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통조림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사쿠라 모모코의 [복숭아 통조림]을 읽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원숭이의 의자]와 함께 출간된 에세이 3부작 중의 첫 번째 책이다. 역시나 엉뚱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저자의 스펙타클한 일상이 적잖은 웃음을 선사해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의 인터뷰 내용이 첨부되는데 에세이 내용에서는 볼 수 없는 더욱 솔직한 저자의 고백이 더해져 사쿠라 모모코란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조금은 상상이 되고 더 알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마루코는 아홉살’이라는 만화가 유명해져서 시즈오카현 시미즈에서 채소 가게를 하던 부모님 집 앞에 관광 버스로 사람들이 몰려와 저자의 어머니를 당황케 한다던지, 아버지 히로시의 이름을 부른다는 이야기는 꽤나 당혹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유명해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채를 감당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집중할 때는 심지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고백하는데, 아마도 그런 생활 태도로 꽤나 많은 잔소리를 들으며 살았겠지만 외부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는 마음을 굳건히 지켜나갔기에 아마도 유명한 만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급우들의 비웃음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평범한 게 좋은 거라고, 남들보다 아주 월등하지는 못해도 적당한 선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것이 좋은 거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 독불장군처럼 보이는 독특한 행동들은 너무나도 쉽게 비판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살아오면서 그런 특출난 일탈의 일상을 살아온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무색무취의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에서 익준과 송화가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다음에 뭘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송화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다음에 먹을 음식을 나열하자, 익준은 송화를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막 영감처럼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냐고 감탄한다. ‘뭐 먹으러 갈까?,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라는 질문은 내가 싫어하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그냥 누가 결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나도 분명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게 명확히 있을텐데 왜 이렇게 우유부단한 것일까란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극중 송화처럼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며 만족스러운 모습이라면 꽤나 매력적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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