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띵 시리즈 11
룬아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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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아 작가의 [용기의 맛: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11번째 책이다. 12번째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의 [병원의 밥]을 먼저 읽고 이어서 이 책을 보니 연속적으로 유한한 인간의 한계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왜 아프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째서 시련을 겪고 나서야 아무렇지 않고 심지어 무료한 일상의 나날들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일까? 허약한 체질로 태어나 병치레를 거듭하며 어른이 된 이후에는 건강한 삶을 살아오던 저자는 결혼 후 아이를 가지려 의학적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아 순리를 따르며 기다리다 덜컥 아이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녀가 어릴때 약했던 시절은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며 해피엔딩을 위한 시나리오가 이어질 것 만 같았다. 


그런데 제목을 [용기의 맛]이라고 지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자도 책 속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얼마전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심장에 이상이 있는 아기들의 엄마들이 나온다. 심장을 이식받는 길 밖에는 아기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기적적으로 기증자가 나오고 아기들은 삶을 이어가게 된다. 인간이라면 눈물샘이 터질 수 밖에 없는 드라마 속의 전개를 저자 또한 유사하게 겪어다고 하니 간난 아기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이겨내기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어미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감히 헤아려본다. 성인들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는 초음파 검사조차도 아기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기에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아마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기들이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혹시나 자기 때문에 아기가 아프게 태어난 것은 아닐까 자책하게 된다. 


아마도 저자는 아기가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고 장기간 입원하는 기간을 통해서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라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 삶에서 반드시 다가오는 고통의 순간들을 그 누구의 탓이나 원망으로 돌리지 않고 순연히 받아들이며 아무렇지 않을 준비를 한다는 것은 보통 내공의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 할 것이다. 호수라는 이름의 아기가 건강해지는 과정을 엿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염원이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평생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어쩔 수 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아픔들이 있다. '보통'의 삶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타인의 모습이 조금만 달라도 빠르게 눈치챈다.(87)"


"최선을 다하는 것.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러니까 결코 평탄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온몸과 마음을 던진다. 영화 <컨택트>에서는 주인공이 외계인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그 미래에는 아직 임신하지 않은 딸, 그리고 그 딸의 때 이른 죽음도 포함되어 있다. 예견된 상실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데, 되려 온몸으로 끌어안는다. 기꺼이 아이를 낳고, 사랑하고, 이별한다.(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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