본다면, 부의 편재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의 부재가 심각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 언제나 상존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아직 식사 시간이 한 참 남았음에도 이유없는 침이 새어나오고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내가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 전세계 어디에든 널려 있으며, 좋은 식재료들이 어디선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정성스럽게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딘간 낯선 곳에 머물며 맛보았던 음식들이 이 책을 계기로 되살아나 그 음식을 먹을 때의 정황과 설레임이 고스란히 내 안에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맛집 탐방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아니더라도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통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시금 낯선 음식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두를 물에 불린 후 맷돌에 갈아 끓이면 콩물이 되고 건더기를 짜내면 비지가 나온다. 짜고 남은 액체는 두유가, 두유에 간수를 넣고 그대로 응고시키면 순두부가 된다. 순두부의 물기를 짜내면 우리에게 익숙한 두부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젓갈 같은 육수를 넣고 발효시키면 취두부가 된다. 갈지 않고 불려 익힌 콩에 누룩균을 배양시켜 따뜻한 곳에 두고 발효시키면 청국장과 낫토가 만들어진다. 같은 과정으로 삶은 대두를 으깨 뭉쳐 발효시킨 것이 메주,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더 발효시키면 간장과 된장이 탄생한다. 대두를 이처럼 많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방법을 찾아낸 인간이 더 경이로울 따름이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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