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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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브라운의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읽었다. 외국 작가가 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우리와 다른 문화적 배경 때문인지 좀처럼 몰입이 잘 안될 때가 있다.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책에 묘사된 정황이 그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우리와 참 많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이야기의 전황은 다를 수 있어도 그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은 결국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은 1950년대의 넬리와 리처드라는 부부가 살았던 집에 2018년 엘리스와 네이트가 이사오면서 펼쳐지는 부부들의 이야기이다. 미국 맨하튼의 북적거리는 도시 한 가운데에 살았던 홍보 담당자 엘리스는 상사와 그가 담당한 유명 작가의 추잡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항상 미래를 계획해온 잘나가는 애널리스트 네이트는 엘리스와 함께 교외로 나가 여유롭게 살며 아이를 낳을 계획을 한다. 도시에서 항상 바쁘게 살아온 엘리스는 네이트가 고른 낡은 옛날 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애써 그곳에 적응하려고 한다. 엘리스와 네이트가 고른 집은 오래전 넬리와 리처드가 살았던 집이다.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 넬리와 리처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엘리스와 넬리의 교차점은 넬리가 남긴 레시피로 인해서 이어진다. 엘리스는 넬리가 남긴 특이한 레시피에 집중하며 이웃집 할머니에게 전해들은 내용을 통해 넬리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1950년대의 미국 사회도 결혼을 일찍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모습이 전형적이었던 것으로 그려진다. 넬리는 그녀의 남편 리처드가 결혼 전 알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폭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 날 리처드에게 폭행을 당하게 된다. 넬리는 그녀의 엄마 엘시가 남겨준 비밀 레시피를 갖고 리처드를 대항하기 위한 그녀만의 계획을 세운다. 엘리스 또한 교외의 집에 머물며 예전의 직장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아이를 원하는 네이트의 바람과는 다르게 엘리스는 자궁 내 기구를 통해 피임을 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네이트는 불같이 화를 내고 엘리스가 감추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도 알게 되며 둘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마치 넬리와 엘리스가 쌍을 이루듯 엘리스 또한 넬리처럼 네이트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리처드는 넬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했고, 네이트는 리처드만큼은 아니지만 엘리스에게 상의하지 않고 이사계획을 세우게 된다. 


엘리스는 넬리가 지하에 남겨둔 잡지 꾸러미 속에서 넬리가 엄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처드에 대한 분노로 복수심에 가득찬 넬리는 엄마 엘시가 알려준 방법으로 아이를 지우게 되고 리처드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죽도록 만든다. 결과만 보면 완벽한 시나리오로 남편을 살해하고도 멀쩡한 넬리의 완전범죄를 그린 내용같지만, 엘리스가 네이트와의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넬리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그려져서 그런지 그렇게 잔혹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바라는 여성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성별을 구분하여 특징짓는 용어조차도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상태이다. 불과 5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이제는 그 누구도 여성이 결혼을 하면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당연히 용인되어 부당한 대우를 받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만연한 모습에서 우리가 반추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견뎌왔다는 사실이다. 그런 인내의 희생의 시간 덕분에 우리는 양육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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