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한 마리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사쿠라 모모코의 [도미 한 마리]를 읽었다. 저자의 에세이 3부작 중에 세 번째 책이다. 마치 이야기의 정점을 찍는 것처럼 책을 읽다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소리내서 웃은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야 당연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방귀 얘기가 들어가서이기도 했지만, 사쿠라 모모코처럼 실감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을 거 같다. 암튼 더러운 얘기는 더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아마도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배설에 대해서는 똑같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란 엉뚱한 가설을 세워본다. 

아마도 일본에서는 만화가로도 유명하고 TV 프로그램의 각본까지 썼다고 하니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 저자의 에피소드가 담긴 에세이 시리즈가 무척이나 인기 있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 이렇게 가까운 나라임에도 그 나라에서 유명한 사람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너무나 쉽게 이웃나라의 유명한 사람들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마도 일본에 유학을 하던지, 살던지 했던 사람들만 아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30여년 전에 인기 있었던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저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읽으니 나와 동시대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여겨진다. 저자 본인은 몰랐겠지만, ‘즐거운 후기 대담’에 나오는 내용으로 보건데 너무나도 일을 많이 해서 몸을 혹사시켜 큰 병이 일찍 찾아온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에세이 시리즈에 단골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사쿠라 모모코의 가족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그려져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가족들의 근황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 저자가 17살 때까지 지독히 게으름을 피우며 엄마와의 갈등을 고백하는 내용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엄마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철없는 아이같던 저자는 18살 때부터 갑자기 성실한 학생으로 변모했다고 고백한다. “내가 17년 동안 게으름을 부린 것은 그 후에 일하기 위한 힘을 축적한 것이다. 그러니 네타로의 다섯 배 이상 일을 해야 한다. 그의 다섯 배라면 엄청난 거다. 그냥 세 배 정도만 게으름을 부렸더라면 좋았을 걸.(118)”

걱정만 끼치는 언니에 대한 소회는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언니에 대한 뒤담화를 해도 되는 것인지 우려가 될 정도로 솔직하다. 그런데 내용은 물론 저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겠지만, 내용대로라면 언니는 민폐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 ㅋㅋ 저자의 가족 중에 최고는 역시 아빠 히로시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어설픈 캐릭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고 뭔가무능력하고 무색무취의 존재감은 바닥인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이야기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히로시에게 가장 큰 고민은 근처 맛있는 생선 가게가 휴일일 때 어디서 생선을 사는가, 하는 정도라고 한다.(208)” 우리가 이렇게 단순한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친구가 저희 집 복도에서 방귀를 뀌었는데, 제가 그것도 모르고 복도로 나간 거예요. 순간 친구가 ‘앗, 지금 복도에!’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너무나도 고약한 냄새에 저는 쓰러지고 말았죠. 쓰러지면서 저도 모르게 방귀를…. 제 방귀도 만만치 않아서 이건 방귀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복도가 조금 칙칙해진 느낌이었어요. 쓰러지면서 눈에 들어온 복도에 어린 빛까지 얼핏 보이더라고요.(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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