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르완다 나의 첫 다문화 수업 1
엄소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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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희 님의 [있는 그대로 르완다]를 읽었다. ‘나의 첫 다문화 수업 01’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앞으로도 이어서 출간될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로마에 머물 때 르완다 신부들 2명과 거의 1년간 매일 같이 식사를 했음에도 잊고 살아왔다. 깊은 친분을 쌓기에는 피상적인 대화들이 대부분이었고, 공부하느라 바쁘게 학교를 오가느라 그들의 삶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저 그들의 나이가 나보다 좀 많았을 뿐인데, 당시 르완다의 평균 수명을 이미 넘은 상태였다는 것과 한 명은 공부와 더불어 의학적 진료를 받기 위해서 왔다는 내용 정도였다. 아프리카 신부들과 친분을 쌓는데 경계가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이 무턱대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어적 한계에 매일 매일 허덕이는 나와는 달리 이미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들에게 또 다른 유럽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일은 너무나도 수월해보였기 때문에 ‘배알이 꼬이다’는 말처럼 생겨난 질투심으로 인해 아프리카에 가본적도 없으면서 내전과 기아에 허덕이는 불쌍한 사람들로만 보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미 그들을 만나기 전에 나 또한 이탈리아 노인들에게 비슷한 편견이 있음을 느껴왔으면서도 말이다. 당시 어학을 배울 때 머물던 수도원의 너그러운 할아버지 신부님은 내가 기숙사비를 낼 때마다 ‘너에게 그 비용이 너무 부담되는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짓곤 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깍아달라고 할까라는 생각이 교차되며 어쩌면 이 할아버지에게 우리나라는 아직도 6.25 전쟁 후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모습으로 남아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공항에 내린다면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르완다에 머물며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바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을 듯 싶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시간에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다보니 그에 부산되는 문제점들이 산적해있지만 언제부터인지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했고, 아프리카라 하면 그 수많은 나라들을 한 번에 싸잡아 가난하고 마실 물 조차 없어서 오염된 물을 마신 어린 아이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는 와중에도 종족간의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공영방송과 케이블 방송 중간에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국제구호활동 NGO와 같은 단체들의 후원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공익광고에서 비춰진 모습들이 하나같이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궁핍하고 열악한 모습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르완다]는 우리의 이러한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제목처럼 있는 그대로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나라가 아니라 르완다라는 한 나라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1994년 거의 100일동안 지속된 제노사이도로 인해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죽음을 당했다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당시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된다. 지구상의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생과 사의 갈림길을 오가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그게 나와 대체 무슨 상관이나며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리에서 배설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제노사이드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투표로 대통령에 오른 지도자가 2034년까지 연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있었다고 하니, 그가 정치, 경제를 비롯한 국가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해도 여느 나라들의 독재자와 같은 말로가 그려지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운틴고릴라 보호에 진심으로 열성을 다하며 멸종 위기를 막고 개체 수를 늘려가는 모습은 경제적 부와 상관없이 벌써 예전에 플라스틱 비닐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르완다 국민들의 성숙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시간은 넓은 평면 위에 찍힌 점과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현재’에 집중하여 사고한다. 1년 내내 기후가 비슷하고 환경의 변화가 크지 않은 데다가 공동체를 이루어 농경이나 목축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보다는 공동체의 경험이 시간을 인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개인은 그 사이에서 늘 현재에 집중할 뿐이다.(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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