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펜데믹 상황 때문인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더스트 폴의 재앙이 단지 상상 속에서만 그려낸 이야기만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에게 닥쳐올 일이 아닐까란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소설의 배경은 2050년대에 인간이 만들어낸 나노분자로 인하여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더스트가 증대되어 인류멸망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태가 된 곳을 그리고 있다. 그로부터 60여년이 흐른 후 더스트를 증산시킨 기관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전세계적인 기구의 협력으로 더스트는 완전 제거되어 인류는 다시 새로운 세계를 재건하게 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영은 식물학자로 어린 시절 잠깐 머물렀던 온유라는 곳에서 보았던 푸른 빛을 내던 식물을 잊지 못한다. 아영은 해월에서 모스바나가 과도하게 확장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혹시나 모스바나가 어릴 때 보았던 푸른 빛을 내던 식물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아영은 인류가 더스트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세계를 재건하는 도중에 당연히 알고 있었던 진실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란 가정을 하게 된다. 그 의구심은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학회를 통해서 풀어보고자 희망을 갖고 그곳에서 나오미를 만나 프림 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프림 빌리지는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지금의 세계가 완전히 망가진 이후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운 새로운 공동체이다. 그렇게 생존만을 위해 생겨난 공동체들이 의례 그렇듯이 공동체 건립 초창기에 구성원들 모두가 열정을 갖고 임하고 어느 정도의 평화로운 시기가 지난 후에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배신과 이탈이 이어져 공동체는 무너져 버리고 만다.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는 생존지를 찾다가 유일한 이동수단인 호버카를 넘기는 댓가로 얻은 프림 빌리지의 좌표를 얻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프림 빌리지에 도착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그들 자매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내성종자인 나오미와 절반 정도의 내성을 가진 아마라는 다행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프림 빌리지에서 지도자에 해당되는 지수 씨와 공동체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온실 안에서 식물을 연구하는 레이첼을 만나게 된다. 프림 빌리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온 원주민 ‘나비족’의 공간을 침투하려는 인간의 폭력적인 모습이 재현되어 그려지는 것 같다. 결국 지수 씨는 프림 빌리지를 지키기 위해서 레이첼이 만류한 식물을 심게 되고 그로 인해 외부인들은 더 이상 마을을 침투하지 못하게 된다. 그 식물이 바로 모스바나이고 그 식물로 인해 프림 빌리지의 사람들이 애써 가꾼 작물들은 모두 죽고 만다. 아영은 나오미의 증언과 프림 빌리지의 흔적을 토대로 더스트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게 된 것은 모스바라는 식물의 자연적인 변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레이첼이라는 사이버 인간이 의도적으로 변종을 만들어서 가능했음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아영이 어릴 때 만났던 이희수라는 인물은 프림 빌리지의 기술자 지수 씨였고 그는 죽기 전에 자신과 레이첼의 이야기를 남긴 칩을 남기게 된다. 지수 씨와 레이첼의 숨겨진 이야기는 결국 그들의 연대와 사랑이 싹트는 관심과 애정 덕분에 모스바나라는 치유의 식물이 탄생될 수 있었음을 드러낸다.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의 말 중에서(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