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볼 아래서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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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아 작가의 [미러볼 아래서]를 읽었다. 부제는 ‘고양이를 찾습니다’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혹시 노래방이나 클럽 같은 것을 소재로 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읽는 도중 고양이 ‘치니’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표지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건 분명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또 읽다보면 잃어버리는 고양이를 찾고자 하는 주인공 아엽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면서도 고양이가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러볼과 고양이는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그 중간에 주인공 아엽이 있게 되면 충분히 말이 되고 오히려 미러볼과 고양이에 대한 아엽의 마음이 안쓰러워진다.

우리나라에 노래방 놀이문화가 시작되면서 미러볼은 카바레나 나이트클럽의 전유물이 아니며 좀 놀아봤다는 날라리들만 향유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며 누구나 흥이 나면 머리 위를 돌며 산란한 빛을 선사하는 미러볼의 향연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 한때 노래방을 밥먹듯이 다닐 때에는 미러볼에 대한 아무런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노래방 가기가 죽도록 싫어지면서 미러볼은 TV 드라마에서나 말도 안되는 개연성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만 인식되어왔다. 그런데 작년에 안식년 기간 중 연수원의 공동체실에 노래방 기계를 갖다놓고 누군가 어디에서 이동식 미러볼을 가지고 와서 분위기를 자아낼 때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소설의 주인공 아엽의 아버지는 미러볼 밑에서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아엽은 슬플 때도 화가 날때도 웃는 얼굴인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어 대전 집에 거의 왕래를 하지 않는다. 집을 나간 엄마도 어쩌면 언제나 웃는 얼굴인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데 아엽의 집에 도둑이 들고 그 틈에 고양이 치니가 사라지자, 고양이를 찾기 위해 탐정까지 고용하며 전단지를 붙여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아버지가 미러볼에서 미친 사람처럼 춤을추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그렇게 미러볼처럼 돌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엽은 친구가 많지 않다. 그나마 대학시절부터 친해진 미옥이 유일하게 아엽에게 오래된 친구이자 함께 오랜 시간 동거를 해왔다. 하지만 학교 선배의 직장에서 어이없은 이유로 짤리고 난 이후 아엽의 상황에서 등장하는 미옥은 아엽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괴롭히는 사람처럼 그려진다. 아엽은 고양이 치니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해왔는데, 치니마저 사라지자 아엽의 마음을 위로할 존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치니를 찾아나서는 가운데 아엽이 직장을 그만두게 만든 유명한 미술가의 비리가 밝혀지게 되고 그 미술가로 인해 전시회를 열었던 미옥마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엽은 그때서야 미옥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연락을 받지 않는 미옥에게 찾아가 애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아엽 스스로는 미옥을 배려한다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이 오히려 미옥을 무시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맨정신으로 미러볼을 쳐다보고 있으면 금방 어지러워진다. 쉴세없이 돌아가며 다양한 파장의 빛을 뿜어내며 우리의 눈을 산란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엽은 치니를 찾다 지쳐 면역력이 떨어져 평형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전정 신경염에 걸리게 되어, 취업수당을 받기 위해 억지로 연수를 받던 중 알게된 병선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아엽이 걸린 머리가 어지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정 신경염은 상징적으로 아엽이 처한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어지럽지 않고서는 도저히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난파선과도 같은 상태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닐까? 아엽이 간절히 치니를 찾고자 노력하다 치니와 비슷한 검은 고양이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200만원을 요구했던 것은 아엽이 한 평생 갖고자 했던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인간 관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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